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사태를 묻는다2]
기독교 시민단체들의 연합체 성격을 띤 ‘한기총개혁을위한기독인네트워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의 금권선거 파문과 관련, 한기총의 대책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하며 한기총 해체 운동을 예고했다.
본지는 5일 잠실 올림픽파크텔의 한 커피숍에서 "한기총 해체 운동에 나서겠다"며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중도 보수적 교계 지성인이자 기독 시민운동가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손 교수는 도덕 불감증에 사로잡힌 한기총의 지도자들을 질타했으며 한기총의 개혁 가능성에 대해선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을 했다. 또 한기총을 위시한 보수 개신교에서 반대하고 있는 수쿠크법에 관해 직접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다종교 사회에 타 종교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며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원칙적인 차원에서 지지했다.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손 교수는 이를 준비하고 있는 진보 개신교 인사들을 격려하는 반면, 반대하는 보수쪽 인사들에게는 "잘못하고 있다"는 질책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5일 잠실 올림픽파크텔의 한 커피숍에서 한기총 해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그는 도덕 불감증에 사로잡힌 한기총 지도자들을 질타하며 개혁의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이지수 기자 |
-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거셉니다. 특히 한기총이 금권선거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데 한기총 지도부에서는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진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국 기독교, 특별히 복음주의쪽에서는 소위 말하는 ‘믿음’(하나님을 믿음)과 좁은 의미로서의 활동, 예를 들어 기도, 전도, 교회 봉사, 연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인 삶에서 성경대로 사는 것은 강조를 하지 않았어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도 그 여파라고 봅니다.
도덕성에 대한 민감성이 굉장히 약해요. ‘거짓말 하는 것, 정의에 어긋나는 것 그런 게 뭐 대수냐. 그건 크리스천이나 넌크리스천이나 다 같이 강조하는 아니냐.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강조하지 않는 신앙·기도를 강조하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느냐’는 사고를 해요. 따라서 윤리에 대한 민감성이 크게 뒤떨어집니다. 그게 한기총 사건에 그대로 반영이 된 것이죠.
- (힌가총 지도부가)도덕 불감증에 빠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볼 수 있지요. 그렇지만 도덕 불감증이라고 하는 것은 비단 한국 기독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 문화 전반이 도덕 불감증에 사로잡혀 있어요. 가령 우리나라 경제나 예술이나 학문의 수준은 꽤 선진국 수준이지만 투명성은 세계 39번째라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우리의 문화가 도덕성- 정직성·공정성, 나는 이 두 가지가 도덕성의 핵심이라고 보는데- 이것이 굉장히 약해요.
연고주의가 아직 상당히 작용을 하고 있고 뇌물도 아직 없어지지 않았어요. 이것들은 공정성을 어기는 것이거든요. 또 그것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의식도 약해요. 가령 닉슨 같은 사람은 워터게이트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했기 때문에 탄핵을 받은 거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그런 것 때문에 탄핵을 받지 않게 되어 있어요. 우리 사회의 규범이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뜻하고 한국교회는 조금도 낫지 않을 뿐 아니라 적어도 복음주의 쪽에서는 오히려 뒤떨어지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최근에 기윤실 비롯해 몇개 기독교 시민 단체들이 한기총에 공개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그 내용은 한기총의 개혁을 촉구하는 것인데 지금이라도 한기총 지도부가 옷을 찢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간다면 (한기총에)희망이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그건 기적이죠(웃음). 그렇게 하면 오죽 좋겠어요? 나는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지금까지의 한기총의 문화와 한국의 전반적인 문화 그리고 조직의 생리를 놓고 볼때 굉장히 어렵다고 봐요.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공동체가 개혁하기보다 새롭게 만드는 게 훨씬 빠릅니다. 교회도 예를 들어 어느 교회가 그 전통이 잘못됐으면 그 속에 들어가서 개혁하기 보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빨라요.
인간의 약점은 기득권입니다. 어떤 단체나 그 기득권이 있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들은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열세에서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기총 해체 운동)이를 두고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 저는 매우 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봅니다. 개혁은 내가 알기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만약 개혁이 안된다면 해체운동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이 불길이 쉽게 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한기총이 해체 된다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교회 연합기구로는 유일하게 남을텐데 과연 그것 하나만으로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유지해갈 수 있을까요?
대표성이 꼭 필요하냐를 질문해봐야 합니다. 기독교가 꼭 한 목소리를 낼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목소리 내는 이유 중 하나가 ‘손해를 안 보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종교도 그런데 기독교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냐는 것인데 나는 이것은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기독교는 손해를 좀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독교는 그동안 특혜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다른 종교는 군종이 없을 때 기독교만 군종을 가지고 있었어요. 또 대학과 중고등학교도 복지기관도 기독교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벌써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이익을 봐야 할까요. 저는 손해 좀 봐도 괜찮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후진 사회가 되어서 어떤 종교를 코너에 몰아넣고 완전히 짓밟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없겠지만- 경우가 아니고서야 꼭 한국 기독교를 대변하는 단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 한기총의 금권선거도 논란이지만 한기총을 위시한 보수 개신교의 유력한 지도자들의 수쿠크법 반대도 짚어볼 문제입니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로 다문화 다종교 사회가 국제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분위기인데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타종교와의 관계성에 있어서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수쿠크법에 대해서는 내가 의견이 있긴 있지만 표현을 안 하겠어요. 이것까지 문제가 되어 놓으면 상당히 복잡해져요. 최근 한기총 사건 이후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발언을 안합니다.
그러나 타종교에 대해서는 모든 종교는 자기가 옳다는 것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도 그런 권리가 있다는 것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나는 혼합주의는 반대해요. 저 종교를 믿어도 구원을 받고 이 종교 믿어도 구원을 받고 그런 주장 말입니다. 기독교가 생각하는 구원과 불교가 생각하는 구원은 다릅니다. 그러니 어느 종교를 믿어도 구원 받는다고 말하는 것은 허황된 말이죠. 그러나 불교인들도 얼마든지 자기 신앙을 주장하고 자기 신앙대로 생각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종교 사회에서 존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만약에 타종교와 경쟁할 일 있으면 원칙적으로 기독교는 지는 게 좋습니다. 손해보는 게 옳다고 봐요. 꼭 세속적인 이해관계에서 득을 볼려고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 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축사를 전했습니다. 보수 개신교와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로 대통령의 집권이 오늘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득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한국교회가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이기 때문에 득을 봤느냐? 난 득 본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의 득을 봤느냐? 그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원하지 않았겠지만 한국 기독교는 손해를 봤습니다.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 자체 때문에 손해를 봤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통령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으로 봐서 어느 종교든지 그 종교인이 대통령이 되면서 그 종교는 손해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다음 대통령이 부디 개신교인이 아니길 바랍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손해 본 것입니까?
우리나라 정치 수준은 굉장히 낮습니다-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도덕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에서만 정치를 할 수 없어요. 타협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때 그 타협을 우리 시민들은 ‘종교인이라 그러나?’라고 본단 말이에요. 또 개신교인들은- 특별히 수준 낮은 개신교 지도자들은-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좀 특권을 누릴려고 하는 요소가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한기총의 타락에 청와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조찬기도회가)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장로교에서 총회장은 총회가 끝나면 임기가 끝납니다. 그게 장로교의 원칙입니다. 그리고 총무가 1년 동안 교단의 모든 일을 관리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청와대는 의전상 총무를 대표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장이 와야지. 그러니까 총회가 끝나도 총회장이 오게 만든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에 와서 총회장 자리를 돈을 써가면서 하려고 하는 거예요. 우리 어릴 때는 총회장을 안 하려고 했어요. 2,3일 의장으로서 총회 사회보다가 그만두는 것인데 뭘 하려고 하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돈을 쓰면서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총회장이라는 게 장로교 제도에 어긋난 권한을 행사하니까 그게 좋아서 (총회장이)될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밥을 얻어 먹는 것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대접받는 것을 대단한 명예라고 생각을 했던 거예요. 사실 (생각이 바른)기독교인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대통령 초청으로 밥 얻어먹는 게 뭐 그리 명예가 되느냐. 여하튼 우리 기독교의 수준이 너무 낮아요. 한기총이 타락한 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 기독교 시민사회 단체는 바람직한 사회 운동과 더불어 제도권 교회를 견제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날 제도권 교회의 부패에 있어 기독교 시민단체의 책임도 있다고 보는데 그동안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보십니까?
그 역할을 하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교회개혁연대라든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라든지 그러나 역부족이었어요. 기독교가 최근 매우 가톨릭화되어 있는 게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제도적으로 개신교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버툼 업 타입인데 가톨릭은 위에서 내려오는 체제입니다. 그런데 개신교가 지금은 위에서 내려오는 식이 되어 버렸어요. 장로교는 원래 철저히 교인들이 장로가 목사를 견제하게 되어 있는데, 오늘 한국교회에서는 어느새 견제하면 죄 짓는 것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상당히 무속적인 사고죠.
목사의 무당화가 많이 이뤄져 있어요. 무당화라는 게 존경하지 않으면서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무당을 보는 태도가 그렇잖아요. 존경은 안하는데 두려워해요. 물론 어떤 사람은 존경하고 그의 말을 듣고 그러지만. 어떤 교회에서는 목사가 정말 어이 없는 짓을 하는데 그 교회에 대학교수, 장관들이 수두룩한데도 그 교회 목사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교회만 들어오면 (목사를)비판하면 하나님 앞에 죄를 짓고 있는 거다 이런 사고가 박혀 있어요.
사실 견제를 못했어요. 소수의 시민단체가 있긴 했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노력은 했지만 실제로 견제는 못했어요.
- 진보 개신교와 보수 개신교의 인사들 중 일부는 서로 교류하며 연합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건전한 발전과 연합운동을 위해 진보 개신교와 보수 개신교가 어떻게 교류하면 좋을까요. 한때 한국교회에서는 한기총과 NCCK 연합 운동의 바람이 불기도 했습니다. 그같은 기구적 통합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리십니까?
하나로 뭉치는 것을 제도적으로 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실제로 일상생활에서의 교제에서 할 것인가. 그런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너무 제도적인 것을 강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번 한기총의 사태를 보고, 제도로 만들어 놓으면 또 주도권 싸움으로 반드시 문제가 생길거라고 봐요. 그러지 말고- 어떤 면에서 상당히 건전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데- 북한 돕기 같은 경우에는 한국교회 진보, 보수 다 같이 참여하거든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같이 활동을 해보면 되는 거예요. 저는 옛날부터 이 같은 주장을 했어요.
우리가 비록 신학적 관점에서 의견의 차이가 있다라도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때는 그것을 강조해서 일을 같이하고 이렇게 하는 게 가장 건전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형식적인 것을 자꾸 고집 안했으면 좋겠어요. (일상적인 문제에 관한 진보·보수 개신교 인사들의 연합 활동)저도 참여를 하고 있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가 좋다고 본다. 그런 활동에 NCCK 대표들도 많이 참여를 합니다. 얼마 전엔 NCCK 김영주 총무를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슈에 있어서 우리가 의견일치를 보고, 상호 존중하며 중요한 이슈에서 협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 보수 개신교와 진보 개신교 사이에서의 반감이 예전보단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 보이던데요.
예전만큼 반감이 있지 않습니다. 많이 줄어 들었어요. 이 같은 상황에서 또 조직을 해 놓으면 이제까지 이뤄놓은 화합정신마저 깨질 우려가 있습니다.
- 진보 개신교에서는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에 많은 관심을 두고,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그 총회 주제(‘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도 선정이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WCC 총회를 준비하는 진보 개신교 인사들에게 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에서 그런 모임이 열리는 것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고요. 생명경시사상이 팽배하고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때 주제도 참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주제를 갖고 잘 진행이 돼 한국사회 내 인간존중사상, 생명존중사상, 자연보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보수쪽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런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