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손규태] 본회퍼 신학선집의 출간과 그 의미

성공회대 손규태 명예교수

한국본회퍼학회(회장 유석성 박사)가 지난해 출간된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의 선집(8권)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지난 10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본지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강연을 한 성공회대 손규태 명예교수의 동의를 얻어 그의 강연 원고 전문을 싣는다. ‘본회퍼 신학선집의 출간과 그 의미’란 제목으로 발표를 한 성공회대 손규태 명예교수는 본회퍼 연구자로 서울신대 유석성 총장과 동대학 이신건·오성현 교수와 함께 본회퍼 선집 출간에 기여했다.- 편집자주 

▲손규태 명예교수(성공회대)

1989년 3월 20일 한국 본회퍼 학회가 창립된 이래 지난 20여 년 동안 본 학회는 강연신학강연, 세미나 그리고 연구발표회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해 오고 있습니다. 본 학회는 본회퍼 1989년 4월 9일 제1회 공개신학강연을 필두로 해서 매년 1회 정도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참고로 제1회 강연회 제1 주제 “본회퍼의 평화사상(손규태), 제2주제는 ”본회퍼에 있어서 믿음의 길“이었습니다. 이러한 공개강연을 지금까지 약 15회 정도 거행했습니다. 그리고 세미나와 연구발표회는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주로 회원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약 35회 정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본회퍼 학회와 교류사업도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매년 1회씩 한국과 일본에서 거행되는 세미나와 연구 모임에 서로 대표학자들을 파송했습니다. 4월을 전후해서는 한국에서 열리는 모임에 일본의 대표가 참석했고, 8월경에는 일본에서 보이는 연구 모임에 한국의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그 동안 디트리히 본회퍼의 저서들 중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신도의 공동생활(문익환역), 나를 따르라(허혁역), 옥중서신(고범서역), 기독교윤리학(손규태역), 창조와 타락(문희석역)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번역출판 된 책들 가운데 신도의 공동생활과 옥중서신은 독일어 본문에서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영어에서 중역한 것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옥중서신은 본회퍼가 주고받은 전체 서신들이 아니라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을 중심으로 영국과 미국학자들이 편집하여 영문으로 출간한 것이었다.

그리고 본회퍼의 박사논문인 “성도의 교제”와 그의 대학교수 자격논문인 “행위와 존재”는 매우 학문적이어서 그랬는지 아무도 번역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도 1958년도에 독일에서 출간된 6권으로 된 본회퍼 선집에 실려 있는 본회퍼의 설교들, 강연들, 편지들, 명상들은 번역되지 못했습니다.

국제본회퍼 학회 서독 지부는 1981년 동독 지부와 합의해서 본회퍼 전집을 새로 출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기왕에 출간된 선집의 내용과 함께 거기에 싣지 못했던 편지들, 일기들, 논문들, 자료집들 등 본회퍼가 남긴 문서들 전체를 담은 “전집을 내기고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1-8권까지는 본회퍼가 직접 쓴 책들로 그리고 9-16권까지는 선집에서 빠진 것들을 년대별로 배열하기로 한 것입니다. 전집은 16권에 8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 작업은 1986년부터 본회퍼의 박사논문 “성도의 교제”(Sanctorum Communio)를 필두로 해서 본회퍼의 명실상부한 “전집”이 출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필자는 당시 본회퍼 학회회장으로서 이 전집에 의한 한국어번역과 출판에 관심을 갖고 그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판 본회퍼 선집은 우선 본회퍼가 학문적 저작으로 쓴 것 중 8권을 선택하여 번역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독일어판 전집과는 약간 차이가 나게 되었습니다. 독일어판 전집의 일곱 번째 책 “테겔형무소로부터의 단편들”(Fragmente aus Tegel)을 빼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실린 단편들은 신학적 내용이라기보다는 드라마, 소설, 이야기 등 3편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독일어판 전집 12권 279-459면에 실린(Berlin 1932-33) “그리스도론”을 한국판 선집에 실었습니다. 그리스도론은 본회퍼가 베를린 대학 강사시절에 한 강의로서 그 원본은 없어졌지만 그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노트들을 모아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한기독교서회를 통한 본회퍼 선집의 출간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본회퍼 학회가 노력한 꿈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꿈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번역자들의 선택과 번역문들의 검토 작업 등을 수행하는 일에 현재 본 회의 회장인 유석성 박사의 노고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번역작업은 과거의 번역을 약간 보완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독일어에서 새롭게 직접 번역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전집에서는 저과거의 옥중서신은 저항과 복종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는데 이것은 독일어 제목을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1986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본회퍼 전집은 1958년의 선집과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본회퍼의 원고는 만년필로 씌어졌는데 일기가 매우 난해하며, 그 중에서도 땅에 묻혀있던 훼손된 원고들은 철저한 감정을 거쳐서 재구성됨으로써 전집에서는 선집의 내용이 다소 수정되었습니다.

2. 기독교 윤리학은 선집에서는 베트게가 개개의 글들의 목차를 정했었는데 전집에서는 글들의 출생순서에 따라서 목차를 다시 결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책의 목차가 선집의 순서와 전집의 순서가 전혀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어떤 항목은 윤리학에서 빠지기도 했습니다.

3. 전집은 각권마다 편집자를 두어서 편집자의 서문과 후기를 달았습니다. 편집자 서문에서는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편집자 후기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들은 본회퍼의 책을 읽기 전제 서문과 후기를 먼저 읽어서 길잡이로 삼으면 좋을 것입니다.

4, 전집은 저자 본회퍼의 각주 외에도 편집자들의 각주가 실려 있습니다. 편집자들의 각주는 친절하게도 역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본회퍼와 거리가 있는 젊은 독자들과 전문적 연구자들이 아닌 독자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추가된 것들이다.

5. 9-16권까지를 제외하고 한국판을 본회퍼의 저술들에만 국한 시킨 것은 본회퍼가 청년학생시절(1918-1927년), 바셀로나, 베를린, 미국시절(1928-1931년), 에큐메니칼운동, 대학교강사, 목사직(1931-1932년), 베를린 시절(1932-1933년), 런던시절(1933-1935년), 고백교회의 핑켄발데신학교 시절(1935-1937년), 고백교회 신학후보생 연수원 시절(1937-1940년), 암살음모와 구금시절(1940-1945년)에 활동하면서 기록했던 논문들, 편지들, 서평들, 명상들, 기도문들 등은 전문적 연구가가 아닌 독자들에게는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또 권당 600-700면에 달하는 분량은 번역이나 출판사정상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선집의 출판의의를 말하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본 선집은 독일어판 전집을 다 출간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그동안 불완전한 번역본들을 읽던 독자들에게 비교적 완전한 번역본을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최근에 와서 본회퍼신학에 대한 관심이 좀 적어진 느낌이 있으나 이 선집의 출판으로 더 많은 젊은 연구가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셋째, 최근 한국의 개신교회는 신자유주의적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되어 그리스도의 참 정신을 상실함으로써 심각한 신뢰성 위기에 청해 있고 다수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현실에 직면해서 본회퍼의 타자를 위한 그리스도와 타자를 위한 섬기는 신학과 교회의 상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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