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노동할 기회를 빼앗으면서 종국적으로 인류가 노동 종말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개신교 노동신학을 새롭게 정초하려는 시도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봉석 교수(감신대 외래/ 실천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근호에 발표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 인한 노동종말의 시대 : 의식개혁을 위한 기독교 노동신학의 정초 연구'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이 일으킨 변화에 대한 일반적 이해로서 전통적 노동개념과 개신교 노동신학에 근거를 둔 근대적 가치나 도덕적 의무를 해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며 개신교 노동신학 재구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먼저 "사라져가는 인간 노동과 관련하여 사람이 주체의 자리에서 잉여적 존재로 혹은 도구적 존재로 퇴보하는 것을 다루고, 개신교 전통의 근대적 노동신학도 변화야 한다는 것을 다뤘다"며 "노동할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 기술사회에서 일자리를 박탈당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근면 성실을 권하고 게으름을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대인은 불가피하게 새로운 노동 사회를 구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앞으로의 사회를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진단한 이 교수는 이어 "디스토피아적 미래라 함은 인간의 노동이 존재론적으로 위협받고 있고, 결과적으로 시민으로서의 삶도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라며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형성된 '임노동' 개념이 디지털 혁명을 거치는 기술 사회에서는 타당하지도 않으며 적합하지도 않음을 밝힌다"고 했다.
근대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한 개신교 노동신학 개념 수정이 불가피하다고도 전했다. 그는 "하나님의 창조로부터 '모두'를 살리는 노동 개념의 확장을 제안하며, 생명을 살리는 모든 행위와 자연을 포함하는 모든 피조물을 돌보는 것이 노동 개념에 포함되어야 함을 말한다"며 "이와 같이 노동에 대한 개념과 인식의 대전환이 확장되면 현실적 문제로서 기본소득, 시민노동, 시민수당과 같은 대안들이 한국사회 안에서 공감을 얻으며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도전받는 기독교 노동신학과 관련해 그는 기독교 고유의 노동신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그는 "울리히 백은 기독교의 노동신학이 현대 기술사회에서 유용한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그것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을 수행하여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었고 노동하지 않는 인간은 필요치 않기에 인간 존재마저도 의미를 잃어버리는 위험사회가 되어 제기된 문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노동하는 자만이 먹는다'라는 성서의 가르침에 대해 "노동의 종말 시대 시민수당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울리히 백이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 노동윤리"라며 "사실 기독교 노동윤리는 게으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베버에 의하면 청교도의 일에 대한 이해와 금욕적 생활방식이 자본주의 생활양식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이 같은 노동윤리는 이 같은 19세기 말 근대자본주의의 핵심으로 노동의 윤리적 측면을 잘 설명한 측면이 있다고 본 이 교수는 "형벌로서의 노동을 구원의 방편으로 설명함으로써 근대 자본주의 생산방식에 맞는 사회의식을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울리히 백의 비판과 깉이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하는 시대에 기독교 노동윤리는 현대의 기술문명을 설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며 "전혀 인간의 노동이 없는 노동이란 점에서 전혀 새로운 생산방식이며 새로운 사회의식을 요청하고 있다. 어쩌면 노동의 종말을 예견하는 현대 기술사회에서 기독교 노동신학은 일하지 않고 먹는 것을 권리로 인정하고 나태함이나 게으름과 같은 악습을 도덕의 범주에서 상대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칼뱅의 노동신학도 조명했다. 이 교수는 "칼뱅에게 노동은 신의 지속적인 창조와 섭리의 과정에 참여하는 수단이며 신의 섭리가 자신들 속에 이뤄질 것이라는 청지기적 사명의 행위"라며 "다시 말해 노동은 죄의 결과이고 형벌이고 사회의 하층민이 하는 것이라는 전통적 고정관념에서 '아니다 노동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며 모든 노동이 귀하다'는 근대적 의식의 전환을 가져온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대에 들어 또 다시 이러한 노동 의식의 대전환이 일어나야 할 시대가 되었다고 본 이 교수는 강원돈의 연구를 종합하며 "진정한 노동은 정의와 평화를 보장하는 왕의 직무와 같은 것"이라며 "인간 존재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기 때문에 세상 속에서 모든 피조 세계를 조화롭고 평화롭게 만들어야 하는 살림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인간의 노동은 특정한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더 광범위한 인간의 '살림'에 연관된 모든 활동을 뜻하고 있다"며 "노동의 지평을 확장하는 안식일에 대한 설명도 나태함이나 게으름을 정죄했던 근대적 사고의 전환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구속사적 선교 맥락에서 구성된 근대적 노동 개념의 해체를 주장한 이 교수는 끝으로 "기독교 세계관에서 보는 인간의 이해가 노동소멸의 시대 '모두'를 살리는 노동 개념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며 "생명을 살리는 모든 행위와 자연을 포함하는 모든 피조물을 돌보는 것이 노동 개념에 포함되면 사회가 신체 건강한 성인들에게 그들이 무엇인가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풍요로운 생활이 그들의 권리이기 때문에 부유한 삶을 제공해야 한다는 합의가 좀 더 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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