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는 "3월의 시선 2017"로 "박근혜의 7시간"을 선정했다. 위원회는 '박근혜의 7시간'을 타자의 아픔에는 공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사익 추구에만 오롯이 집중한 이기적 시간의 상징으로 지목했다.
"박근혜의 7시간"을 "3월의 시선 2017"로 선정한 취지는 아래와 같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는 3월의 「(주목하는)시선 2017」로 '박근혜의 7시간'을 선정했다. 본 위원회는 타자의 아픔에는 공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사익 추구에만 오롯이 집중한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의 이기적 시간으로서 '박근혜의 7시간'에 주목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진도앞바다 맹골수도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에서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이 발버둥칠 때, 7시간동안 대통령직무에서 사라졌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박씨의 행적은 오직 자신의 머리를 올리기 위해 미용사를 여러 차례 불렀다는 것뿐이다.
선출된 권력이 정치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동안, 금요일엔 돌아오겠노라 약속하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제주도로 이사를 떠났던 가족 들을 포함해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일상을 위해 집을 나섰던 이들 304명은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박씨는 자신이 낭비한 7시간을 감추기 위해 세월호의 아픔을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데 이용했다.
지난 2017년 3월 22일 박씨는 또다시 '사익에 충실한 7시간'을 보냈다. 박씨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부정청탁 등 13가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신의 진술문을 읽고 또 읽느라 7시간을 몰입했다. 자신의 체면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사투를 벌렸지만, 그 시간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를 기다렸던 국민의 바램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선출된 권력이었던 박씨에게 국민이 기대했던 최소한의 도덕성을 그는 보여주지 않았다. 박씨가 사적인 7시간을 보낸 다음날 세월호는 인양되었다.
'대통령의 7시간'은 2000여년 전 예루살렘 궁전에서 헤롯왕의 생일 연회에서 춤을 춘 대가로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한 살로메의 자기도취를 떠올리게 한다(막 6:20-29). 예루살렘의 부패한 권력과 교회는 절망에 빠진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사회개혁을 요구했던 세례자 요한을 희생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이기적 삶을 보호했다. 박씨는 아홉 명의 국민이 갇혀있던 세월호가 진도앞바다 맹골수도에 있음에도 1073일 동안 인양을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이 인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 박씨와 그를 둘러싼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아픔을 감싸기 위한 최소한의 이타심마저 포기했었다. 절망에 빠져 살아가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전파하던 세례자 요한을 죽여서라도 '지상의 천국'을 지키려했던 살로메의 '광란의 춤판'처럼 박씨의 '7시간'은 슬픔에 빠진 국민에게 절망을 주는 시간이다.
독일의 조각가 케티 콜비츠(Kathe Kollwitz)가 만든 피에타(Pieta)상은 전쟁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안고 말없이 눈물 흘리는 늙은 어머니를 투박하게 묘사하고 있다. 콜비츠의 피에타는 주검이 되었더라도 아들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 땅의 어머니 아홉 명은 아직도 3년전 맹골수도에 침몰한 세월호에 갇힌 아들과 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40대의 젊었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엄마들은 이제 3년을 30년처럼 살아오며 가슴이 논바닥처럼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그들의 아픔은 박씨의 7시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사회는 공인이 되지 말아야할 사람에게 공직을 맡긴 잘못으로 2000년전 예루살렘에서 발생했던 비극을 서울에서 다시 재현하고 말았다. 2017년 5월 9일 우리는 박근혜 정권이 초래한 국정혼란과 국기문란을 극복하고, 한반도 안팎으로 불어 닥친 문제를 해결해야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다. '박근혜의 7시간'은 사익을 위해 7시간을 낭비할 자와 국익을 위해 7시간을 온전히 바칠 수 있는 지도자를 구분하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암흑 속에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가 "그동안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라며 피눈물을 흘리던 역사를 이제 끝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이익에만 철저하고 사회적으로 부패한 이기심을 버려야 할 때이다. 3월의 「(주목하는)시선 2017」으로 '박근혜의 7시간'을 선정한 것은 타자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이 땅의 정치를 꾸짖는 일이자, 슬픔에 빠진 이들과 충분히 함께하지 못한 한국기독교의 신앙고백이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