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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세상은 이기적 욕망으로만 운행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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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김진한 기자)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강원도 동해바다에서 새해를 알리는 일출 전경.

격랑의 정유년이 지나고 무술년의 새해가 밝았다. 촛불과 태극기의 격돌, 대통령 탄핵과 새 정부의 탄생, 북한 정권의 핵 도발, 지진, 대형화재 ... 재난영화로 치면 이런 블록버스터 감이 없는 사건들을 우리는 작년에 겪었다. 연일 계속되는 정치적 견해의 충돌, 북한의 위협, 갑질, 인명경시 풍조 등이 조성한 갈등과 긴장과 불안이 그동안 회자되어온 '헬조선'의 실상을 현실화했다. 그 지옥은 C.S. 루이스가 말했듯이 "존재의 허무 속으로 사라져가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다. 그 가운데 살아남은 우리는 재난영화 주인공의 연기력을 입증한 바와 다름없다. 아니면 운 좋게 재난을 피해 다녔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그래서 새해에는 이런 격랑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두 한결같을 것이다.

이러한 갈등과 긴장과 불안의 이면에는 인간이 자기 이익에 따라 사는 것을 당연시하는 세계관이 도사리고 있다. 작년의 시공간을 격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만든 사건사고들의 동인이 바로 이 세계관인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의 '육반(六反)'편에 이른 대로, "사람은 이기적 목적으로 주고받는다. 이해관계가 맞으면 낯선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로 화목하게 살 것이고, 이해가 충돌한다면 아비와 자식 사이라도 서로 충돌할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세상에 지옥을 만들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판단의 기준이자 세상살이의 원리가 되어 타인의 존재를 비인격화하고 관심 밖의 존재로 배제했다. 따라서 "서로 화목하게 사는" 것도 사실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 된다. 이런 기준과 원리는 또한 다른 사람에 의해 자기도 배제 당하게 했다. 서로를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 정도로나 인식하니 여기는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니게 된 것이다.

혹자는 그러한 이기적인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여 실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서 사람들이 공익을 추구하도록 계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비자처럼 법규만능주의적 발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법이 없어서 헬조선이 되었는가? 법규보다는 관념이 문제이다. 인생만사가 이해타산에 의해서만 조직된다고 당연시하는 통념이 문제이다. 한비자의 '비내(備內)'편에는 수레 기술자와 관 짜는 사람의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세상에는 수레 기술자도, 관 짜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이들은 각자의 일에 충실할 뿐이다. 그러나 가령 사람이 많이 죽으면 수레가 팔리지 않으니까 수레 기술자의 이익이 줄어들고, 반대로 사람들이 부자가 되어 수레를 많이 타고 다니면 상대적으로 관의 수요가 줄어든다라고만 생각하면, 각자의 입장이 절대화되고 상대방은 비인격화될 수밖에 없다. 타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된다. 이처럼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세상 운행의 원리로 당연시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헬조선으로 만들었다. 모든 것을 이와 같이 이해타산의 관점으로 재단하게 되면 결국 자신도 이해타산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비록 현상이 그렇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이해타산에 의해서만 살아가지 않는다. 비록 정견상의 갈등이 있었고 안보의 위협이 있었고 타인의 생명에 대해 무관심했던 순간이 있었지만, 자신을 상대화할 수 있고, 위협하는 사람의 취약한 이면을 통찰하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비록 타락하였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품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해타산이 아닌 사랑의 관점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낸다"(마태복음12:34-35). 세상이 이해타산에 의해 움직인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쌓아두면 세상만사는 긴장과 갈등과 불안으로 연속될 수밖에 없다. 무술년 새해가 밝았으니 하나님 앞에서 새 마음을 갖자.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영과 새로운 마음을 받아 헬조선 같은 현실에도 사랑을 전하고자 다짐하자. 예수께서 주문하신 빛과 소금의 역할은 세상이 이기적인 욕망에 의해서만 운행되는 것이 아님을 입증할 것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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