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10.29참사 국가애도기간은 끝났다. 이제 ‘정치의 시간’

국가애도기간 끝나고 맞은 첫 주일 한국교회, 희생자 위해 예배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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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6일 오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감사성찬례는 10.29참사 희생자를 위해 드려졌다.

6일은 11월 첫째 주일이자 10.29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지난 후 처음 맞는 주일이다.

먼저 '10.29참사'란 이름짓기에 대해 적고자 한다. 5일 MBC뉴스데스크는 오프닝 멘트를 통해 이번 일을 ‘이태원 참사'가 아닌 '10.29참사'로 부르기로 했다고 알렸다.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지어 위험한 지역으로 낙인찍는 부작용을 막고, 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라는 게 MBC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제안은 타당하고, 따라서 앞으로 10.29참사로 이름지어 부르고자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6일은 11월 첫째 주일이자 10.29참사 후 처음 맞는 주일이다. 앞서 진보 성향의 교단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공동기도문을 작성해 전국 각 교회에 함께 기도해 달라고 제안했다.

NCCK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같이 손잡고 그 길을 내려오던 연인에게 작별인사도 고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다수가 10대, 20대 라니 우리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희생자들의 편안한 안식을 누리게 해줄 것을 기도했다.

이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이자 소명임을 다시금 새긴다. 당신의 부르신 뜻을 따라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실천하는 우리들이 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NCCK 회원교단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이날 감사성찬례에 앞서 성찬례를 10.29참사 희생자에게 봉헌하겠다고 알렸다.

성찬례를 집례한 이경호 의장주교는 "(10..29참사로) 156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함께 우정을 나눈 친구, 혹은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분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왜 이렇게 안타깝고 허망한 일들이 이 땅에서 반복되는 것인지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깊이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10.29참사 직후 윤석열 정부는 5일 자정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6일부터는 서울광장 등 서울시내 분향소는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과 바로 맞닿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 그리고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지는 중이다. 시민들은 추모공간에 수북이 쌓인 국화꽃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한편, 추모의 글을 포스트잇에 적어 이태원역 벽면에 붙이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포스트잇에 적힌 사연을 읽던 한 시민은 "너무 힘들다"며 주저 앉았고, 현장을 찾은 외국인들 역시 서로를 끌어안으며 슬픔을 달랬다.

추모는 함께했지만, 온도차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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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6일 오후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은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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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6일 오후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은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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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6일 오후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은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10.29참사를 두고 개신교계 내부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애도기간 마지막날인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백석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예배에 참석해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날인 6일엔 명동성당을 찾아 10.29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종교행사 참석이 관제 행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개신교계 주최로 열린 추모예배엔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장종현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장, 이순창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김주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이재천 백석대학교 대학원 부총장, 배광식 CTS기독교TV대표이사 등 보수 정권과 친분이 두터운 목회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에 대해 감신대학교에서 기독교윤리를 강의했던 박충구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모예배를 주도한 보수 개신교 목회자들을 향해 "이들은 한국교회라는 이름을 도용했고, 피해 유족들이 아니라 가해 권력자를 불러 놓고 하나님 앞에서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예배를 드리는 가증한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모스의 탄식과 일갈이 이 아침 들려온다. 너희가 과연 하나님을 믿는 자냐? 하나님도 이 자들의 예배가 역겨워 구토하실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나갔다.

5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숭례문 구간 세종대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10.29참사 희생자 시민촛불 집회에서 설교한 한국디아코니아 홍주민 목사(기장)도 "이 정권이 들어선 지난 반년 법과 질서를 떠들지만 법이 아닌 시행령 통치로 일관했고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을 둬서 치안에 공백이 생겼고,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부추겼다. 자유를 앵무새처럼 말하지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압살했다. 10.29참사는 바로 이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이 공식적으로 요구한 애도기간의 마지막날, 도대체 진정한 애도는 무엇인가? 도대체 왜 죽어야 했는지도 모르는데, 애도할 수 있는가? 156명의 하나님 형상이 길을 가다가 압사당했는데, 진상도 모르면서 애도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제 국가 애도기간은 끝났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신교계 안에서 존재하는 온도차가 좁혀질 가능성도 예측하기 어렵다.

8년 전 한국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사회적 참사를 해결할 궁극적인 주체는 정치임을 몸소 겪었다. 이제 정치의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치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의 순항 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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