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도적 지원을 둘러썬 보수교회와 진보교회가 교회 내부 뿐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엇박자를 놓고 있는데 대해 진보교회와 보수교회가 이념을 떠나 진지한 대화를 진행, 중론을 만들어야 함을 강조하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
예장 고신 출신 손봉호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통일학회 제11차 정기 학술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인권과 기아 문제를 똑같이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진보교회가 북한의 기아를, 보수교회가 북한의 인권을 우선시하며 서로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이었던 데 대해 성찰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다.
손 박사는 두마리 토끼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진보·보수 교회의 대북 정책에 대해 그 접근 방법에 있어서의 제고를 요청했다. 세상의 기준, 즉 어떠한 이념이나 제도에 묶여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었다.
그는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나 정치적 고려도 성경의 기준 위에 있을 수 없고 성경을 해석하는 기준도 될 수 없다"며 "비록 아무도 이념의 편견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해방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의무는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념의 눈으로 성경을 읽을 것이 아니라, 성경에 따라 이념을 상대화하고 비판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북 정책의 근거를 성서에서 찾은 그는 이어 진보교회의 ‘기아’를 생존의 가치로 보수교회의 인권을 ‘존엄성’을 인권의 가치로 평가하며 성경에서 양쪽 모두의 가치가 인정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손 박사는 "굶는 사람을 먹이고 인권유린을 막는 일은 조건 없는 무상명령이고, 만약 어떤 이념이 둘 중 하나라도 무시하게 한다면 아무 소용없는 쓰레기일 뿐 아니라 심각한 독극물"이라며 "그러므로 인권과 기아 문제를 통일, 핵무기, 무력도발, 북한 정권과 연계해볼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문제들을 인권과 기아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인권과 기아는 둘 다 똑같이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돼야 하고,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맹렬히 비판함과 아울러 굶고 있는 주민들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이념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게을리한다면 이는 이념의 우상을 섬기는 것이고, 성경이 제시하는 가치 순위를 뒤집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