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YMCA 시민논단…구제역, 사회적 성찰 및 대안모색

이정배 ·전현식 교수, 생태 먹이사슬 구조 파괴에 생명신학의 역할 강조

▲24일 오후 2시 서울 YMCA 친교실에서 제409회 서울 YMCA 시민논단이 '구제역 참사, 사회적 성찰과 실천적 대안'을 주제로 열렸다. ⓒ김진한 기자

지난해 11월 29일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사태는 지금까지 330만여 마리가 넘는 가축들을 생매장 시키는 것으로 종결이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매립지 곳곳에서 대지를 뚫고 나온 그들의 사체들과 피들은 수질 및 환경 오염 등 2, 3차 피해를 일으키며 구제역 문제가 살처분이란 단순한 처방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님을 방증했다.

24일 서울YMCA 환경위원회의 주최하는 제409회 서울YMCA 시민논단에선 이 구제역 참사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늦은 감이 있었으나 구제역 사태에서 근본적 원인 그리고 의식적이고도 실천적인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모임이었다.

이정배 교수 “구제역의 비극은 인간의 탐심에서부터…”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감신대 이정배 교수(서울YMCA 환경위원회 위원장)는 여는 글 '구제역의 비극 속에 드러난 탐진치(貪嗔痴)'에서 먼저 인간의 탐심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축산업이 이윤추구의 현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밀집된 공간에서 사육되는 가축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살찌우는 것이 목적인 축산업으로 인해 유전자 다양성이 소멸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위적인 방법을 총 동원해 가축들의 살을 찌워 그 살점을 얻어내려는 인간의 탐욕을, 그 과도한 육신문화를 더불어 비판했다.

축산농가에서 축적되고 있는 진(嗔), 즉 분노, 적대감, 원한 등에 관한 우려도 제기했다. "채 죽지도 않은 소가 도살장 벨트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온몸이 찢겨나가는 고통 역시도 생각하면 몸서리쳐지는 일이다"라며 "흔히들 동물에는 혼(魂)이 없다 말하며 죽은 돌덩이처럼 다루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그들도 축산물이 아니라 가족처럼 살고픈 마음과 혼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신대 이정배 교수 ⓒ베리타스 DB

그러면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혼에 속죄하지 않는다면 땅이 곡식을 내지 않고 엉겅퀴와 가시덤불만을 냈다는 성서말씀처럼 그들이 낸 고기와 우유가 꿀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을 법하다"고 했으며 "성폭력이 난무하고 포르노 문화강대국이 된 대한민국 사회가 이를 반증하는 것이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치(痴), 구제역 참사에서 나타난 어리석음과 부끄러움을 말하며 김 교수는 2010년 소, 돼지고기 수출액이 22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구제역 비용으로 7000억원이 지출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돈을 위해 생명을 포기한 대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인간은 이런 식의 소탐대실을 수없이 경험하면서도 사육환경 자체의 개선을 뒷전으로 여길 만큼 근시안적인 이기적 동물로 전락해 버렸다"고 말했다.

육류의 과잉 소비 그리고 그로 인한 먹이사슬 구조의 파괴의 문제점을 갈파하고, 대안을 찾는 일에 있어서 이 교수는 기독교 생명신학의 공헌할 역할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인간과 짐승들이 각기 먹이를 얻는 방식의 차이를 창세기 1장에서 나타난 각기 단른 존재 방식을 통해 설명하며 인간과 동물을 ‘차별’이 아닌 ‘차이’의 눈으로 볼 것도 주문했다.

"인간은 씨앗 뿌려 가꿔 맺은 열매를 먹고 짐승들은 땅위의 풀을 먹이로 하라는 것이다. 동일한 생존 터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이 땅을 지배하는 하나님의 본 뜻이었다. 동물을 인간 손에 맡기기는 했지만 언제든 피채로 먹어선 안 된다는 제한이 더불어 있었다.(창 9:1-7)”

전현식 교수 “구제역 참사, 인간의 탐심 넘어 인간 가치관의 문제”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 전현식 교수(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부학장) 역시 구제역 사태의 근본 원인이 인간의 탐심이란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좀더 나아가 ‘인간의 가치관’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구제역 사태에서 바라본 생명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란 주제로 발표한 전 교수는 먼저 "우리의 비전의 범위가 인간에 머문다면, 인간이 이익을 위한 공장식 사육이나 과도한 육식 등은 인간중심적 사고와 실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그 문제점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자기중심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구제역 사태를 부분이 아닌,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전의 범위를 인간으로만 제한해선 안된다는 얘기였다. 전 교수는 "비전의 범위가 인간 복지를 넘어 창조생명 전체와 미래세대까지 확장된다면 자기중심주의나 인간중심주의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생태중심적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전현식 교수 ⓒ베리타스 DB

그러면서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선한창조(good creation)'를 언급했다. 전 교수는 "선한창조는 모든 생명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근거를 제공해 준다"며 "모든 만물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에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좋다고 하신 모든 피조물은 인간의 이익과 목적에 관계없이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인간의 이익과 효용성 여부와 관계 없이 피조물이 존중 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인간의 청지기적 책임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전 교수는 "우리는 지금까지 하나님의 동역자로서의 공동창조자의 위치와 책임을 망각하고 인간의 자기의식과 반성의식(인간만의 이성적 능력)을 다른 생명을 지배하고 착취할 수 있다는 지배적 특권으로 잘못 사용해 왔다"면서 "도덕적 존재로서 인간은 이런 이성적 능력이 다른 생명을 돌보고 관리하라는 인간의 청지기적 책임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피조세계가 하나님의 몸임을 확인하며 인간이 피조세계와 유기체적으로 연결된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창조세계는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몸"이라며 "창조세계를 하나님의 몸으로 고백하는 성육신 신앙은 구제역 참사의 현장에서 단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매장 당하는 모든 가축들의 고통 속에 임재해 그 고통을 함께 나누시는 체현된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확인한다"고 주장했다.

축산업을 이윤추구의 장으로 몰아 넣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저항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한 전 교수는 "인간을 본성적으로 탐욕적 존재로 보는 자본주의 세계관은 개인주의적 인간관을, 인간을 서로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적 존재로 보는 생태경제 세계관은 공동체적 인간관을 지지한다"며 "생태정의와 생태경제는 공장식 밀집사육, 예방적 살처분, 지나친 육식, 구제역의 책임전가 등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인간중심적인 공리주의적, 실용주의적 정치경제체제를 지속가능한 정치경제 체제로 변혁시켜야 함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구제역 정부 대책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발표한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과대학)는 과학지식이 생태계의 전모를 알지 못한다며 "인간이 질병 발생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에 가까우며 과학은 보다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반생명적 재난과 산업 및 생활방식의 전환'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성공회대 박창길 교수(경영학)는 "공장식 축산은 지역의 땅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으며 동물을 돌보는 인간과의 관계가 사라진, 냉혹한 이윤논리만이 적용되는 산업공학의 성격을 가진다"라며 "공장식 축산의 산업적 방식을 반성하지 않고 복지축산에 의한 일부 복지의 개선만으로 동물에 대한 비윤리적인 현실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축산농민을 대표해 토론에 참여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창한 정책위원장은 "축산농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증폭되고 있으나 정부는 살처분 보상비 신속지급과 매몰지에 대한 관리대책 향후 구제역 방역대책과 축산정책 전환 등 종합적인 대책을 명쾌하게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라고 지적한 뒤 향후 구제역 방역대책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를 제시했다.

축산농민들은 △구제역 종식을 위한 지속적인 방역태세 △국가검역 시스템의 개편 및 방역대책 보완 △축산농가의 경제여건과 상황을 고려한 보상 및 지원금 지급의 현실화 △구제역 진정 후 구제역에 대한 초동대응 실패원인 등 규명 △축산정책의 근본적 개편 필요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축산 노동자의 생계 대책 필요 △국내 축산농가 보호를 위해 무관세 외국 축산물 수입 중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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