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탈근대주의 도전에 교회는 준비되었나?"
감신대 종교철학 장왕식 교수와의 대담 1부

입력 Jan 29, 2017 09:06 AM KST

화이트헤드 철학과 사변적 실재론

감신대 종교철학 전공 장왕식 교수와의 대담을 설연휴 특집으로 보내드립니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융복합적 연구와 더불어 화이트헤드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는 장왕식 교수는 탈근대주의 시대 이후 교회를 향해 물밀 듯이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물음에 응답을 시도하고 있는 신학자 중 한 사람입니다. 최근에는 『동양과 서양 종교철학에서 만나다』 『화이트헤드 읽기』 등을 펴내며 학계에 큰 공헌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래는 대담 전문.

Q: 교수님은 근래에 『동양과 서양 종교철학에서 만나다』와 『화이트헤드 읽기』를 잇따라 출간하셨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와 최근의 동향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해 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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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감신대 종교철학 전공 장왕식 교수가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장왕식 교수: 제 저서를 이처럼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저는 현재 제가 봉직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 이외에, 장기간 행정과 관련된 보직을 추가로 맡는 바람에 그 사이 많은 저서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행정에서 마침내 자유롭게 되었기에, 그동안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메모해두던 것을 보직이 끝난 이 시점에서 정리를 끝내고 『동양과 서양 종교철학에서 만나다』란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저서는 토착화 신학의 관점에서 서양학문과 동아시아 문화의 만남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단순 비교 작업을 넘어서, 이제는 동아시아 문화/종교에 대한 적극적인 학문적 해석을 바탕으로 사회 변혁의 물꼬를 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리고 비록 제가 종교철학을 하는 사람이지만, 한 명의 지식인으로서 저 역시 사회를 변혁하는 일에 무언가 이론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이 저서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기독교는 현재 자기변혁이 필요한 시점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속에서 (비록 제가 성과 속을 나누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기독교에 오늘날 거칠게 도전을 가해 오고 있거든요. 탈근대주의가 그런 대표적 도전 세력입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그러한 강력한 도전에 내용적으로 맞서는 것은 고사하고 그런 도전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교회가 세속과는 따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동양이, 특히 기독교를 비롯한 동양종교가 오늘날 탈근대주의의 도전에 잘만 대응한다면 오히려 자기변혁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서양과 동양의 만남을 종교철학/조직신학적으로 풀어 본 책이 『동양과 서양 종교철학에서 만나다』입니다.

『화이트헤드 읽기』 같은 경우는 화이트헤드의 철학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쉽게 풀어서 해설해달라는 요청을 오랫동안 여러 곳에서 받아 왔는데, 그러한 요청들로 인해 쓰게 된 책입니다. 그래서 이 저서는 개론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다만 화이트헤드의 이론이 기존의 고중세 철학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에, 이 책에서는 아무래도 논쟁적인 부분이 다소 취급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마도 이 저서가 일부 철학도에게는 매우 쉬운 책이 되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약간 전문적인 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Q: 개인적으로『화이트헤드 읽기』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읽어보았는데 교수님께서 이 저서를 통해 화이트헤드의 철학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것 같았습니다.

장왕식 교수: 졸작을 그렇게 후하게 말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Q: 『동양과 서양 종교철학에서 만나다』에서 화두가 되는 탈근대주의는 우리가 직전에 박일준 박사와 대담을 나눌 때 주제였던 트랜스 휴머니즘과 같은 개념으로 봐도 무방한 것인가요?

장왕식 교수: 그 두 개념이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근대주의는 동일성/주체/거대담론들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이에 비해 탈근대주의는 당연히 그러한 근대적인 개념들이 세운 인간의 문화를 전반적으로 해체하는 것을 시도합니다. 거기에 비해서 트랜스 휴머니즘은 인간 이외의 존재들에 집중하고, 그래서 주로 비인간주의(non-humanism)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탈근대라는 개념의 외연이 트랜스 휴머니즘보다 더 넓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일전에 박일준 박사는 화이트헤드 철학을 트랜스 휴머니즘의 측면에서 다루었다면 교수님께서는 탈근대주의 측면에서 화이트헤드 철학을 다루고 계시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화이트헤드 철학이 다소 난해하기에 교수님께서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독자들에게 조금 쉽게 소개해주신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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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감신대 종교철학 전공 장왕식 교수가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장왕식 교수: 제일 어려운 부탁 같군요. 화이트헤드 철학은 정말 전체적으로 매우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더 어렵다고도 말하는 들뢰즈의 철학도 있지만요. 그런데 들뢰즈의 생성철학과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은 제가 공부한 바에 의하면 참 비슷합니다. 화이트헤드는 시간 속에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존재의 삶의 순간 순간들이 과거와 미래를 담아내는 과정을 주로 풀어냅니다. 들뢰즈는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늘 새롭게 진화 해가는 생성의 과정을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 이 둘은 서로 매우 유사하죠. 따라서 들뢰즈와 비교해 가면서 화이트헤드를 이해하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고 봅니다.

그건 그렇고, 그 어려운 화이트헤드 과정-생성철학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시도해 본다면, 그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개념들에 대항하는 것, 특히 대표적으로 동일성과 주체라는 개념에 대항하여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동일성에 길들여져 있으면 어떤 사건의 한 측면만 보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사물을 바라볼 때 단지 그것을 주체의 이성과 지성을 중심으로 보거나, 혹은 대상의 동일성만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서, 이들을 다양한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고자 시도합니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유기체 철학이라고도 불리는데, 유기체 철학은 모든 사물이 관계에 얽혀 있어 매 시각 변화-생동하고 창조적으로 진화한다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그러한 기조 위에서 화이트헤드는 철학적 관심을 단지 인간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 사물의 유기적 관계에 두지요. 이러한 연유로 화이트헤드의 철학이 현대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그럼 화이트헤드 철학이 특히 더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왕식 교수: 화이트헤드 철학이 그동안 우리 사회를 전통적으로 지배해왔던 플라톤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그리고 근대철학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런 전통 철학들이 다소 낡기는 했어도 틀린 철학은 아닙니다. 그 철학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많은 사유들은 여전히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어요. 또 그러하기에 그것들은 그동안 인류의 상식과 사유방식을 굳건히 지배할 수 있었죠. 그런데 그런 전통 이론들이 오랫동안 기존의 상식을 지배해 오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에, 이제 새로운 사조를 익히려면 낯선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상식과는 얼핏 위배되어 보이는 화이트헤드의 철학적 개념들이 초심자들에겐 익히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요즘 세대의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사조들을 이미 문화적으로는 많이 경험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새로운 이론을 배우는 것이 모두에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지금의 세대는 우리 기성세대가 이전에 새로운 철학들을 익혀왔던 것보다는 더 빨리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분명한 것은 화이트헤드의 이론은 너무 새로워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상식과는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이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처음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주된 이유입니다.

Q: 화이트헤드 철학의 최근 연구 동향은 단순히 화이트헤드의 철학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닌, '사변적 실재론'과 같이 그 철학을 적극적으로 변형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변적 실재론과 같은 최근의 화이트헤드 철학 연구 경향을 소개 해주신다면요?

장왕식 교수: 저는 사변적 실재론과 같이 고도의 사유가 필요한 최첨단이론에 대해 최근 국내에서 이미 연구가 되고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사변적 실재론을 이해하려면 화이트헤드는 물론 들뢰즈 철학의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만 합니다. 즉 화이트헤드 철학은 생성과 과정의 이름으로 먼저 새로운 사변 형이상학을 구축했는데 이후에 그와 유사한 들뢰즈의 철학이 등장하자 학자들이 이 둘을 함께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저는 이 두 철학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봅니다. 물론 들뢰즈의 경우, 매우 다채로운 이론들과 씨름하는 프랑스 전통 하에서 발전해 왔기에 화이트헤드보다 더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쏟아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들뢰즈는 매우 유물론과 비슷한 사유를 하지요. 화이트헤드는 유물론에 명백히 반대하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이 둘의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은 사변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됩니다. 어찌보면 사변실재론이 발달한 이유는, 들뢰즈의 열풍이 최근 서구 사회와 미국 사회에 활발하게 일다보니 들뢰즈보다 먼저 생성철학을 구축한 화이트헤드에 대한 관심도 함께 고조된 경향도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이 두 철학에서 동시에 영향 받은 것이 사변적 실재론자들인데, 그들은 화이트헤드의 '사변'이라는 개념을 들뢰즈의 이론과 조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물론 들뢰즈는 사변자체 보다는 상상력을 더 중시하겠지만 말입니다. 또 화이트헤드의 '실재'라는 개념도 중요한 데, 이 개념은 우리가 경험하는 과정 중의 사물들을 지칭하고 의미하기에 어찌보면 유물론과 만나는 면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화이트헤드의 철학의 현대적 연구 추세는 신유물론과도 함께 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일부 사변실재론자들은 화이트헤드 철학이 들뢰즈 철학이나 신유물론과는 다르다고 보면서 사변/형이상학이라고 하는 전통적 개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차이점이 있겠습니다. 이러한 차이점과 대비에 입각해 우리는 화이트헤드의 사변적 실재론이 탈근대주의자들처럼 사변, 즉 이성의 능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고, 또 더 나아가 사변 자체의 모험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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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늘날의 한국 개신교회와 개혁의 과

필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한국 개신교회가 겪고 있는 병리현상들을 진단하고, 건강하고 신뢰받는 한국 개신교회의 회복을 위해 나름의 처방을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