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교회, 근본주의와 마케팅 기법 이용해 교회 성장 몰두해

평화와 공공성 집담회에서 개신교 근본주의의 문제점 다뤄

지난 4월 28일 안병무홀에서 열린 '평화와 공공성 집담회'에서 개신교 근본주의의 문제점을 다루면서, 한국개신교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들의 신정국가 실현을 위한 정치참여와 종교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목사기업가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교회의 기업화에 대한 지적은 한국 가톨릭교회 역시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시사적이다.  

한신대학교 평화와공공성센터와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등이 주최한 이번 집담회에서는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이 '한국 기독교의 배타주의 형성과 현황'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백찬홍 위원 ⓒ가톨릭뉴시 지금여기 제공

백찬홍 위원은 한국 개신교 유산 중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근본주의 신학과 신앙'이라고 규정하면서, 근본주의 신앙의 특성으로 교회출석, 성경 읽기, 교회활동, 기도생활, 헌금봉헌 등 '교회에 대한 헌신'이 신앙생활에서 결정적인 것으로 여기며, 엄격하고 철저한 금욕주의적인 도덕생활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등 우파적인 태도를 보이고 빈곤문제 등 사회적 사안을 개인의 문제로 돌려 구조적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경뿐 아니라 성직자의 권위를 중시하고, 남성우월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성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인 체험에 의존하는 반지성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근본주의 선교사들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전통종교, 특히 불상을 모시고 있는 불교에 대해 우상숭배종교로 간주해 호전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승려들을 포함한 모든 불자들이 개신교로 개종해야 한민족이 미국처럼 번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문제점은 춘원 이광수가 1920년에 이미 <금일 조선 야소교회의 문제점>을 통해 통렬하게 비판했다고 소개했는데, ▲조선 교회는 너무 권위적이고 계층적이다. ▲조선 교회는 세상과 교회를 너무 이분화해서 교회에만 치중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인 세상 일 을 통한 하느님의 역사는 외면한다. ▲상당수 개신교 목사들의 수준이 형편없다. 비합리적이고 미신적인 신앙들이 너무 많다. 기도가 만병통치약인 줄 안다. 한민족을 계몽하자면서 미신적 신앙을 전수하니 이게 웬 말이냐? ▲조선교회는 개신교회와 천주교회 모두 합쳐서 100년이 넘는 선교역사를 가졌는데, 어째 조선에는 제 소리 하나 없이 다 가져온 것이냐? 조선의 그리스도인들은 정체성(자주성)이 없다. ▲ 선교사들과 그들이 인정하는 몇몇 개신교 목사들이 성서 해석의 독점권을 가졌다. 다양하고 자발적인 성서를 연구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조선의 기독교는 감정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신비적인 체험만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신정국가 실현을 위한 성시화운동

백찬홍 위원은 근본주의는 문화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신정국가론(神政國家論)의 영향을 받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개신교인 정부와 자치단체 공직자들이 공공연하게 성시화운동 등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급기야 기독교정당 추진으로 나아갔다고 전했다. 

1972년 춘천에서 시작된 한국의 성시화 운동은 한 도시만이라도 완전 복음화하고 성시 모델 도시를 만들어 민족 복음화와 세계 복음화를 성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하느님나라의 영토를 확장하자고 나섰기 때문에 당연히 타종교에 대한 배타성을 깔고 있으며, 2006년 6월 4일 부산벡스코에서 열린 'Again 1907 in Busan' 행사에서는 개신교인들이 모여 통도사와 범어사・해인사・표충사 등의 부산·경남지역 유명 사찰을 거명하면서 '사찰이 무너져야 한다.' 통성기도를 올렸다.

그밖에도 정장식 전 포항시장은 2004년 5월에 열린 포항성시화대회에 참석해 시 예산의 1%를 성시화 운동에 사용하겠다고 천명했으며, 서울 성북구 서찬교 구청장은 교회와 동사무소를 연계한 '교동(敎洞)협의회' 를 추진했으며,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인천을 복음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오현섭 전 여수시장과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등도 공직을 이용해 성시화운동에 나섰다. 

▲개신교 근본주의에 논의에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업화와 중산층 위주의 대형화 경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제공 

종교시장에서 마케팅하는 목사기업가들

한국 가톨릭교회가 '평화드림' 등 주식회사를 통해 이른바 '사업선교'라는 신개념을 도입하고, 차동엽 신부가 지은 <무지개원리>나 <바보 존>등 성공주의를 부추기는 서적이 각광을 받고 방송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개신교의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목사기업가에 대한 백찬홍 위원의 사례발표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백찬홍 위원에 따르면, 한국개신교는 구한말 이후 현재까지 미국을 해방과 구원의 담지자로 추종하고 모방해왔는데, 특히 1960년대 이후 성장한 대부분의 대형교회들은 미국교회의 성장과 관계된 형식이나 전략을 그대로 복사해 미국식 설교, 음악, 예화, 성장모델을 재생산하는 데 앞장서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어떤 교회가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마치 그것이 교회 성공의 비결인 것처럼 유행처럼 번져 교회 강단과 세미나를 독점하고 교회 성원들은 그 전략에 동원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오늘날 미국식 교회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영성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대기업의 마케팅기법을 도입해 철저하고 실용적인 차원에서 교회의 양적 성장을 추구하고 그것을 곧 신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3천명 이상의 대형교회를 메가처치(Mega Church)라고 부르는데, 메가처치의 목회자들은 마치 대기업 CEO처럼 활동하면서 교회를 성장시키기 때문에 '목사기업가(pastorpreneurs. 목사를 일컫는 ‘pastor’와 기업가를 지칭하는 ‘entrepreneur’의 합성어)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매스미디어와 첨단 마케팅기법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전 세계에 프랜차이즈를 만들면서 교인들을 고객처럼 다루고 있다.

목사기업가들은 신자유주의 체제아래 지친 중산층을 위로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현대적 스타일과 복음주의 전통을 섞어 일반 신자뿐만 아니라 지식인층까지 끌어들이면서 성장하고 있다. 메가처치들은 청소년들이 운동과 데이트를 하고, 동료를 찾아 자유롭게 대화를 즐기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메가처치의 목사기업가들의 원조는 로버트 슐러 목사이며, 그는 자동차 극장과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을 응용해 1955년 캘리포니아의 가든 그로브에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타고 예배참석이 가능한 크리스털처치를 세운 인물이다. 그는 '능력의 시간'(The Hour of Power)이라는 방송 설교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명의 고정 신자들을 확보했고 그의 저서인 <미래를 여는 힘> <긍정의 삶> 등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스타 목사들 가운데 릭 워렌(캘리포니아 주 새들백교회)은 <목적이 이끄는 삶>을 써서 종교서적으로는 성경 외에 미국 역사상 단시일 내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릭 워렌은 리무진을 타고 다니는 대형교회 목사들과는 달리 오래된 트럭을 몰고 다니고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즐겨 입는 등 검소한 모습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영리하게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백찬홍 위원은 지적한다. 

조엘 오스틴(텍사스 주 레이크우드교회) 역시 한국에서도 수십만 권이 팔릴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된 <긍정의 힘>의 저자로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부흥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대개 서적과 방송을 통한 설교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 인기가 곧 교회성장으로 연결된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며, 일반인들도 현실에 대입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고, 삶에 있어서 적극적인 태도, 긍정적인 생각이 삶을 최고로 만들어준다는 입장에서 중산층 신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릭 워렌과 조엘 오스틴은 현재 한국의 목회자들이 가장 추종하는 인물들로서 그들이 세운 교회들은 새로운 성지로 각광받고 있고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워렌을 따라 하기 위해 봉고차를 타고 다니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의 목사기업가들을 모방한 한국의 목사기업가들 역시 일찌감치 기업의 마케팅기법을 도입해 교회를 성장시켰다. 이러한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교회가 온누리교회인데, 세대별, 직업별 맞춤전도는 오늘날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세부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라고 한다. 


2011년 04월 29일자 한상봉  isu@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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