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소래마을에 심겨진 씨앗(4)

라. 새벽빛(黎明)

내 영광아 깰지어다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내가 새벽들 깨우리로다(시편 57:8)


1. 중학교 시절에 영어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

북아메리카 개척시대에 있던 에피소드이다.

금맥을 찾아다니는 어느 탐험가가 어느 날 한 원주민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그 원주민들은 아주 친절하여 지나는 나그네를 친절하게 접대하고 식사와 숙소를 제공해 주었다. 그날 밤 그 여행자는 한 천막에서 자고 있는데 새벽녘이 되니까 온 동네가 시끌벅적 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일어나서 나가보니 마을 청년들이 추장의 지휘에 따라서 동산으로 다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마치 무엇을 잡아 다니는 것처럼 영차, 영차 하며 당기는 시늉을 하는 게 아닌가! 그는 이상하여 추장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추장이 대답한다.

“해를 끌어올리는 것이요. 이는 우리 먼 조상 때부터 해 오던 행사이지요.”

“해를 끌어 올리다니요?”

“우리가 이렇게 새벽마다 해를 끌어 올리지 않으면 태양이 떠오르지 않고, 그렇게 되면 큰 재앙이 미치게 됩니다.”

“허허, 그래요.”

이들은 태양이 자연히 떠오르는 것을 모르고 자기들이 끌어올려서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약삭빠른 이 문명인은 그 일을 깨우쳐 주려고 하지 않고, 기발한 계획을 세운다.

“추장이여, 우리 고향에서는 저렇게 사람들이 수고하여 해를 끌어 올리지 않고, 한 마리의 영물(靈物)에게 그 일을 맡긴답니다.”

“영물이요?”

“그렇소. 아주 귀한 새인데 그 새를 마을에 잘 모셔두면 저 일을 혼자서 다 해낸답니다.”

“아, 그래요, 우리에게도 그러한 신기한 새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내가 그 신기한 영물을 사오겠습니다. 값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값은 우리가 황금으로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부디 사다 주십시오.”

그 사람은 그 마을을 떠나 얼마 있다가 수탁을 몇 마리 사가지고 돌아왔다.

“이것들이 바로 그 영물이오. 이 영물이 새벽에 하늘을 향하여 호령을 하며는 태양이 떠오른다오.”

“아 그것 참 놀랍네요. 이곳에서도 그렇게 되었으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내일 아침에 그 일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다음날 새벽에 마을 사람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일찍이 일어나서 기다렸다. 일부는 괜히 그까짓 새 한 마리를 믿다가 큰 앙화(殃禍)를 당하지 말고 그냥 여지껏 하던 행사를 그대로 행하자고 우겼다. 그러나 그 나그네는 그냥 자기를 믿고 가만있으라고 설득했다. 추장 역시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새벽이 되자 그 수탁들이 꼭꾜- 꼭꾜- 하고 홰를 쳤다. 원주민들은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그 소리를 들으며 동산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얼마 아니하여 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원주민들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환성을 질렀다. 추장은 그 사람에게 한 궤 가득 황금을 주었다고 한다.

이것은 순진한 원주민과 약삭빠른 문명인 사이에 일어난 한 토막 일화이지만, 동산의 해는 가만있어도 때만 되면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류 문명의 태양은, 인간 영혼의 태양은 나 자신이, 우리 민족이 깨워야만 떠오른다.

우리 민족이 암흑 속에서 방황하며 헤매이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북녘의 이성하, 백홍준, 김진기, 서상륜, 서경조, 또 동쪽에서 이수정 등, 영혼의 목마름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통하여, 문명의 밝은 빛을 사모하는 지성인들을 통하여 새벽을 깨우는 역사가 일어나게 해주셨다. 


글: 박종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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