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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단상] 8.15 해방 76년의 생각(3)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입력 Aug 26, 2021 11:30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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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지난 제67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67회 총회에서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 30주년을 맞는 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의 정식 명칭인 한국 에큐메니칼 기독교회의 "평화 통일 백서"이다. "88선언"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총무 격인 오재식 선교교육원 원장이 본인과 나를 포함한 9명의 기초위원이 경찰과 정보부의 눈을 피해 다니면서 기초한 문서이다.

"88선언"은 A4 용지 12장 정도의 길이의 문서이다.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장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의 종'(엡2:13-19)으로 이 땅에 오셨으며, 분단과 갈등과 억압의 역사 속에서 평화와 해방의 하나님 나라를 선포 하셨다 (눅 4:18, 요 14:27)...신앙고백에 이어,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도로 부름 받았음을 (골3:15) 믿으며, 같은 피를 나눈 한겨레가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대립하고 있는 오늘의 이 현실을 극복하며 통일과 평화를 이루는 일이 한국교회에 내리는 하나님의 명령이며, 우리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 (마 5:23-24)임을 믿는다."는 선교적 사명을 천명하였다.

1945년 8.15의 해방은 동시에 민족과 국토의 분단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는 아시아의 수많은 식민지 나라들의 해방과 독립이었으나, 한반도는 예외였다. 38선이라는 인위적 분단선을 그어 놓고, 북에는 소련군이, 남에는 미군이 점령하였고, 각각 분단국가로 분렬 선언을 하고, 이념전쟁을 계속하다가, 6.25 한국전쟁으로 남 북의 군인들 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 등 15개 나라 군인들이 참전하여 무고한 피를 흘렸다. 전쟁 통에 무고한 어린이와 민간인의 희생은 상식과 상상을 넘는다.

"88선언"은 민족분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밝히면서, "분단과 증오에 대한 죄책고백"을 한다. "우리는 갈라진 조국 때문에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을 미워하고 속이고 살인하였고, 그 죄악을 정치와 이념의 이름으로 오히려 정당화하는 이중의 죄를 범하여 왔다."고 고백하고 회개한다. 하나님 앞과 북조선 동포 앞에 무릎 꿇고 동족 증오와 살인의 무섭고 무거운 죄책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회개하고, 용서의 손길을 내밀고,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그러나, 1988년 2월 29일, NCCK 총회에서 이 88선언문이 눈물과 기립박수로 통과되는 즉시, "반공"뿐 아니라 "멸공"을 부르짖고 고집하는 보수 교회의 격렬한 반박의 소리가 들끓었다. "죄책고백은 전쟁광, 적화통일을 획책한 북조선이, 김일성 도당이 할 일이지, 왜 우리가 해야 하나?"였다. 이런 형편에서, 평화를 말하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통일을 말한다는 것은 "헛수고"인 것이 너무도 분명한 현실 같았다. 진정한 해방, 진정한 8.15 민족의 광복의 날은 아직 멀고도 먼,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평화와 통일의 희망과 꿈을 담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노래 소리는 이제는 들리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8선언"은 낙심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88선언"의 제2부에 해당하는 "민족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기본원칙"에서는 1972년 남북간에 최초로 합의된 7.4 공동 성명에서 발표한 "통일원칙"--1) 자주, 2) 평화, 3) 사상.이념.제도를 초월한 민족 대단결-이 3대 원칙을 한국교회의 평화 통일 원칙으로 수용한다.

"88선언"은 7.4 공동성명의 3대 원칙에 더하여, "인도주의 원칙"과 "통일 논의에의 민의 참여 원칙"을 제시하였다. 나아가서 "88선언"의 5대 원칙을 실질적인 행동과 정책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가) 남북 간 상호이해를 중진하기 위해서, 서로의 실상을 편견없이 파악기 위하여, 민간의 교류, 방문, 통신 등이 개방되고 개통되어야 한다. 나) 남북 간의 학술분야의 교류와 합동연구를 추진하고, 문화, 예술, 종교, 스포츠 분야 등에서도 교류를 증진해야 한다. 다) 남북 간의 경제 교류는 최대한 개방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나아가서 "88선언"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과감한 제안을 하였다.

1) (평화협정 체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서는 우선 "남북한 당국과 미국, 중국 등 참전국들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고, 불가침조약을 이에 포함시키는 협상을 조속히 열어야 한다."

2)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남북한 상호간의 신뢰회복이 확인되어 한반도 전역에 걸친 평화와 안정이 국제적으로 보장되었을 때,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하며, 주한 유엔군 사령부도 해체되어야 한다."

3) (군비축소) "남북한은 상호 간의 협상에 따라 군사력을 감축하여, 군비를 줄여서 평화산업으로 전환 시켜야 한다."

4) (비핵화) "한반도에 배치되었거나, 한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모든 핵무기는 철거되어야 한다.

"88선언"의 제3부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한국교회의 과제를 열거하면서 8.15 해방과 분단 이후 50년이 되는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였다.

그러나, 희년 선포운동은 오래 가지 못하고 말았다. 1995년 "희년"은 이미 26년 전 이야기로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평화 통일을 한목소리로 말하기에는 분렬되어 있다. 교회 한편에서는 "반공"과 "멸공"을 부르짖고 있는 형편이고, "북진 통일" 아니면 "흡수 통일" 밖에 길이 없다고 외치고 있는 형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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