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도 "까부는가?"
최근 거의 한 달이 넘게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낮에는 정치 데모에 밤에는 철야 예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그 수많은 폭언과 막말 끝에 "하나님 까불지 말라"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했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특히 목사라는 사람이. 그리고 하나님이 무얼 어떻게 까불고 있단 말인가? 기독교의 경전인 신.구약 성경에 하나님이 "까불었다"는 기록이 있었던가? 기독교의 역사 가운데 하나님의 속성을 말한 신학자 철학자들이 많았지만, 니체 같은 철학자가 "하나님은 죽었다. 우리 인간들이 신을 살해했다"고 했다지만, 그리고 1960년대에는 미국 신학계의 몇몇 신학자들이 "사신주의' 신학을 폈지만, 하나님이 "까분다"는 신학적 발언은 정말 금시 초문이다.
"까분다"는 말은 어떤 경우에 쓰는가? 생각해 본다. 우리 말 사전을 찾아 볼 것도 없이 "까분다"는 말은 "경망하게 행동한다"는 뜻이 있다. 또는 종잡을 수 없이 이랬다저랬다, 흔들거리며 행동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조상도 하나님도 모르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왜 그러는지 이유도 목적도 없이 까불 까불, 몸을 흔들어 대면서 주체 없이 행동한다는 뜻도 있다.
대개 정상적이 아닌, 이상한 행동, 어른들 앞에서 부적절하게 행동할 때 "까분다"고 하기도 하고, "까불지 말라"고 꾸짖기도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 까불지 말라"는 뜻은 하나님이 부적절한 행동, 하나님답지 못한 행동을 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하나님이 어떻게 경거망동을 했길래 목사란 사람에게 "하나님 까불지 마시요"라는 말을 듣는가?
전 목사가 인간으로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이 하신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했을까? 인간이 하나님의 신비를 모두 헤아리기 어렵다. 하나님이 인간의 역사 속에 개입하시는 일을 인간이 어떻게 모두 헤아릴 수 있을까? 오늘 우리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너무 이해하기 힘들어서, 속이 상한 나머지 화가 나서 전 목사가 하나님에게 대들면서 한 말이 고작 "하나님 좀 까불지 마소!"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이 까부는 것이 아니라, 전 목사가 지금 하나님 앞에서 경거망동하고 있고, 함부로 말하고 까불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제발, 목사의 이름을 걸고 전 목사는 너무 까불지 말라. 목사의 직책, 제사장의 자리, 선지자의 바른 자세를 던져 버리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하면서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책임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고, 망동이고 폭행이라고 그 많은 철학자들이 그리고 신학자들이 가르쳐 왔지 않았는가?
수 많은 선지자들이 하나님 앞에 엎드려 "하나님, 어찌하여 저를 괴롭히십니까? 이 고통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왜 우리가 이꼴이 되었습니까? 하나님 계십니까?" 눈물을 흘리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던 경험이 있다. 예수도 십자가에 매달려 피 흘리며 고통을 당하면서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Eloi, Eloi, lama sabachthani]..." "하나님 하나님,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소리 질러 고통을 호소하지만, "하나님 아버지 왜 까불고 있습니까? 십자가가 무슨 쇼 입니까?"라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 뜻대로 하시옵소서." 예수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본보기이다.
전 목사도 그만 "까불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길을 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