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민수 칼럼] 시크릿 가든

비밀의 정원(시크릿 가든)

아모스 3:7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거나 감추어진 속내’라는 뜻입니다.

개역개정판 성경에는 ‘비밀’이라는 단어가 37번 나오는데, 대부분이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고, 종합을 해보면 ‘비밀’이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고,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비밀(골 2:2)이십니다. 하나님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거나 감추어져 있기에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하나님의 선지자나 하나님께서 부르신 자들에게는 그 비밀을 알려주십니다. 그러나 고린도전서 13:2절에 의하면 ‘비밀을 알아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님’이 됩니다.

이 ‘비밀’, 감추어진 하나님의 뜻.

목회자로 살아가면서, 목회자 이전에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비밀을 분명하게 보고 싶을 때가 잦습니다. 확실하게 보여주면 흔들리지 않을 터인데 종종 “정말 하나님이 계시는 것일까?” 하는 ‘하나님의 부재’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2010년 아이티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그곳 현지인들이 “하나님, 정말 당신은 살아계신 건가요?” 절규하는 모습을 외신을 통해서 본 적이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이 국교이기에 국민의 80%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인데, 쓰나미로 폐허가 되자 그들은 ‘신의 부재’를 심각하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번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를 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신의 부재’를 느꼈습니다. 몰지각한 대형교회 원로목사는 일본이 우상을 섬기는 나라라서 하나님이 심판하신 것이라는 투로 말하기도 했지만, 그런 식의 해석이라면 아이티의 쓰나미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 같지만, 하나님의 비밀을 알지 못하는 거짓 선지자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것을 잘 봐야 합니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으니, 비밀입니다.

오늘 본문에 “주 여호와께서는 자기의 비밀을 그 종 선지자들에게 보이지 아니하시고는 결코 행하심이 없으시리라(암 3:7)”하십니다. 자 그러면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와 원전이 이렇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비밀을 안 사람이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일본정부에 ‘원전’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했고, 일본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진 곳과 세워지는 곳에서 반대시위를 하며 원전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의 외침을 외면했습니다.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힘나 김종수 목사님이 3주 전에 교육원 사무실에 일본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분들은 일본의 원전위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일본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그들의 외침을 들어주지 않으니 한국인들과 연계해서 그 문제를 풀어가자고 온 것입니다. 한국에도 원전이 있고, 현재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니 연대하자는 것입니다. 솔직히 3주 전에 그들을 통해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토론을 하면서도 내심으로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쓰나미가 몰려왔고 지금까지 원전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들이 인식했든 안 했든, 그들은 하나님의 비밀을 안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성서는 우리에게 뭐라 증언을 하고 있습니까?

“주 여호와께서는 자기의 비밀을 그 종 선지자들에게 보이지 아니하시고는 결코 행하심이 없으시리라(암 3:7)”

그런데 그럼에도 왜 이리되었습니까?

욕심 때문입니다. 더 많이 갖고, 더 편리하고자 하는 무한소비와 무한욕구를 부채질하는 인간의 욕심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욕심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늘 힘없고 약한 이들이 더 큰 아픔을 당하게 됩니다. 그런 경고를 하나님은 수도 없이 보여주고 계시지만, 선지자를 자처하는 이들도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이들도 관심이 없습니다.

참 선지자란 누구입니까?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비밀을 보는 사람들, 그것을 보았기에 전하여야 한다는 사명감에 붙들려 사는 사람입니다.

아모스, 그는 어떤 선지자였습니까?

유다왕 웃시야 시대에 드고야에서 양을 치던 목자였습니다. 그가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비밀을 듣습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너희가 죄를 돌이키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죄악상뿐 아니라 이웃 나라들의 죄악상까지 고발합니다. 낭왕국 유다와 북왕국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너무 직설적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지적합니다.

그 죄악상 때문에 하나님은 그들이 지키는 절기를 미워하고 성회를 기뻐하지 않으시고, 제사를 드려도 돌아보지 않으십니다. 구역질 난다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은 강 같이 흐르게 하라’(암 5:12-24)는 것입니다.

신약성서로 넘어오면 하나님의 비밀은 특별한 이들에게만 보여집니다.

마가복음 4:11절에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에게는 주었으나 외인에게는 모든 것을 비유로 하나니”하십니다. 이것도 하나의 비밀인데, 누가복음 8:10절에 의하면 “그들로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신서로 넘어가면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고전 4:1)” 는 사도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하나님의 비밀, 그것을 보지 못하는 자들은 사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나아가서 이제는 이렇게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고전 13:2)”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비밀을 알아도 하나님과 사랑, 이웃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밀, 이것은 더 이상은 비밀이 아니게 됩니다.

골로새서 1:26절에 말씀에 의하면 “이 비밀은 만세와 만대로부터 감추어졌던 것인데 이제는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났고”라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비밀이 공개되었다는 것입니다. 선지자들만 사도만 혹은 목사만 하나님의 비밀을 아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 비밀을 알 수 있게 되었으며, 그 하나님의 비밀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개역개정판 성경에 나오는 ‘비밀’이라는 단어를 따라가며 저는 얼마 전 드라마로 방영되어 인기다 좋았다던 시크릿 가든(비밀의 정원)을 떠올린 것입니다. 저는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지금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비밀의 정원에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일들, 그것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아닙니다.

그 속에 하나님의 비밀, 하나님의 계시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에 민감한 사람, 그것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비밀을 본다고, 안다고 다 기쁜 것이 아닙니다. 때론 그로 말미암아 고통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뜻과 달라서 괴로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을 폭로하는 것, 그것이 우리 믿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남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이들을 파파라치라고 합니다.

그들은 그것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런 비밀을 폭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이 시대의 징조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시는 그 비밀을 제대로 보고 폭로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겨울 맹추위와 폭설과 이상기후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욕심’이 가져온 재앙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 세계의 문제를 다 떠안고 고민할 수 없기에 최소한 내가 사는 나라에 대한 것만큼은 제대로 보고 싶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강들과 앞으로 후손들이 당할 고통을 보면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과 연대하지 않을 수 없었고, 구제역발생을 보면서 현대인의 음식문화와 자급자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일뿐 아니라 무척이나 많은 일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밀’을 본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늘 그랬던 것처럼 ‘비밀’을 본 사람들은 변방에서 좌빨, 빨갱이로 몰리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하나님의 비밀을 내게 보여주셨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 행복 때문에 아프기도 하지만, 나는 그 비밀을 선포하고 내 삶의 영역에서 삶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여러분도 하나님의 비밀을 간직한 분들이십니다.

그 비밀을 간직한 분들답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동산,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비밀의 정원입니다


글: 김민수 목사(제주노회,기장 총회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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