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정치적 직접 행동에서 사회적 직접 행동으로"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제15차 시국논평 발표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이 8일 제15차 시국논평을 냈다. '정치적 직접 행동에서 사회적 직접 행동으로'라는 제목의 이 논평문은 최형묵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소장)의 명의로 발표됐다.

최 목사는 이 논평문에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사태로 교착상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권력자의 무모한 불장난이 국민을 각성시키고 문제해결을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서도록 했기 때문이다"라며 "권력자가 자신을 지키겠다고 국민을 궁지에 몰아넣는 참담한 짓을 벌였지만, 그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파국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논평문 전문.

"정치적 직접 행동에서 사회적 직접 행동으로"

2024년을 보내고 2025년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격랑에 이어 비극적 참사까지 겹쳐져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적·사회적 비극을 넘어 다시 만날 세계를 향한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 가운데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했고 민주주의에 이르렀다 여겼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행복하지 못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격차가 심해졌고, 정치적 민주주의 역시 역동성을 잃어 껍데기만 남은 형국이었다. 사람들은 각자도생하기에 급급했고, 어떤 돌파구가 열릴지 그 전망도 불투명했다. 정치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삶의 영역 전반에서 답답한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사태로 교착상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권력자의 무모한 불장난이 국민을 각성시키고 문제해결을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서도록 했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자신을 지키겠다고 국민을 궁지에 몰아넣는 참담한 짓을 벌였지만, 그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파국에 이르고 있다. 각성한 민주시민들은 민주사회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태 앞에 직면해서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삶이 극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보통 사람들조차 더 나아질 세계를 향한 분투에 나서고 있다. 역사는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이어지는 이 겨울을 격변의 전환점이라고 기록할 것이다.

지금 이 땅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위헌적인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우리 시민들의 직접 행동은 정치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선결제'로 상징되는 연대 행위는 시위 현장에 국한하지 않는다. '남태령 대첩'이라 일컬어지는 농민들의 시위 현장에 2030 여성 청년들이 대거 연대했을 뿐 아니라, 농산물 직거래 주문의 쇄도와 노동·농민·사회단체를 향한 기부행위가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감사합니다. 그간 빚지고 살았네요."라고 소리치는 '응원봉 연대'가 시민단체, 농민, 장애인을 거쳐 전국 곳곳의 투쟁 중인 노동자들에게까지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노동자 전문병원을 짓기 위해 분투해 온 '전태일의료센터건립추진위위원회' 재단에도 지원 성금이 들어오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조선소 하청 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해 고공농성을 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노동자, 복직 투쟁을 벌이는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에게도 연대의 손길이 펼쳐지고 있다.

연대의 손길을 보내는 이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형편이 나은 사람들도 아니다. 이들은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그동안 누려온 일상의 자유와 권리를 순식간에 빼앗길 수 있음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이전부터 일상을 빼앗긴 동료 시민들을 발견하고 연대하게 된 것이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고자 하는 직접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주권자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회가 싹트고 있다. "누가 우리를 대신해 줄 것인가"를 묻지 않고, "우리가 우리의 삶을 만들어 나가겠다"라는 의지로 나선 깨인 민주시민들로 인해서 새 역사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지금 이 땅 위에서 벌어지는 약자들의 연대,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에서 거대한 역사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청년 시절 4.19를 경험했던 세대, 5.18을 경험했던 세대는 평생 그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왔다. 이제 12.3을 경험한 세대 역시 평생 이 기억을 간직하며 살 것이다. 이렇게 각성한 세대 앞에 어떤 흉악한 독재자가 다시 나올 수 있겠는가. 설사 나온다고 하더라도 각성한 이 세대가 가만히 두겠는가. 우리의 미래가 환하다. 아직 내란의 우두머리와 그 동조 세력이 제거되지 않아 어지럽고 혼란하지만, 우리는 내란 세력을 기어이 척결하고 새로운 사회, 다시 만나는 세계를 만들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온전한 정치적 주권을 보장받고, 평범한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는 사회이자 세계일 것이다. 2025년이 미완의 1987년 체제를 넘어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이루는 원년으로서 고귀한 생명이 속절없이 쓰러지는 참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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