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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칼럼]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

입력 Oct 25, 2019 06:20 PM KST
kimkisuk
(Photo : ⓒ베리타스 DB)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1226년 10월 3일, 기독교 2천 년 역사상 가장 그리스도를 많이 닮았다고 상찬받는 성 프란체스코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세속적인 권력까지 손에 쥔 교권주의자들이 주님의 교회를 망가뜨려 놓고 있을 때, 그는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가난의 영성'을 주창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성자 프란체스코'에서 프란체스코가 아직 세속적인 생활에 몰두하던 어느 날 꿈에 다미아노 성자를 만났던 일화를 들려준다.

성인은 누더기를 걸친 채 맨발로 지팡이에 의지한 채 울고 있었다. 깜짝 놀란 프란체스코가 성인에게 천국에 계신 것 아니냐고, 천국에도 눈물이 있냐고 물었다. 다미아노는 천국에도 눈물이 있다면서 그 눈물은 아직도 지상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말한다. 성인은 이어서 그리스도의 교회가 위험에 처했다면서 속히 잠에서 깨어나라면서 말한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여.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네. 그리스도께서 위험에 처해 있으니 어서 일어나게. 세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네의 등으로 떠받치게. 온 교회가 나의 작은 예배당처럼 퇴락하고 무너져 내려 폐허가 되고 있다네. 교회를 일으켜 세우게!"

프란체스코는 그것을 하늘의 부름으로 받아들였고 이후의 그의 삶은 무너진 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바쳐졌다. 하나님을 위해 철저히 자신을 비웠기에 그는 자유로웠다. 앎에 대한 천박한 호기심과 남보다 크게 보이고 싶은 허영심을 버리자 신적 사랑이 그의 속을 가득 채웠다. 하나님은 상한 갈대 같은 그의 속에 숨결을 불어넣어 하늘의 소리를 발하게 하셨다. 하나님의 마음에 접속된 채 바라본 세상은 신비 그 자체였다. 그는 태양을 형님으로 달을 누님으로 부른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심지어 무정물까지도 하나님을 찬미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 새삼 그가 그리워지는 것은 '가난의 영성'을 잃어버린 한국교회의 현실이 암담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교회됨은 규모에 있지 않다.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 사용 가능한 재정이 넉넉할 때 사람들은 자기를 과대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크기의 신화에 속절없이 굴복한다. 하지만 크기와 영성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가 세상의 추문거리가 된 것은 사람들이 저마다 교회성장 신화에 몰두하면서부터이다. '성장'이 암암리에 지상과제가 되는 순간 예수 정신은 스러지기 십상이다. 본(本)과 말(末)이 뒤집힐 때 그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교회 밖 사람들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각 교단의 총회가 열리는 가을이 참 괴로운 계절이 되었다. 교회는 욕망을 중심으로 맴도는 세상 사람들에게 초월의 빛을 비추어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 따라서 각 교단 최고 의결기관에서는 그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역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심도 있게 논의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 사이를 가르는 장벽을 쌓는 일에 몰두하거나, 자신들이 제정한 헌법을 특정한 교회와 개인의 편의를 위해 왜곡한다. 토라는 재판할 때에 가난한 사람이라 하여 편을 들지도, 힘 있는 사람이라 하여 두둔해서도 안 된다고 가르친다. 공의와 정의의 토대가 무너지는 순간 공동체 전체가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성찰적 지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사람들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스스로 정화할 능력을 상실할 때 종교는 쇠락기에 접어든다.

얼마 전 신문에서 본 한 장의 사진이 몹시 충격적이었다. 스위스 북동부 알프스 산맥에 속한 해발 2700미터의 피졸산 정상 밑자락에 검은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빙하를 애도하는 장례 의식을 치르기 위해 모였던 것이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온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나님을 창조주라고 고백하는 이들이라면 피조물들의 신음소리에 어떻게든 응답해야 한다.

세상이 점점 위험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혐오와 적대감의 언어가 늘어나고, 공감의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 땅 끝에 서 있는 이들이 많다. 교회는 그들의 설 땅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자족하는 신앙을 넘어서야 한다.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교회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이 글은 청파김리교회 홈페이지의 칼럼란에 게재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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