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지구의 날’ 맞아 신학자들 모여 ‘환경 세미나’

동물권 보호에 대한 다양한 생태신학적 의견 개진돼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주최 생태신학 세미나 <동물과 육식에 대한 생태식학적 성찰> ⓒ이지수 기자

자연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국제적인 기념일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국내 신학자들이 생태신학적 의견을 개진하는 세미나를 20일 종로구 동숭교회에서 가졌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국내 신학계에서 토론이 미진했던 ‘동물권’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학자들은 동물의 권리와 육식의 타당성에 대하여 구약학, 신약학, 그리고 기독교윤리학의 관점에서 발표했다.

성경 속에서 ‘인간 구원’을 살폈던 이들이 ‘동물’에 대해서는 어떤 변론을 펼쳤을까. 구약학자 이영미 교수(한신대)와 신약학자 민경식 교수(연세대)의 발제를 소개한다.

이영미 교수 “아담의 배필 예비한 동물 창조에서 인간과 동물의 ‘상호관계성’ 발견”

이영미 교수는 창세기의 창조설화에서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창세기 1장에서 인간은 동물과 함께 여섯째 날에 창조되어 동물계로 분류되면서도, 다른 동물과 달리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다. 그러한 인간에게 하나님은 ‘땅과 바다와 공중의 모든 동물을 다스리라’는 권위를 부여하는데, “’다스리라’는 명령은 왕의 통치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왕은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이지 착취하고 억압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1장에 이어 2장에서도 인간은 동물과 상호 관계를 맺고 있는데, 하나님이 아담의 배필을 만들기 위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새를 만든 장면에서 그러한 관계성이 발견된다. 이 교수는 “아담이 동물들의 이름을 지어준 대목에서 위계적 질서가 암시되기는 하지만, 다른 동물들의 창조 목적이 (아담의) 배필을 찾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상호적 관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이 히브리 성서의 창조설화는 이 세계를 식물, 동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로 파악하고 있다”며, 동물은 “인간의 먹을거리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육식’도 성경은 금한다는 뜻일까. 창세기 1장에 따르면 하나님은 창조 때 인간의 먹을거리로 “씨 있는 채소와 과실나무”를 주었고, 2장에서는 “나무의 실과”가 인간에게 부여된 최초의 먹을거리로 기록되어 있다. ‘채식’만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최초의 창조동산에서 육식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최초의 창조동산에서 생명을 죽이는 일이 있었다는 언급은 없다”고 설명했다.

창세기 9장에서는 ‘모든 짐승이 너희의 양식이 되리라’며 육식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뒤이은 구절에서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라’고 제한하는 만큼, “육식의 허용이 동물에 대한 ‘생명 침해 권한’까지 부여한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식 교수 “신약성서는 동물 학대에 침묵하지만, ‘동물 학대 허용’이라 결론 내리는 것은 문자적 해석”

민경식 교수는 신약성서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언급되고 있는지 살핀 후 “신약성서는 자연에 대한 착취와 동물에 대한 학대에 침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가지고 “동물을 학대해도 좋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서의 보도를 문자에 집착해 해석하여 생기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신약성서에는 과도한 육류 소비에 대한 비판이 없다. 창조질서에 따른 생태 중심적 식생활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마태복음 11장에 예수가 “마구 먹어대는 자”라고 표현되고, 바울이 ‘우상에 바친 고기’도 먹을 수 있다고 선언한 데서도 보듯, 오히려 신약성서는 “음식문화에 대한 온갖 터부를 과감하게 생략하며, 단호하게 각종 규제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한다.”

특히 마태복음 8장에는 예수가 귀신을 쫓는 과정에서 귀신을 돼지 떼로 들어가게 한 뒤 돼지 떼가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 속에 빠져 죽은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돼지 떼의 ‘생매장’이라는 면에서 어쩌면 오늘날 구제역 사태와 가장 비슷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개, 돼지, 독사 등도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때 주로 언급됐다.

이에 대해 민경식 교수는 “동물에 대한 신약성서의 부정적인 언급들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바울이 여성에게 교회에서 침묵하라고 한 발언이나 머리에 수건을 쓰라고 한 명령을 우리가 문자적으로 지키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또 동물에 대한 애정이 신약성서에 결핍되어 있다는 비판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생명에 대한 신약성서의 태도는 1세기 중엽부터 2세기 초엽까지의 팔레스티나 지방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신약을 둘러싼 문화로 신약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약성서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자연과 한 데 엉켜 살았다면서 “피조세계에 대한 오늘날과 같은 착취가 없으므로 이 문제에 민감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혹여 신약성서의 태도가 동물학대나 집단살육을 정당화한다면 반성해야 할 일”이라며 신약성서를 가지고 동물학대를 정당화하는 일은 어떤 형식으로든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밖에도 김형민 호남신대 교수가 <창조의 세계에서 본 동물의 신학적 의미>, 장신대 노영상 교수가 <구제역의 비극을 보며 동물보호에 대해 신학적으로 스케치해 보다>,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가 <동물생명권, 동물구원론>을 발제하고,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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