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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이 횡행하는 세상이 지옥이다 !
리뷰] 연상호 신작 6부작 <지옥>

입력 Dec 08, 2021 06:17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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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 신작 ‘지옥’

<오징어게임>에 이어 <지옥>이 넷플릭스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6부작 <지옥>은 지난 11월 19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는데, 공개 직후 열흘 연속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에니메이션 <사이비>에서 출발해 <서울역>, <부산행>, <염력> 등 앞선 작품에서 연 감독은 현실의 부조리를 판타지 기법으로 재구성해 내는데 천재적 기질을 과시했다.

이 작품 <지옥>에서도 연 감독은 현실의 부조리와 판타지를 아무 거리낌 없이 뒤섞어 지옥도를 완성시킨다.

잠깐 이 드라마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누군가 정해진 시간에 지옥에 갈 것이란 ‘고지'를 받는다. 고지가 예정된 그날, 초자연적인 존재가 고지를 받은 사람을 엄습한다.

얼핏 미국 인기 미니시리즈 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디선가 이런 일은 일어날 것만 같다.

정진수 의장(유아인)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현실성을 불어 넣는다. 정진수 의장은 종교 단체 ‘새진리회' 의장이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지' 현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설파한다. 대중들은 처음엔 냉랭했지만, ‘고지' 현상이 일어난 걸 목격하고 차츰 정 의장의 말에 귀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러던차, 박정자(김신록)란 인물이 등장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박정자는 어느 날 고지를 받는다. 그런데 새진리회는 박정자의 고지를 생중계하겠다고 제안한다. 중계료(?)로 30억을 제시하면서.

새진리회 교리에 의문을 던져온 민혜진 변호사(김현주)는 새진리회의 제안을 뿌리치려 한다. 그러나 박정자는 새진리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는다.

초자연적 판타지와 현실의 부조리는 박정자의 사례에서 자연스럽게 얽힌다. 박정자는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어떤 사연으로 두 아이를 갖게 됐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의의 사도로 자처하는 ‘화살촉' 집단은 박정자의 죄를 캐기 위해 혈안이 된다. 박정자는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홀로 남겨질 아이 걱정에 박정자는 연신 눈물만 쏟는다. 그러나 30억이란 제안은 뿌리칠 수 없었다.

이 정도 돈이면 적어도 아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기에. 그러나 화살촉 집단은 집요했다. 화살촉 집단은 박정자와 아이들의 신상을 인터넷에 말 그대로 ‘까발린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가장 최근엔 ‘가로세로연구소'라는 유투브 계정이 집권 여당 영입인사 개인 신상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으니까. 이렇듯 박정자의 스토리는 대한민국 현실의 단면이다.

고지가 이뤄질 그날, 세상의 이목은 박정자에게로 쏠린다. 그런데 정말 고지가 이뤄졌다. 세상은 충격에 빠진다.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은 이 시대의 예언자로 등극한다.

죄의 삯은 사망? 그게 전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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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넷플릭스)
‘지옥’에서 화살촉 집단은 징벌적 정의의 집행자로 나선다. 이들의 준동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자신에게 쥐어진 권력을 누릴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 역시 20년 전 고지를 받았기에. 이후 그는 왜 고지가 자신에게 임했는지 답을 찾는데 소진한다.

이 드라마는 기성 종교, 특히 개신교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거나 혹은 고지가 권선징악의 시그널이란 단순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기성 종교, 특히 개신교 교회의 가르침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박정자의 고지 이후 새진리회는 권력으로 군림한다. 이들은 죄의 결과로 고지가 임한다는 교의를 설파한다. 그리고 화살촉 집단은 고지가 임한 사람들의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같은 교의에 균열을 일으키는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갓난 아이에게 고지가 임한 것이다. 기존 새진리회의 교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새진리회 유지 사제(류경수)는 이 아이의 고지를 은폐하려 한다.

개신교 기성 교단의 교리는 드라마 속 새진리회와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고지를 받은 당사자와 그 주변인들이 고지를 대하는 태도는 기성 개신교 교단과 별반 차이가 없다. 기성 개신교 교단은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말씀을 근거로 징벌적 정의를 연신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 같은 교의는 종종 담임목사의 교권주의로 귀결되곤 했다. <지옥>이 그리는 현실의 지옥도 역시 징벌적 정의가 판치는 세상이다. 그리고 화살촉 집단의 잔혹행위는 징벌적 정의의 정점이다.

그러나 ‘죄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식의 징벌적 정의로는 복잡한 세상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 드라마 속 고지를 받은 신생아의 부모 배영재(박정민), 송소현(원진아) 부부 역시 왜 갓 세상에 나온 아기가 고지를 받아야 했는지 이해 못했듯 말이다. 물론 개신교·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원죄'란 교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갓난 아이가 죄인이냐?'는 질문 앞에 원죄 교리는 힘을 잃기 일쑤다.

무엇보다 기성 개신교는 징벌적 교의를 너무 자주 설파해 왔다. 그래서 이 드라마 <지옥> 속 새진리회와 기성 교회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은 고지의 이유를 ‘죄'에서 찾았다. ‘죄'가 고지의 유력한 이유라기보다 ‘죄'의 결과라고 해석하는 게 편리해서다.

이런 교리편의주의가 비단 드라마속 사이비 종교집단의 이야기일까? 개신교, 아니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교리를 편하게 해석해 진리를 왜곡하고 종교 권력자의 권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쓰이지는 않는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기성 종교에 던지는 진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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