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2020.09.15. 21:40분]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하던 지난 8월 21일, 충남 천안시 안서동 안서감리교회는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란 안내문을 예배당 정문에 붙이고 대면 예배를 중단했다.
이 교회의 안내문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언론도 주목했다.
그런데 이 교회 담임목사인 고태진 목사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추종자에게 폭행 당한 사실이 뒤늦게 JTBC 보도로 알려졌다. JTBC ‘뉴스룸'은 14일 중년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안서교회를 찾아와 고무망치로 고 목사를 수차례 때렸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15일 고 목사를 찾았다. 고 목사는 여전히 '그날'의 일에 놀란 모습이었다. 고 목사는 담담하게 당시를 떠올렸다. 고 목사의 진술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사건 발생 시점은 지난 5일이었다. 앞서 3일 고 목사는 모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송 출연 시점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됐다 퇴원한 전광훈 목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없으면 순교하겠다고 했던 직후였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는 전 목사의 행태에 대해 입장을 물었고, 고 목사는 "대구할 가치도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답했다.
방송 출연 이틀 뒤인 5일 오후 중년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교회를 찾아왔다. 고 목사는 이들에게 인사했고, 이러자 일행 중 여성 한 명이 교회 주변에 있던 고무망치로 고 목사를 폭행했다. 이들은 "왜 애국 목사를 욕보이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은 고 목사를 부여잡고 '성추행'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고 목사는 목 뒤와 허리 등을 가격 당해, 현재 통원 치료 중이다. 그러나 고 목사는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고 목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이들은 '고 목사 맞네' 하면서 폭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경찰을 부르면 이런저런 진술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사태는 더 복잡해진다. 또 너무 아파, 수습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이들에겐 여기서 멈추면 다 없었던 일로 할테니 그만하라고 호소했다. 내가 저항을 하지 않으니, 멈칫했다."
고 목사가 담임하는 안서교회는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한 교회다. 그래서 이들의 폭력행사가 계획범죄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 목사는 계획범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고 목사의 말이다.
"내 방송을 듣고 욱 하는 마음에 찾아온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계획범죄라고 하기엔 이들의 행동이 다소 어설퍼 보였다. 그리고 이들의 눈빛에서 미안함, 쑥스러움, 또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다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다. 나 역시 기억에서 지웠다."
고 목사는 자신의 폭행 사실이 새삼 언론에 회자되는 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취재에 응했다고 했다. 고 목사의 말이다.
"방송 출연 뒤, 협박성 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왔다. 그리고 급기야 이런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걸 보면 그저 정신이 병 들었다고 밖엔 할 수 없다. 몸은 아픈데 마음은 씁쓸하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
고 목사가 담임하는 안서감리교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대면 예배를 중단했지만, 개신교계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여전히 불편해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 목사가 속한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원성웅 감독은 11일자 목회서신에서 "우리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우리가 경배할 분은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다. 우리에게 예배를 드려라, 드리지 말라 명령하실 분은 오직 창조자이시고 구원자이신 우리 주 하나님 한 분 뿐"이라면서 20일부터 대면 예배를 강행할 것을 독려했다.
원 감독은 그러면서 "주일 (공중)예배를 드림으로 발생하는 법적인 책임은 감리교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며 대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참고로 서울연회는 감리교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회로 교단내 영향력도 강하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개신교계 전반은 물론 교단 안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교단 신학교인 감신대에서 기독교 윤리학을 가르쳤던 박충구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 감독의 서신은 여러 모로 감리교회의 정신에서 벗어났고, 한국 사회에서 감리교회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해악을 결과할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