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기독교사학회 창립총회 및 감사예배가 지난 21일 새문안교회에서 열렸다. ⓒ김진한 기자 |
지금껏 교회사하면 서양을 중심으로 태동되고 발전된 교회의 역사를 정리하고 연구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 믿음의 선조들이 살았고, 그 전통이 여전히 계승되어 내려오고 있는 한국교회, 그리고 그 한국교회가 터 잡은 아시아교회 역사는 어느덧 서양교회사의 지배 아래 제 목소리를 못 내다시피 되었다.
아시아선교의 중심이자 세계선교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교회의 아시아교회사 정리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국내 학자들이 모여 아시아교회사를 정리하고 연구하는 학회를 창립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새문안교회 신관 1층 예배실에서는 아시아기독교사학회 창립총회 및 창립감사예배가 있었다. 이날 창립총회시 회장으로 선임된 김흥수 교수(목원대)와 함께 발기인들은 "한국의 기독교가 세계로 향해 가는 전환의 시점에서 우리는 아시아 기독교인들의 역사적 경험을 이해하고 한국교회의 아시아 경험을 점검하기 위해 아시아기독교사학회를 창립한다"며 "우리는 아시아기독교사학회의 창립이 아시아 기독교의 역사와 신학을 연구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자극과 격려가 되고, 앞으로 이 학회가 아시아 기독교에 관심을 가진 전세계 연구자들에게 학문적 교류와 공동연구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창립감사예배에서 ‘바벨탑, 방언,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를 기록하는 史官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말로 우리나라 역사만 쓰면 할 일을 다 한 것이 아니라, 이웃나라 역사도 읽고 배우고 써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나라의 공통어는 영어가 되었다. 영어만 쓰는 바벨탑에 살고 있다"며 "이제는 바벨탑의 저주를 성령의 축복으로 알아야 하겠다. 우리도 성령의 은사를 받아, 아시아의 여러 나라 말을 익혀야 하겠다. 영어가 지배하는 아시아에서 우리는 중국말을 배우고 중국의 역사, 중국의 기독교회사에 익숙해지고, 아시아를 지배하겠다던 일본의 바벨탑의 야욕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도 일본말을 읽고 일본의 역사를 파헤쳐야 할 때가 된 줄 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하나님은 이 세상 모든 다양한 언어와 문화와 역사의 주인공이시다"라며 "중국에 온 외국 선교사들은 중국어를 익히고 성서를 번역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미국 선교사들은 일본에 머물면서 우리말을 익혔다. 영국에서 온 선교사들은 만주에 와서 중국 성서를 한국말로 번역하는 일을 먼저 했다. 하나님의 선교의 역사를 맡아서 하나님의 역사적 일꾼이 된 사람들은 모두 아시아의 말을 익혔다. 이제 성령의 은사를 받아, 아시아의 말을 익히고 아시아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역사를 읽고, 쓰고 가르치는 아시아기독교사학회 여러분이 되길 기원한다"며 설교를 마쳤다.
축사를 전한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아시아기독교사학회의 창립을 축하하며 2013년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아시아교회 연구가 갖는 의미가 매우 값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CC 총회 개최를 둘러싸고 속앓이를 하는 심정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김 목사는 "WCC 총회가 한국, 아니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데 우리 한국교회는 아시아교회와 하나 되어 총회를 준비하는 데 애를 쓰기보다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만이 잘 준비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쏟고 있는 실정이라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격려사를 한 이장식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십 수년 간에 걸친 연구작업의 성과물인 『아세아 고대기독교사』(기독교문사)가 편찬되기까지의 순간 순간들을 되뇌이며 후배 학회원들에게 아시아 기독교 역사에서 기독교과 이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 안재웅 박사(전 아시아교회협의회 총무)는 "역사적으로 꼭 필요한 학회가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창립되었다"며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됨에 있어 아시아의 전통, 문화, 종교와 많은 마찰이 있기도 했다. 이런 흩어진 역사, 아직도 숨겨져 있는 생생한 역사적 사실을 캐내고, 분석하고 해석하며 객관적 기록을 남기는 일이야말로 중요한 역사적 작업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끝으로 아시아기독교사학회에 아시아 이웃들과 진정한 펠로우쉽과 더불어 올바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굳건한 파트너쉽을 가져야 함을 알렸다.
한편, 이날 감사예배 중 논문발표 순서에는 김석주 교수(장신대 교회사연구부 연구위원)가 ‘양발(梁發)의 <권세양언(勸世良言)>이 태평천국운동에 끼친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어 창립선언문 낭독 순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