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2시 명동 청어람 3실에서 바른교회아카데미의 주최로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진한 기자 |
“한기총 사태 해결을 위해 파견된 변호사에 대해 ‘일개 집사 주제에’라며 깎아내리는 게 오늘 한국교회 직제의 현 주소입니다. 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18일 오후 2시 청어람 3실.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주최한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김동호 목사(바른교회아카데미 원장)가 뒤틀려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직제’ 의식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바른교회아카데미는 앞서 지난 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교회의 ‘직제론’에 관한 세미나를 가졌었다. 당시 발표자들은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 개혁교회, 감리교회, 침례교와 회중교회의 ‘직제’에 대해 집중 토의했고, 신약성경에 나타난 ‘장로직무’와 한국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회 안의 작은 교회’ 운동에 관련된 실험적 ‘평신도 사역’에 대해서도 논의했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당시 세미나에서 참여했던 이형기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바른교회아카데미 연구위원장), 서원모 교수(장신대),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등이 자리했다.
이형기 박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여러 발표에서 나타난 원리와 실천적 내용을 정리·요약해 한국교회 직제의 개선을 위한 신학적인 원리와 실제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을 작성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이 박사는 먼저 가톨릭교회의 ‘직제’와 개신교의 ‘직제’를 비교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간단한 발제에서 한국교회 직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가톨릭교회는 자신들의 직제를 교회의 본질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본질의 일부로 본다. 때문에 직제를 교회본질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개신교의 직제론과는 충돌하는 양상을 띈다.
또 "교회의 공동체성과 사도성을 떠난 혹은 그것을 파괴하는 역사적 교회의 직제들은 마땅히 갱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이 박사는 "사도시대 이후 역사적으로 조건 지워진 상대적인 모든 교회들의 다양한 직제들은 사도들의 유일무이한 신분(person)이 아니라 그들의 직무(office) 혹은 사역(ministry)을 물려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교회의 모든 사역과 사역자들이 사도들의 직무를 혹은 사역들을 각 시대 상황에서 수행하는 것이라고 하는 개신교의 직제론은 정교회 및 로마 가톨릭교회의 그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이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의 위계 구조화 된 ‘직제’에 반발했던 점을 살피며 이 박사는 "(개신교에서는 목사라고 불리지만)전문사역자들이 평신도와 구분되는 성직자 계급을 형성해 교회의 치리와 교육과 양육과 돌봄을 전적으로 담당하거나 독점하는 것을 비판하고, 신약성경에 나타난 교회의 모습대로 교회를 개혁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그들 종교개혁자들은 세례 받은 모든 교인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교회와 세상에서 교회의 사명과 하나님 나라를 이루도록 부름을 받았으며, 교회 안의 모든 직제와 사역은 단지 직무와 기능에서만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박사는 특히 "그들은 또한 (다양한)하나님(성령)의 은사(들)와 부르심에 따라 교인들 가운데 지도자를 세워 전문사역자와 함께 교회와 세상 안에 일하도록 했다"며 "우리는 이들의 직무와 기능을 일반사역직이라고 부르고자 하며, 이렇게 일반사역직을 계발하고 전문사역자와 일반사역자가 책임과 권한을 함께 나누어 교회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종교개혁의 중요한 유산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 박사는 교회에서 일반사역직으로 분류되는 장로, 집사, 권사 등의 역할을 재점검하는 한편, 교회 정치와 관련해 직제가 낳은 집단지도체제의 원리, 즉 교인 전체 모임인 공동의회, 제직의 모임인 제직회 그리고 대의적 성격을 지닌 당회 혹은 운영위원회 등의 현주소도 짚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우리의 제안’을 발표, 한국교회의 직제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교회의 직제 개선을 위해 아래와 같이 일곱 가지의 제안을 했다.
하나, 우리는 경직화된 제도(직제)로부터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초자연적인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회복함으로써 타 교파의 직제를 인식하고 인정하며, 나아가서 ‘복음전도’와 ‘하나님의 선교’ 차원에서 연대하여 이 땅 위에 하나님 나라를 구현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둘,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며 보편적인 교회의 ‘사도성’을 바르게 인식하고 교회의 모든 일반사역이 이와 같은 교회의 ‘사도성’에 근거하고 있으며, 역사적 교회들의 모든 역사적으로 조건지워진 상대적인 전문사역들이 사도들의 유일무이한 ‘신분’(person)이 아니라 그들의 ‘사역’(ministry) 혹은 ‘직무’(office)를 이어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셋, 우리는 세례 받은 모든 교인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교회와 세상에서 교회의 사명과 하나님 나라를 이루도록 부름을 받았으며, 교회 안의 모든 직제와 사역은 단지 직무와 기능에서만 다르며, 일반사역직(장로, 집사 등)을 계발하고 전문사역직(목사와 감독)과 일반사역직이 함께 책임과 권한을 나누어 교회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종교개혁의 유산 중 하나임을 확인하며 이 원리를 굳게 붙들 것을 제안한다.
넷, 우리는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성령 안에서 은사와 부르심에 따라 다양한 사역자를 양성·계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앞으로는 교회 안에서의 활동과 기능과 직무 뿐만 아니라 세상 안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직업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목적을 실현하며 가난한 자와 약한 자를 돌보고 정의와 평화와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해 힘쓰도록 교회는 적극적으로 사역과 은사를 계발하고 교인들을 훈련하고 양육하며 파송하도록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다섯, 우리는 많은 교회에 공통적인 장로와 집사(권사) 제도가 그 본연의 직무를 회복하도록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장로가 치리와 행정과 함께 교회의 영적 관계를 살피고 교인을 심방, 위로, 교훈하며 권면하는 목양의 직무를 담당하고, 집사(권사)는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세상에서도 궁핍한 자, 병든 자, 곤경에 처한 자를 돕는 사랑과 궁휼의 사역에 힘쓸 것을 제안한다.
여섯, 우리는 성경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교회는 개인의 임의적인 결정보다는 집단적인 협의와 합의를 통한 결정(집단지도 원리)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하고 행하는 것보다는 이미 합의되고 세워진 규범에 따라 결정하고 행하려고(법치주의) 노력해왔다고 확인하며, 교회가 이 두 원리를 굳건히 붙들 것을 제안한다.
일곱, 우리는 당회나 운영위원회 등 교회 안의 대의기구가 참다운 의미에서 대의기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교회는 여성과 젊은이, 사회적 소수자가 교회의 결정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