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노숙인 대책 간담회…“노숙인들에 대한 편견 버려야”

NCCK, 홈리스 현황과 인식개선 그리고 대안 모색

▲6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노숙인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노숙인 대책 간담회가 열렸다. ⓒ김진한 기자

일반인들은 대개 그렇듯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그들을 비정상적인, 더 나아가 본인들과는 다른 종(種)으로 취급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정상적인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숙인의 기행(奇行)을 기행으로만 봐야 할까?

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노숙인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노숙인 대책 간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남기철 교수(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는 노숙인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밖에 볼 수 없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노숙인의 기행에 대한 인식은 그 행동을 하는 사람과 이를 관찰 혹은 인식하는 사람 양측의 상호성에 의해 나타난다. 즉, '노숙인의 기행'이라는 절대적·객관적인 사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행이란 특정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특정한 행동을 인식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상황과 구체성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일반인이 느끼는 노숙인의 기행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노숙인들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잠을 청하는 것에 남 교수는 "잠자리가 사람이 자도록 고안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이 나타난다"며 "제 때 숙면을 취할 수 없어 아무 시간에나 졸거나 자고, 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신문이나 종이상자와 같은 물건들을 챙기게 된다"고 말했다.

또 지저분해 보이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에는 "자신의 소유물품을 잘 보관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저분해 보이는 큰 가방 등을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했으며 무료급식 중 벽을 보고 식사를 하는 것에는 "무료급식 중 상당수가 아직도 옥외급식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밥 먹는 것을 쳐다보는 것이 마음에 걸려 벽을 향해 앉아 식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노숙인들의 입장에서는 그 이상한 행동이 얼마든지 설명 가능한 행동이란 얘기다.

남 교수는 "노숙생활을 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노숙생활에서서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들을 개인적 특성이나 선택에 의한 기행으로 해석하게 된다"며 "이 기행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되고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반인들이 생산적인 활동이나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하는 노숙인은 노숙인처럼 여기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도 지적했다. 남 교수는 "실제로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거나 혹은 거리생활을 하는 노숙인들 중 상당수는 일을 한다"며 "일반인에게 이러한 일은 '노숙인'이 하는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밖에 노숙인들이 노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 그는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의 원인은 노숙인들에게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정신 건강 차원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남 교수는 "(노숙인들이 흔히 걸리는)정신분열이나 알코올중독처럼 직접적인 정신질환의 범주로 진단이 되지는 않더라도 노숙생활을 통해 사회적 기능수행 수준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며 "땅바닥에서 자고, 사람들이 머리맡으로 구두를 신고 걸어다니는 상황에서 눈이 마주쳤을 때 일반인과 같은 '사회적인' 대응방식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이러한 노숙인들의 정신질환 문제나 심리사회적 외상(trauma)에 대해 "온전히 노숙인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도 했다. 주체가 누구든 간에 주류사회와 단절된 생활상황이 길어지면서 주류와 다른 행동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런 현상에 지나친 거부감을 느끼고, 불편해 하는 것은 순전히 노숙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한편, 한국 홈리스 정책에 미흡한 점을 지적하기도 한 그는 △시설보호에서 지역사회보호로의 패러다임 전환 △보호의 연속성 △자활이데올로기의 극복 △주거정책의 변화와 주거복지 확립 △민·관의 역할 연계 △노숙의 역동성에 대한 다국면적 대응 △인권문제에 대한 감수성 제고 △종합적 실태 파악과 중장기 기획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노숙인 복지 사업을 하고 있는 오범석 정책국장(전국홈리스연대)은 한국교회에 노숙인 복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NCCK 선교훈련원을 중심으로 ‘홈리스지원을 위한 기금조성’ △여성홈리스 지원체계 마련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거리, 쉼터, 자활 센터 등 각각의 현장에서 노숙인을 돌보는 이들을 대표해 이태용 팀장(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김승우 과장(24시간게스트하우스), 나멏관 대표(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는 홈리스 지원 체계 현황에 대해 발제했다. 이날 노숙인 대책 간담회의 전체 주제는 ‘홈리스 현황과 인식개선 그리고 대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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