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회장 김영한 박사)은 8월11일(월)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성명서 “군 인권 유린 방지할 제도적 장치와 부모 포함 외부 감시 기구 만들라”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2014년 4월 한 달간 군내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한 결과 3천900여 명의 가혹행위 가담자를 적발한 사례와 2014년 2월 기준으로 사망 이유나 경위를 알리지 않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사례가 180여건에 달한다는 보고 등을 거론하며 군내 폭행 사고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성명서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군의 인권실태를 엄중히 조사하여 군 가혹행위 근절대책 수립 시 부모 포함 외부감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사단장, 군단장이 수사와 재판을 좌우하는 군 사법체계는 고쳐야 [하며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또는 Deep throat)를 보호하고 보상하는 법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병영문화를 인간성이 숨 쉬는 분위기로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공동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폭력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 그리고 윤 일병 사건은 도덕적으로 황폐하게 된 청소년들의 인성적인 파산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청소년들의 정서순화와 도덕성 회복을 위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군 인권 유린 방지할 제도적 장치와 부모 포함 외부 감시 기구 만들라
-병영 문화를 인간성이 숨 쉬는 분위기로 개선하라-
지난 6월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최근 드러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엽기적이고 가혹한 집단구타에 의해서 사망한 범죄 사실을 군이 은폐한 의혹까지 불거져서 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군영 내 구타와 가혹행위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군은 2014년 4월 한 달간 전 부대를 대상으로 가혹행위 여부를 긴급 조사한 결과 3천900여 명의 가혹행위 가담자를 적발했다. 2014년 2월 기준으로 사망 후 1개월이 지났는데도 군에서 보관하고 있는 시신과 유골의 수는 180구에 이른다고 한다. 병역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국가가 사망 이유나 경위를 확실히 알려주지 않아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죽음이 수백 건이다. 이는 심각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자식이 병영 내에서 구타 폭행으로 죽어나가는 현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윤 일병을 죽게 한 가해병사들을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고 기만하고 속인 군 지도부의 행위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군을 믿고 귀한 자식을 보냈는데 구타와 폭행에 의해 시커먼 주검으로 되돌려 받는 이런 허망함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군에 보낸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으로 국가와 사회, 교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윤 일병 사건의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수립, 책임자 처벌을 강도 높게 하여야 한다. 진상조사위원회에는 군뿐만 아니라 반드시 민간인도 참여해야 한다. 또한 현역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해당 부대 전역자들에 대하여도 광범위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2. 군의 인권실태를 엄중히 조사하여 군 가혹행위 근절대책 수립 시 부모 포함 외부감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상임위원회를 열고 최근 군대 내 가혹행위 문제가 불거진 군부대 4곳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군대 내의 가혹행위 그리고 자살사건을 야기하는 국군의 열악한 인권실태에 국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고 국가의 안보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하고 있다. 부대 내 가혹행위에 대하여 국군 전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동료에 대한 구타 및 가혹 행위가 군령위반임을 재교육해야 되고, 장교 및 사병 열외 없이 전문가에 의한 인권교육을 받아야 한다. 군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여 군 인권개선을 위한 근본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독일과 스웨덴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군 외부에 인권 감시조직을 두고 있다.
3. 사단장, 군단장이 수사와 재판을 좌우하는 군 사법체계는 고쳐야 한다
군에서 폭행 문제가 있을 때 이것을 노출시켜야 정확한 해법이 나오는데 축소은폐를 하려고만 할 때 군의 인권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 이번 사건도 민간단체인 <군 인권센터>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병사가 사망하면 군 수사기관은 은폐와 축소를 시작한다고 한다. 사단장과 군단장이 수사 감독권을 자기면책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상시적인 군 의문사 조사 기구를 만들고 수사 과정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켜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리고 군은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또는 Deep throat)를 보호하고 보상하는 법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가해자들의 은폐 공모로 인해 묻힐 뻔했던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한 병사의 용기 있는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우리 군이 직면하고 있는 비리와 부패를 일벌백계하기 위한 내부고발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보상과 보호가 반드시 선행되었을 때 군대의 적폐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단장, 군단장이 수사와 재판을 좌우하는 현 군사법제도를 고쳐야한다. 지금처럼 유족들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 대신 의무복무 중 사망한 경우 당연히 순직처리를 하되 군이 개인에 의한 사망을 입증할 수 있을 때 순직 처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독일, 프랑스에서는 평상시에는 군사법원을 두지 않고 민간 검찰과 법원에 맡긴다. 영국에서는 1심만 군사법원이 하고, 2심은 일반법원이 한다. 미국에서는 군사법원이 상설이 아니라 필요시 임시로 구성된다.
4. 병영문화를 인간성이 숨 쉬는 분위기로 획기적으로 개선하라
병영이나 생활관까지 비공개로 일관하고 소통이 막혀버린 구조는 범죄나 비리의 악순환을 키우는 데 일조한다. 경직된 소통 체제를 바꿔야 한다. 정신교육, 전투훈련은 더 강화해야 하지만 병영이나 생활관에서는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휴대폰 지급이나 군 옴부즈만 제도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사기를 제고하려면 지휘관의 일방적 지시나 권위적인 언행보다 부하들을 자식처럼 인격체로 존중하고 상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5. 정부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폭력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 부대 내의 가혹행위나 이로 인한 자살사건은 강력한 법적인 제재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것은 오늘날 청소년들의 학교폭력이나 자살사건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엽기적인 폭행을 한 가해자들도 사실 피해자로부터 가해자로 변해 간 것이다. 이번 사건의 주동자 이모 병장 역시 군대에 들어오기 전 가정과 사회에서 이미 분노를 통제할 수 없는 정서적 장애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이런 폭력적인 성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본다. 부대 내 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히 구호나 일벌백계의 외침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이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치료하는 심리상담전문가나 정신의학자나 영적으로 도울 수 있는 목회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6. 한국교회는 청소년들의 정서순화와 도덕성 회복을 위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윤 일병 사건은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국사회의 도덕적인 위기의 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가해자들의 황폐해진 인성과 도덕성은 기성세대의 잘못된 가치관과 행동의 산물이다. 한국사회가 물질적인 번영을 위해 질주하면서 세월호 참사에서 꽃다운 청소년들을 죽게 했는데, 이번 윤 일병 사건에서는 도덕적으로 황폐하게 된 청소년들의 인성적인 파산을 보게 된다. 아무리 강력한 법적인 제재가 있다 해도, 청소년들에게 도덕성을 세워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학교나 군대에 더 심각한 가혹행위, 폭력사태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청소년들의 정서 순화와 도덕성 회복을 위해서 기도하며 책임을 다해야 한다.
2014 8월 11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