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대자연에로의 단순 환원 강조, 생태계 위기 해결책 아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우주 속 인간의 위치와 책임 고찰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떼이야르 샤르뎅, 켄 윌버, 장회익의 생명담론에서 공통점은 우주 안에서 인간의 위치, 좀 더 줄여 말하면 지구 생태계 안에서 인간종의 위상에 대하여 흔히 동양의 ‘만물동체’(萬物同體) 사상이 빠지기 쉬운 자연낭만주의적인 ‘자연에로의 회귀’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가 생명 담론에서 중요한 화두들을 던지고 있는 떼이야르 샤르뎅, 켄 윌버, 장회익에게서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와 책임을 고찰하는 글을 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풍류신학 유동식 박사가 고문으로 있는 ‘성서와 문화’에 게재된 기고글에서 김 박사는 떼이야르 샤르뎅, 켄 윌버, 장회익의 인간의 지위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에 주목했다.

그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 위에 군림하고 특권을 부리는 오만은 경계하지만, 대자연 생명권에로의 단순한 환원을 강조하는 것은 참된 생태계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말이다"라며 "생명권에서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을 존중하고 연민의 정을 교감하는 것은 옳고 또 좋은 일이지만, 단순한 환원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미 인간정신이 ‘자연생명을 포섭하면서 초월한 존재’가 되었으며 동시에 그만큼 인간의 책임이 무거워졌음도 함께 알렸다.

생명 세계 내 초월과 내재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개체 생명 인간에 대해 김 박사는 "인간생명이 철저히 의존되어 있고, ‘만물동체’ 감정을 가지고 동식물들과 교감하지만, 인간은 ‘피조물의 신음을 듣고 그들을 허무와 사멸의 종살이에서 벗어나도록’(롬8:18-21) 그들을 배려하고 돕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개체 생명과 구별된 지위를 확보한 인간에게 부여된 것이 생명의 위계질서 내 특권이 아니라, 전체 생명 세계에 대한 책임임을 확인한 것이다.

김 박사는 이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을 조준한 듯 "수천만년 걸쳐서 창조된 위대한 신의 예술작품, 대자연의 예술작품이 인간의 물질과 탐욕과 근시안적 경제개발정책으로 영원히 소멸되어 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죄스러운 것"이라며 "온생명론에서 보면 생명과 비생명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포섭과 초월’의 관점에서 보면 각각 생명체의 그 고유한 존엄성은 진실로 경외할 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현대학문의 화두에 대해 통전적 실재관에로의 발상법 전환을 도와주는 학자들로 떼이야르 샤르뎅, 켄 윌버, 장회익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는 김 박사는 이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했다.

그에 따르면, 탁월한 고생물학 학자였고 동시에 가톨릭의 경건한 사제였던 떼이야르 샤르뎅은 ‘지구생명’을 45억년 진화해 온 살아있는 진화적 실재로 보았다. 진화과정은 크게 지질권의 형성단계, 생명권 형성단계 그리고 정신권의 형성단계로 대별하고, 지금은 정신권이 더욱더 내면적으로 수렴해 가면서 ‘초인류 의식’을 강화해 가는 시기로서 이해했다. 떼이야르 샤르뎅은 그리스도교 사제였기에 이러한 전체적 생명창발의 진화과정이 우연의 결과물이 아니고, 자기조직적 물질법칙을 자연 그 자체가 향유하면서도 창조자의 신비한 경륜을 따라 지구생명이 정신을 지향하는 ‘정향진화’(定向進化)를 해왔고, 진선미를 추구하는 정신적이고도 영적 생물체인 인류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20세기의 통합적 영성가로서 알려진 켄 윌버는 떼이야르 샤르뎅 보다 ‘실재의 다차원적 현상’을 더 세부적으로 구별해 5가지 범주로 압축한다. 물질, 생명, 마음, 영혼, 정신이 그것이다. 각각의 영역에서 상응하여 대표적 학문분야로서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신학, 신비학을 열거한다. 켄 윌버 지론의 핵심은, 실재의 다섯 단계가 우주적 대진화 과정에서 출현했지만 각 단계는 마치 희랍의 야누스 얼굴처러 자신의 앞뒤 단계와의 상하위적 관계를 지닌다.

한국의 물리학자여 생태학자인 장회익의 사상도 떼이야르 샤르뎅이나 켄 윌버와 호흡을 같이하면서도, 그가 말하는 ‘온생명론’ 안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현대인의 물음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그런데 장회익의 온생명론에 관계된 담론 중에서 ‘인간 종의 위상’에 대해 독특한 이해가 나타난다. 인간도 사과나무나 박테리아와 같이 낱생명체로서 온생명의 일부이고, 보생명 없이는 한시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똑같은 생명체 평등주의를 지지한다. 그러나 수백만종의 생명종들 중에서 오로지 인간종만이 지구의 온생명 메카니즘과 그 유기적 작동원리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그 점에서 인간종은 몸에서 두뇌(중추신경계) 기능에 해당한다.

한편, 이 글은  ‘생명과 비생명 사이에서’란 제목으로 ‘성서와 문화’ 2011년 봄호에 실렸다.

 

후원 문의)042-484-9429(‘성서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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