교계/교회

곪을 대로 곪은 한기총 금권선거 폭로돼…계속되는 양심선언

한기총 이광선 목사 이어 예장합동 강주성 목사 ‘충격고백’

▲한기총 비대위가 10일 오후 2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예장합동 강주성 목사가 참석, 한기총의 금권선거 비리를 폭로했다. ⓒ김진한 기자

곪을 대로 곪은 한기총의 금권선거 비리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한기총의 금권선거는 공공연하게 비밀리에 자행되어 왔고, 선거를 전후에 선거에 패배한 쪽에서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정해진 레파토리였다. 하지만 선거전을 치르는 후보들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금품을 살포하는 탓에 현장에서 금품을 수수한 당사자의 증언이 없어 금권선거 비리는 단지 의혹에 그치기 일쑤였다.

▲이광선 목사

이 같은 금권선거 의혹을 밝히는 것에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한기총 이광선 목사의 양심고백이었다. 금품을 살포하는 입장에 선 이 목사는 9일 자신이 시무하는 신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권으로)선거에서 이겼으니 나 역시 부끄러운 죄인이다. 그리고 잘못된 선거풍토를 고치지도 못했으니 정말 나설 자격이 없다"며 양심고백을 했다. 

아울러 이 목사는 "통회 자복이 너무 어려웠다. 죄의 고백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며 "수없이 망설였다. 그러나 부끄러운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지 않고는 한국교회가 절대로 개혁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양심고백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함께 밝혔다.

이어 10일 오후 2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한기총개혁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참석한 예장합동 소속 강주성 목사는 금품을 수수하는 입장에서의 양심고백을 했다. 강 목사는 선거전에 나서는 후보자의 측근이 금품을 살포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며 "금품을 받은 42명의 명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의혹에 그쳤던 한기총의 금권선거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9일 밤 10시경, 경기도 대명콘도 218호실에서 같은 교단 소속인 홍재철 목사(경서교회)가 자신을 포함한 40여명에게 "잘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1인당 1백만원씩을 건넸다. 당시 그 자리에는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경선의 당사자 길자연 목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9월 30일 길 목사는 소속 교단에서 치러진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양심선언하는 예장합동 강주성 목사. ⓒ김진한 기자

양심선언을 한 강 목사는 "어떤 개인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나를 포함한 한국교회에 잘못된 사단의 문화가 없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한기총 대표회장 본선거에서도 많은 금전 살포가 있었다는 말들이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님과 선대위 위원장 엄신형 목사님께서는 즉각 이 사실을 조사해 조치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주최한 한기총 비대위는 이날 낸 성명서에서 "예장 합동 교단 소속 42명의 목사들이 제95회 교단 총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추대된 길자연 목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에 대한 양심선언을 서명하여 밝혀왔음을 알려드리며 길자연 목사와 소속 교단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 비대위 관계자들을 향한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이 이어졌다. "한기총의 개혁을 위해 일하는 당사자(비대위 관계자들 지칭)가 개혁의 대상이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었으며 "(금권선거와 관련해 비대위 관계자들이)양심고백을 하러 나온 줄 알고 나왔는데 애초 취지와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또 한기총의 뿌리깊은 금권선거에 연루된 당사자들로서 "진정성을 갖추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격적인 질문도 이어졌다.

특히 "한기총 금권선거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받은 돈을)교계에 다시 되돌려 줄 용의는 없느냐"는 질문에 신광수 목사는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우리부터 앞으로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정성을 묻는 질문에는 최충하 목사가 "비대위 활동은 한기총을 개혁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개혁을 위해 총무직에서 물러날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비대위 관계자들의 금권선거와 관련한 양심선언이 못내 아쉬운 기자회견이었다. 이들은 추후 회개기도회와 더불어 계속되는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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