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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친교와 교회의 일치성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그리스도교가 신교(信敎)의 자유를 얻기 전에는 가정집이 예배의 집회 장소였다. 그리하여 가정교회라는 말이 생겼으나 그것은 집회의 장소만을 의미한 것이 아니고 사랑과 친교가 넘치는 교회의 성격을 의미하였다. 신도들이 한 가정의 가족처럼 하나가 되어 포도나무의 둥치 같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붙어있는 가지들이 되어서, 가지가 가지에서 떨어져도 둥치 되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 버림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가정교회에도 집사와 교사와 장로가 있었지만 그것은 신도공동체 되는 교회를 섬기는 직분의 차이를 가리킬 뿐, 신도 사이의 계급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신도들 사이에는 인종이나 민족이나 지방의 차이가 있었고 소유의 차이와 사회신분의 차이도 있었지만, 그러한 것이 신도들의 친교에 방해가 되지 않았고 다 평등한 하나님의 자녀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신도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교회 신도들 사이의 친교가 교회의 일치성 또는 통일성의 보장이자 증거였다. 만일 이 친교가 깨지면 믿음과 소망의 하나됨과 ‘하나님도 한 분, 주도 한 분, 세례도 하나’라는 이 모든 하나라는 의식이 무산되는 것이었다.

물론 초대교회 시대에도 이러한 하나됨의 개념을 깨뜨리는 이단과 신앙의 이설을 경계하고 배척했다. 하지만 하나의 신앙과 소망을 다소 다르게 풀이하고 가르친 전도자를 따른 게바파와 바울파와 아볼로파가 있었지만 교회공동체의 하나됨과 친교를 보존하기 위하여 서로 용납하였다. 교회의 절기 문제와 제사음식의 문제 등등에 관한 의견대립과 분쟁이 있었지만 바울은 그러한 차이가 교인들 사이의 친교를 깨뜨릴 수 없다고 가르쳤다.

사도들을 이은 속사도시대 초기 안디옥교회의 감독 이그나티우스가 교회는 “가톨릭”이라고 말한 때는 안디옥, 로마, 알렉산드리아와 그 밖의 여러 다른 지방의 교회가 전체적으로(가톨릭) 하나의 교회라는 의식과 친교를 가지고 있었는데, 로마 교회가 베드로를 유일한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 주장하고 그가 세우고 목회하였다는 로마 교회가 세계교회의 모교회이며 베드로의 사도전승을 이어간 교회들이 참된 교회라는 수위성(首位性)을 고집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 모든 지방의 교회들이 하나의 교회라는 의식이 없어져 갔다. 로마 교회를 가톨릭(전체적) 교회라고 불렀고 베드로의 건위를 계승하였다는 로마 교회 사제들의 위계제도는 신도들과의 친교를 희생시켰다. 그리고 성속(聖俗)의 차별의식으로 평평신도들은 교회의 예배와 조직과 운영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 교회는 이러한 가시적(可視的) 제도로써 교회의 일치성을 과시하려 하였다.

희랍의 동방정교회는 교회의 일치성을 어떤 가시적 제도가 아니고 베드로와 사도들이 전해준 신앙을 토대로 하여 사랑과 성령의 인도로 유지되는 신도공동체에서 찾으며 사제와 평신도들을 하나로 묶는 친교를 살렸다. 이 동방정교회에도 전통적인 특유한 예배의식과 제도가 있지만 그러한 것은 이차적인 중요성을 가질 뿐이어서 개신교회들과의 친교와 협력을 추진하였다.

중세 로마가톨릭교회는 신앙을 해석하는 신학을 교권(베드로의 권위)으로 통제하고 단일화하였고 이단자를 화형에 처했다. 이것은 그 교회가 가시적 제도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었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는 신앙을 해석하는 신학이 자유롭게 되었으나 그것을 통제할 교권의 힘이 약하였다. 그리하여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또는 진보주의가 논쟁을 일삼는 가운데 교회가 분열되어 교파들이 많이 생겼다. 대체로 보수주의는 신학으로 진리수호를 위하여 친교를 희생시키는 길로 나아가서 파생을 불사하였고, 자유주의파는 사도들이 전해준 기본신앙을 지키는 한 상대주의적으로 신학의 차이를 용납함으로써 그리스도교회의 친교를 보존하거나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오늘날 그리스도교계에는 WCC(세계교회협의회)와 WEA(세계복음주의연맹)의 이대(二大) 조직이 있다. WCC는 세계주의 또는 가톨릭주의로서 기본신앙만 일치하면 되도록 많은 교파를 포용하여 친교와 협력하려 한다. 그리하여 신학적으로 반드시 자유주의라고 말할 수 없고 보편주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반면에 WEA는 진리 또는 신앙의 해석 곧 신학의 일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배타주의적이어서 친교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친교수호와 진리수호의 두 조류는 서로 접근하기 어렵다.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제자들이 서로 사랑하여 그들이 하나인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당부하였다. 즉 그들의 사랑으로 하나됨이 가시적이 되어야 한다는 분부였다. WCC는 친교와 협력으로 하나인 것을 가시화(可視化)시키려 하고 WEA는 신앙의 진리로 하나됨의 가시화를 도모한다. 그런데 이 두 다른 계열의 개별적인 하나됨의 가시화 운동이 그리스도교 전체의 하나됨의 가시화를 실패시키고 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WCC와의 친교와 협력을 시도함으로써 그리스도교의 하나됨의 가시화에 동참하고 있다. 만일 WCC와 WEA가 서로 반목하지 않고 친교를 나누면 그리스도교회의 하나됨이 가시화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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