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만인·만유구원론 보다는 천국, 지옥 복음 선포해야"

대전신대 김형근 교수, 「신학과 사회」에서 칼뱅 이중예정론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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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위르겐 몰트만 박사

칼뱅의 이중예정론의 결과인 이중심판론에 대한 비판으로 제시되는 몰트만의 만유구원론은 성서 신학적으로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만유구원론을 이중심판론을 지지하는 성서의 구절과 선행 연구들을 토대로 비판적으로 재검토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형근 교수(대전신대, 조직신학)는 「신학과 사회」 최근호(2024년 2월)에 투고한 '칼뱅의 이중예정론에 대한 신학적 수용과 비판'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에 이중예정론, 이중심판론, 객관적 화해론 그리고 만유구원론의 장단점을 논하면서 성서에 기초한 종말론적인 구원으로서 이중심판의 적합성을 제안했다.

몰트만은 자신의 우주적 종말론을 피력한 『오시는 하나님』에서 이중심판의 결과를 극복하는 만유구원론을 주장하기 위해 칼뱅의 이중예정론을 "참된 분립주의"로서 그리고 이를 재해석한 바르트의 객관적 화해론을 "개방된 보편주의"로서 소개한 바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몰트만은 바르트의 객관적 화해론에 입각해 이중심판의 한 결과인 지옥을 한시적인 과정으로서 주장하고 지옥같이 고통스러운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가 가져오는 구원 사역의 범위를 만인과 만물에로 확대시켜 적용한다. 이른 바, 만유구원론을 주창한 것이다.

그러나 찬반 논란을 불러 일으킨 만유구원론에 대해 김 교수는 "만유구원론의 장점들은 이중심판론을 지지하는 성서의 구절들에 기초해 비판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을 배제하는 경향을 지닌 칼뱅의 이중예정론도 문제지만 만유구원론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택과 유기'의 칼뱅의 이중예정론에 대해 그는 "개혁신학은 무조건적이고 이중적인 선택과 유기가 아니라 오히려 유기를 제외한 구원받을 자에 대해서만 무조건적이고 단일한 선택을 말함으로써 강제적으로 유기된 사람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하나님에게 투영된 악의 창시자라는 이미지를 제거한다"며 " 죄인들이 버림받아 구원받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이 미리 예정하신 것이 아니라 차별 없이 전해지는 복음을 거부한 그들의 자유의지적인 반응에 기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중예정론의 본래적인 목적은 인간의 구원에 있어서 전능하신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도권과 자유로우신 하나님으로부터 값없이 베풀어지는 은총을 높이 찬영하려는 것"고도 김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중예정론이 신학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까닭은 그것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유기되기로 작정된 사람들의 억울함을 해명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선택과 그 선택을 완성시키는 불가항력적 은혜 앞에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응답이 무시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바르트의 객관적 화해론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김 교수는 "객관적 화해론이란, 만인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주관적 믿음과 관계없이 십자가 사건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하나님과 이미 화해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입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어 받아들이는 순간이 바로 인간이 하나님과 화해되는 시점이다. 이와는 달리 바르트는 인류가 하나님과 화해된 순간은 개개인의 믿음의 순간이 아니고, 오히려 초림 예수께서 수치스럽고 고통스런 십자가에서 인류의 죄악을 짊어지고 죽으실 때이며, 바로 그때 모든 인류의 죄는 다 해결되었다는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바르트의 객관적 화해론을 가리켜 "믿음 없이도 마침내 모든 인류가 구원에 이른다"는 만인구원론과 유사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바르트는 자신의 객관적 화해론은 믿음 없이 모두가 구원받는 "만인구원론(Allerlösungslehre)"이 아니라, 오히려 모두가 하나님과 화해되어 있다는 "만인화해론(Allversöhnungslehre)"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바르트의 객관적 화해론은 격렬한 신학적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그의 화해론이 만유구원론으로 기울고 있다는 이유로 브루너 브루너(Emil Brunner)와 그의 제자 에벨링(Gerhard Ebeling)이 그것에 대해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그러나 바르트 자신은 만인화해론을 주장했을 뿐이라며 "만인을 향한 선택과 화해를 의미하는 자신의 이중예정론과 객관적 화해론에서 만인구원론을 이끌어내는 신학적 상상의 산물"을 경계했다. 이처럼 객관적 화해론은 만인구원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신교를 넘어 가톨릭의 신학 형성에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

바르트의 객관적 화해론을 수용한 몰트만은 칼뱅의 이중예정론에 따른 심판의 두 결과를 "사랑의 하나님의 영광을 밝히 드러내는 만유구원에 이르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해석했다"고 밝힌 김 교수는 "몰트만의 『오시는 하나님』에서 바르트의 만인화해론과 라너의 만인구원론을 넘어서 그것들 다 포용하는 만유구원론으로까지 종말론적인 구원의 범위를 우주적으로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만유구원론의 성서적 전거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빠트리지 않았다. 만물의 회복과 관련해 몰트만은 "우주적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화해될 만물, 즉 모든 사람과 생물과 천사와 불순종한 천사들까지도 포함하는 만물의 회복과 세계의 완성을 향한 만물의 귀향으로 해석한다. 에베소서 1장 10절은 그리스도 안에서 예정되었던 것으로서 일어날 만물의 통일은 인류의 구원과 더 아름답고 완전한 회복을 말한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김 교수는 특히 "골로새서 1장 20절은 화목의 중보자인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로써 하나님과 인간과 만물이 상호간에 화해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며 "그렇지만 이 구절을 만인을 포함한 만유의 구원과 심지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탄까지도 구원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하나의 입증되지 않은 가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아담-그리스도의 유형론을 만유구원론의 성서 전거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이런 아담-그리스도의 유형론은 로마서의 맥락 속에서 둘째 아담인 그리스도의 속죄를 통하여 이루어질 만유구원을 의미하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 미치는 영생을 말하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했다.

이 밖에 몰트만이 요한계시록 21장 5절, 마태복음 25장, 마가복음 9장 49절의 말씀을 근거로 이중심판의 결과로서 멸망과 지옥의 고통은 있지만 그것이 무시간적인 영원은 아니라고 해석한 데 대해서도 "마가복음 9장 42절의 영생에 대비되는 지옥의 꺼지지 않는 불과 마태복음 25장 46절의 "그들은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는 선언은 영생과 영벌의 개념을 달리는 평행선처럼 극명하게 대조시켜 말하고 있다"고 그는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사랑의 하나님이 종말론적으로 성취하실 풍성한 구원의 범위를 확대시켜 말하는 만인구원론이나 만유구원론보다, 오히려 요한복음 5장 29절의 "선한 일을 행한 자는 생명의 부활로 악한 일을 행한 자는 심판의 부활로 나오리라."에 근거하여 생명의 부활과 심판의 부활을 말하는 이중심판의 두 결과인 천국과 지옥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교회현장에서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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