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민주화 요람’ 한신대가 학생 자치 말살?

[현장] 무기한 1인 노숙 농성 중인 한신대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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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한신대는 1970, 80년대 민주화 역량을 발휘하며 '민주주의 요람'으로까지 불렸다. 그런데 이 학교 총학생회가 학생 자치 말살을 중단하라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신대학교(총장 연규홍)는 민중신학의 산실이자 1970,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학교다. 그런데 지금 이 학교 총학생회가 학생 자치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학교 본관인 장공관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 중이다.

농성이 시작된 건 5월 27일. 처음엔 집단 농성으로 시작했다가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1일부터 관할인 오산시청, 오산경찰서와 협의를 거쳐 무기한 1인 노숙농성으로 방식을 바꿨다.

기자는 9일 오전 현장을 찾았다. 이 학교 총학생회 문희현 부회장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문 부회장은 일성으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면서 총학생회는 등록금 반환, 교수협의회 의장 즉각 선출, 음주운전 적발된 사무처장 교수직 파면 등 학내 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전했지만 가장 핵심 주제는 학교 측의 학생자치 탄압 중단"이라고 밝혔다.

문 부회장에 따르면 학교본부 측이 학생회를 옥죄기 시작한 건 학기초였다. 문 부회장의 말이다.

"학기 초인 3월 학교본부 측은 학생회비를 총학에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학내에선 교목실 A 교수가 부정 채용됐다는 의혹이 일었는데, 총학생회는 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학교본부 측은 개인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학생회비 지급을 거절했다. 이전까지 학생회가 공문으로 요청하면 지급해왔기에, 이 같은 처사는 무척 이례적이었다."

총학생회는 이번 농성에 앞서 3월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인 적이 있었다. 핵심 요구사항은 학교 당국·교직원 노조·교수협의회·학생 대표 등이 참여하는 4자 협의회의 조속한 개최였다. 그러나 농성은 학교본부의 농성천막 철거로 13일 만에 끝났다.

문 부회장은 이후 학교본부 측이 학내 기구와 규정 개정 등으로 학생 자치를 더욱 강도 높게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학기 초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교원 임용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자 학교본부 측은 이 학과 학생 5명을 학생지도위원회에 회부했다. 학생회가 여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학교본부 측은 시위 학생마저 지도위에 회부했다. 이렇게 회부된 학생이 현재 10명이다. 또 학내 시위를 신고제로 하게끔 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시위를 신고했는데 수차례 반려됐다. (학교본부 측이) 허가제로 운영하는 느낌이다."

실제 학교본부는 5월 7일 '캠퍼스와 교사시설물 이용관리 규정' 개정안(아래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또 정문 현수막 거치대와 캠퍼스 건물 벽면에 현수막을 게시하고자 할 때 시설관리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위반 시 사무처장이 강제철거를 명할 수 있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총학생회가 "'불법행위'의 범위가 모호하고 개정안이 학생 활동을 탄압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교무회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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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학생 자치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 중인 문희현 한신대 부총학생회장(사진)은 학교 측의 조치가 실제 활동을 옥죄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문 부회장은 "만약 학교와 마찰이 생겨 총학생회에서 시위라도 하려면 지도위에 회부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도 학생본부가 농성장 전기를 끊고 강제철거를 시도하는 등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1학년 때부터 총학생회 활동을 해왔는데 학교본부 측이 이렇게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인 건 처음이다. 정상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농성은 무기한 이어나갈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적었듯 한신대는 7, 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민주화 역량을 거침없이 발휘했다. 이런 한신대에서 총학생회가 학생 자치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는 광경은 사뭇 역설적이다.

이에 대해 기자는 학교본부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부서인 학생처 김아무개 처장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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