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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피는편지] 누구의 탓인가?

김정아/ 들꽃청소년세상 인애해바라기 가정 대리부모

그룹홈에 한 여자 아이가 들어왔다.

그 친구는 말이 거칠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의 부정적인 말 뿐이었다.
반항하기도 하고, 침묵하며 무시하기도 하고, 규칙을 따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동을 벌이기도 하고
칼로 손목을 긋는 자해 행동을 했다.
그 친구와 정신과 병원을 다녔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아이가 조금씩 말을 하고 마음을 열었다.

어느 날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자신이 3세 때 아빠가 자살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았고,
중학교 3학년 때 함께 살던 엄마가 옆방에서 목매달아 죽었다.
집에는 자신과 엄마 뿐이었기에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다.
엄마를 내리고, 집을 정리한 후에
친척들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이 친구는 어린나이에 이 일을 겪었다.

그러면서 이 아이가 친척들에게 들었던 말은
“독한년, 너 때문에 니 엄마 죽었다”였다.

그 아이는 이 이야기를 하며
자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마음에 품었던 상처였다.

나는 이 아이를 안으며
“너 때문이 아니야” “정말 미안하다” 이야기하며
함께 울면서 안아줬다.

어른을 신뢰하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 없었던 아이.
누구의 탓인가?

그룹홈에서 여러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부모이혼, 가정해체, 가정폭력, 빈곤 등  가족의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이들은 어른의 보호를 받고, 양육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가정의 문제와 어른들의 무책임 속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 자체이다. 가장 큰 희망이다. 국가의 경쟁력이다.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거리로 나오는 아이들에게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며 안아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어른 또는 부모는 개인의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우리 아이들” “함께 키워야하는 아이들”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사회적 부모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김정아/ 들꽃청소년세상 인애해바라기 가정 대리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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