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뉴스 되짚어 보기] 에스더 운동 가짜뉴스 파문, 그 이후

가짜뉴스로 돌려막은 에스더 운동·검증 없이 받아쓴 교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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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한겨레> 보도화면 갈무리)
의혹만 무성하던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한겨레> 보도로 실체가 드러났다. <한겨레>는 먼저 에스더 운동을 배후로 지목했다.

에스더 기도운동(아래 에스더 운동, 이용희 대표)을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한 9월 27일자 <한겨레> 보도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개혁 성향의 목회자들과 일반 네티즌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파문의 당사자인 에스더 운동은 <한겨레> 보도에 반발하고 나섰다. 에스더 운동은 지난 달 28일 성명을 내고 <한겨레> 보도를 숫자까지 붙여가며 반박했다. 이어 이 신문을 향해 법적 조치까지 시사했다.

이용희 대표 역시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에스더 운동의 성명을 공유하며 "성명서를 꼭 읽어보고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한겨레>의 이와 같은 악의적인 기획보도는 동성애 법제화를 막아섰던 선교단체에 대한 종교탄압이며, 반대 의견들을 혐오나 가짜뉴스로 몰아붙여 이를 말살시키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일부 매체들은 지원사격에 나섰다. 극우 성향의 인터넷 매체 <펜 앤드 마이크>, 순복음교회가 실소유주인 교계 일간지 <국민일보>는 에스더 운동의 성명 전문을 실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계열의 <당당뉴스>는 9월 29일자 '에스더 vs 한겨레, 누가 가짜뉴스 공장인가?'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겨레>와 에스더 운동의 가짜뉴스 공방이라는 논조로 보도했다.

보수 개신교계의 이해를 대변해왔던 한국교회언론회(아래 언론회)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언론회는 <한겨레> 보도 직후인 지난 달 27일 논평을 통해 "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동성애 문제, 북한 구원 문제, 이슬람 문제 등을 놓고 기도하는 선교단체"라면서 에스더 운동을 감쌌다. 이어 <한겨례> 보도를 "정상적인 선교단체를 ‘가짜뉴스 공장'이라는 매우 투박하고, 불명예스런 집단으로 몰아가면서, 이를 극우 기독교 단체로 연결시키고, 그로 인하여 기독교 전체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보여 진다"라고 폄하하면서 "지금 동성애/난민을 혐오하는 세력을 찾는다는 구실로, 왜곡과 표적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회는 논평 말미에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는 이미 우리 국민들이 파악해 가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하여 언론의 권력행사와 국민들의 기본권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갑질을 하려한다면, 30여년 전의 언론 암흑시대의 환경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측가능 경로 밟아간 에스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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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이용희 대표 페이스북 )
에스더 운동 이용희 대표는 29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겨레> 보도를 비난하며 여론전을 독려했다.

이 같은 반응은 실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예상했던 대로다. 개신교계 안에서 초대형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당사자들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적반하장 식으로 대응하고, 몇몇 교계 언론과 보수 개신교 연합체는 비리 당사자의 궤변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제식구를 감싼다. 이 과정에서 본질은 사라지고 지엽적인 공방만 남기 일쑤다. 에스더 운동의 가짜뉴스 파문도 이 같은 ‘공식'에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기자는 이미 9월 28일자 '<한겨레> 반박한 에스더 운동, 검증해 보니 또 가짜뉴스'란 제하의 보도에서 에스더 운동이 낸 성명의 진위 여부를 검증했다. 이에 대해 검증을 하다만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다.

이 지점에서 반론을 제기해 준 독자들께 감사인사를 전한다. 이 독자들은 에스더 운동이 양성한 '댓글부대'가 아니라 정말로 정확한 정보를 알기 원했다. 그래서 에스더 운동이 제시한 22개 항목 중 일부만 검증한 데 대해 아쉬움과 격려를 보낸 것이다.

단, 하나는 분명히 밝혀둔다. 기자가 22개 항목 중 일부만 검증해서 기사화한 게 아니다. 22개 항목 모두를 검증했고, 그중 중요한 일부만 기사에 반영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한겨레> 보도를 반박한 에스더 운동의 성명이 역시 가짜뉴스로 가득했고, 그걸 일일이 담는 건 지면 낭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스더 운동이 나름 정보 출처의 인터넷 주소(url)를 제시해서 얼핏 보면 상당한 사실적 근거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근거로 제시한 정보와 에스더 운동의 주장은 괴리가 있었다. 단, 원 자료를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에스더 운동은 성명에서 "또한 2012.12.29.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1969년 동물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 경우'를 제외한 수간을 합법화했다'고 하였으며,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 유럽국들은 수간을 금지하고 있다.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는 합법이다.'라고 하였다."고 적었다.

거대 통신사인 <뉴스1> 보도를 제시했기에 얼핏 보면 사실일 것 같다. 그러나 근거로 제시한 <뉴스1> 기사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 <뉴스1> 기사의 주제는 독일이 수간 금지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독일 의회 농업위원회는 수간을 동물학대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성관계에 해당하는 위법 행위로 고려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적고 있다.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진짜 같은 가짜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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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트위터 )
현재 소셜 미디어에서는 몇몇 의심스러운 사용자들이 에스더 운동의 성명을 부지런히 퍼나르고 있다.

지금 소셜 미디어 상엔 정체(?)가 의심스런 계정이 일제히 등장해 에스더 운동의 성명을 퍼나르며 <한겨레> 보도를 비방하고 있다. 이들은 에스더 운동의 성명을 검증 없이 받아쓴 <펜 앤드 마이크>, <국민일보> 기사도 퍼나르는 중이다.

지적할 점은 또 있다. 에스더 운동의 성명을 받아 쓴 <국민일보> 기사 작성자는 백아무개 기자인데, 백 기자는 <한겨레> 분석 결과 가짜뉴스의 주요 도달자로 드러나 바 있다. 언론회가 낸 어이없는 논평마저 받아 쓴 매체도 있다. 바로 제주퀴어축제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한 것으로 드러난 <크리스천 투데이>다. 이 모든 징후들은 한국교회는 물론 교계 언론마저 중병이 들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가짜뉴스를 퇴치하는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언론 소비자의 의식 수준 향상이다. 개신교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는 건, 목회자나 이용희 같은 교계 '유력' 인사들이 생산한 가짜뉴스를 성도들이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짜뉴스를 어떻게 식별할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달 1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가 개최한 이야기마당 '가짜뉴스와 개신교'에서 논찬자로 참여한 심영섭 방송통신위원의 글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독자들이 아래 심 위원의 글을 꼭 읽어주기 바란다. 독자들, 특히 개신교 성도들이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안목이 높아지면 목사들이 개념 없이 퍼뜨리는 가짜뉴스가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진짜 뉴스인지 가짜 뉴스인지 쉽게 알 수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슈나이더와 토이카-자이드(Schneider, G. & Toyka-Seid, C., 2018, The Young Policy Encyclopedia)는 4가지 단계를 제안합니다. 자세히 관찰, 심사숙고, 비판적 읽기, 출처확인입니다.

첫째, 모든 정보를 자세히 관찰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헤드라인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면 의심해볼만 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선동하는 주장만 있다면 의심해볼만 하다는 점입니다.

둘째, 심사숙고입니다. 자세히 관찰한 결과 의심이 간다면, 그 주장을 전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비판적 읽기입니다. 가짜뉴스의 전형적인 전달방식은 따옴표입니다. 기자나 전달자가 직접 취재하거나 확인하지 못했고, 누군가 ‘카더라'라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의구심이 드는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일방적인 주장이라면, 반문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론이란 하나의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견해가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뉴스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나옵니다. 누가 의심스러운 정보를 퍼뜨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저작물에는 ‘출처'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사이트도 작성자, 편성책임자, 그들의 주소와 연락처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세한 정보가 누락되었다면, 그것은 조작된 정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특정 언론사만 보도했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 심영섭, "그래서 ‘가짜뉴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에서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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