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생태 문제,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정석환 교수, 생태세미나서 ‘생태학과 심리치료’ 주제 강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저 하나부터 작은 실천적 영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봐요. 하다 못해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든지, 소비를 줄인다든지 말이죠. 더 이상 방관만 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연세대 신과대학장 정석환 교수. 정 교수는 지난 11일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가 주최하는 ‘대학, 생태를 말하다’ 연속공개강좌 세번째 시간에 초청돼 ‘에콜로지와 심리학’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베리타스 DB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소장 전현식, 이하 기문연) 연속공개강좌 ‘대학, 생태를 말하다’에서 한 참석자가 발제와 논평이 끝난 뒤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 짧지만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혔다. 11일 오후 4시 연세대 신학관 B113호에서 열린 세번째 강좌는 이렇듯 참석자들이 생태 문제를 놓고,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실제적인 대응을 전개할지를 고민하게 했다.

‘에콜로지와 심리학’이란 주제로 이날 강사로 나선 정석환 교수(연세대 신과대학장, 목회상담학)는 생태위기의 심리학적 분석 및 처방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평소 생태학과 심리학을 통합시킨 생태심리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오던 정 교수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될 때 겪게된 여러 장애들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과의 친밀한 교제가 불가피하다"며 ‘생태 감수성’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리적 병리의 근원을 지구로부터의 원초적 분리로 본 정 교수는 생태계 위기의 뿌리를 지구로 부터 소외된 자아에서 찾았으며 이어 생태교육, 생태요법 등을 소개하며  생태 위기의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정 교수는 다양한 임상 실험 결과를 근거로 "생태요법에 중심이 되는 전제는 아동기에 있었던 자연계와 인간과의 관계가 몸·정신·영 등 전인 생명체의 근원적인 정체감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며 "초기 아동기에 인간은 인간환경과 함께 자연환경을 내면화한다"고 말했다.

또 생태요법과 생태교육 모델의 목적에 대해서는 "지구로부터의 소외치료를 촉진시키며 더 계획적으로 자신을 개방하며 자연의 양육을 받아들일 수 있게 조장해야 한다"며 "이것을 위해 사람과 자연계와의 상호 존중하는 교제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근 작고한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 신부가『우주 이야기』에서 언급한 표현을 인용해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주체와 객체가 아닌 주체와 주체로 설정한 정 교수는 인류가 구체적인 자기 녹색화를 진행해 ‘생태연대’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생태연대는 몸, 정신, 영 그리고 관계 전체를 포괄하는 총체적 인간으로서 땅에 뿌리를 둔 존재라는 개념에 기초, 인간 자신이 경험한 생태계의 이야기를 표현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느낌과 위험성을 새롭게 인식해 삶의 스타일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총체적 순환 활동이다.

‘생태연대’에서 필수 불가결한 생태교육 목표에 관해서는 "지구소외를 방지하는 기초적인 방법이며 땅에 뿌리를 둔 지구 알기와 지구 보호의 관심 증진을 위함"이라며 정 교수는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중년기, 노년기 등 각 연령대 별로 발달적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지구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느낄때 지구치유가 바로 심리치료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고 주장하며 지구안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발견하는 자기의 녹색화를 재차 강조했다. 이런 자기와 지구의 상호관계성의 회복은 인간 심리를 무시하는 생태운동의 한계는 물론, 지구로부터의 원초적 분리를 깨닫지 못하는 환원주의적 심리학의 한계를 잘 지적하면서, 잃어버린 자아와 훼손된 지구의 공동회복의 길을 보여주는 생태심리학적 통찰력과 비전을 설득력있게 제시했다는 평가다.

정 교수의 발제가 끝나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 이윤석 박사의 논찬이 있었고, 곧 토론 순서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의 쇄도하는 질문에 정 교수는 재치있으면서도 뼈대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11일 오후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가 주최하는 연속공개강좌 ‘대학, 생태를 말하다’ 세번째 시간이 이어졌다. 발표를 마친 정석환 교수가 참석자들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단기적 측면에서 생태 교육을 교회 현장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느냐"는 이윤석 박사의 질문에는 "우리가 굳이 오전, 오후 예배를 교회에서만 드리라는 법이 있느냐"며 "오전 예배를 교회에서 드렸다면 오후에는 자연 심방을 통해 자연에 노출되고, 접촉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안했으며 "생태 영성 개발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고 묻는 또 다른 참석자에게는 "리스닝 훈련이 필요하다"며 "기도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 얘기만 하지 말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 그리고 자연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듣는 영성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문연이 주최한 이번 생태 연속공개강좌가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세미나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참석자들로 붐볐다. 다음 시간에는 ‘에콜로지와 여성학’을 주제로 연세대 김현미 교수(문화인류학)가 발제를, 이인경 교수(계명대학교)가 논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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