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가톨릭 평신도, 신학 공부 절감

“좋은 신학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는 기독교인이 되는 것”

양한모 <신도론> 출간 30주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50주년 준비하면서 '평신도신학' 주목 
 
“‘알아야 면장을 해먹는다’는 말이 있다. 남녀 신도 가운데에는 교회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열성을 다 기울여 하기는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신학적 지식뿐 아니라 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을 왕왕 보게 된다. 그래서 좋은 뜻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려고 애쓰는 데도 그 노력에 비해 적은 효과밖에 얻지 못하고 때로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양한모)

가톨릭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신원과 사명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평신도론 정립을 위한 공부모임’을 시작했다. 우리신학연구소와 신앙인아카데미가 공동기획하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후원하는 이번 공부모임은 6월 21에 첫 세미나를 열었으며, 앞으로 격주로 목요일 마다 총 10회에 걸쳐 지속될 예정이다.

이미영 실장(우리신학연구소)은 이 모임과 관련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평신도의 신원과 위상을 새롭게 재조명하며, 세상을 복음의 빛으로 변화시키는 세상의 사도로서 평신도를 호명했으나, 공의회의 이런 선포 이후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평신도는 여전히 교회 안에서의 신앙과 세상의 삶을 구별하며, 삶과 신앙이 분리된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평신도론과 지금 우리 시대의 새로운 평신도론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공부모임을 진행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특히 이번 공부모임에서는 양한모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평신도 신학과 운동을 전개하고자 썼던 <신도론>에 주목하면서 ‘우리시대에 걸맞는 신도론’을 더 폭넓게 살펴 볼 예정이다. 때마침 오는 2012년이 ‘평신도의 위상’을 재정립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 양한모의 <신도론> 출간 30주년을 앞두고 있어서 이런 교회 내 움직임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평신도와 신학’이라는 주제를 다룬 첫모임에서는 경동현 연구원(우리신학연구소)와 이미영 연구실장이 양한모의 <신도론>과 존캅의 <생각하는 기독교인이라야 산다>에 대해 발제를 하고, 토론이 이어졌다.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평신도론과 지금 우리 시대의 새로운 평신도론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공부모임을 진행하고 있다”고 취지를 밝히며 뜻 있는 평신도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한상봉 기자

양한모, 신학은 모든 하느님 백성의 일

‘평신도’를 ‘신도’라고 고쳐부르자고 제안했던 양한모는 교황 레오 13세가 서슴없이 “교회에 있어서 성직자에게 복종하고 성직자들이 명령하는 대로 잘 실행하고 성직자들을 존경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것이 신도의 특징”이라고 말했으며, 이브 콩가르는 <신도신학서설>에서 “신도란 제대 앞에서 무릎을 꿇어서 기도하고, 강론대 앞에서는 앉아서 듣고, 손은 항상 지갑에 넣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어느 추기경이 말한 사례를 들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그동안 21차에 걸친 공의회가 있었으나 신도의 문제를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다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와서야 처음으로 정식 의제로 취급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양한모는 ‘신도의 해방’을 주장하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성직자나 신도가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연구와 사색의 정당한 자유와 각기 전문 분야에 대한 자기 의견을 겸허하고 용감하게 발표할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을 인용하며 “신도들은 고정된 전통적 신앙 체계 안에 움츠러드는 좁은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신도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양한모가 ‘신도신학’을 주장하면서 “신학은 일정한 전문가의 특수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하느님 백성의 일”이며 “어느 특정한 시대와 문화 가운데에서 그리스도 신자가 자기의 신앙과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체험에 대해서 행하는 성찰”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도신학은 신자들에게 ‘즉각적이고 실제적인 해답’을 주어야 하는데, “많은 신도들이 일상 생활과 관련성이 희박한 강론에서 별로 의미를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상적 시민 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교리와의 괴리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의 젊은 남녀들은 질문없이 교리를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던 전세대의 어른들보다 훨씬 비판적이고 신학적 의식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신도 운동에 참여하는 신도들이 교회의 활력소가 되지 못하고, 세상 문제에 복음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그 원인이 신학적 지식의 결여와 사도직에의 훈련이 부족한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신도를 위한 신학이나 훈련이 결코 ‘사제를 도울 수 있는 작은 사제’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신도들이 자기의 소명 가운데서 자립하여 생각하고 그리스도교적으로 행동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캅은 “좋은 신학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는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라며, 평신도들이 전문신학자들에게서 신학을 되찾아 오자고 주장했다. ⓒ한상봉 기자

존캅, 평신도는 이미 신학자

한편 존캅은 “좋은 신학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는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라며, 평신도들이 전문신학자들에게서 신학을 되찾아 오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지금 ‘전문가 시대’를 살고 있으며, 신학 역시 전문가의 작업을 뜻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신앙이 무엇인지, 평신도들이 실제로 무엇을 믿는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건강관리에 대해 전문가의 고견을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민간처방 등 제 나름대로 치료방법을 찾아가듯이, 전문 신학자가 결론을 제시하더라도 결국 믿는 것은 우리 자신이므로, 책임있는 태도로 평신도들도 신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신 죽음의 신학’이나 복음서 말씀이 모두 예수의 ‘진언’(眞言)이 아님을 발견한 ‘예수세미나’처럼 논쟁적인 주제를 신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으며, ‘그저 안심시키려’ 한다. 그러나 존캅은 이런 논쟁을 회피해서는 안 되며, 신학공부와 자기 체험에 기초한 성찰을 통해 자기 신앙을 통합해 가야 한다.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신학이 무엇인지 배울 필요가 있으며, 우리 자신의 신학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있다. 영성과 관련해서 교회 안에서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프로그램이나 책자를 통해 도움을 발견한다. 어떤 이는 이런 발견을 교회 안으로 가져오고, 어떤 이는 도움이 있는 다른 곳을 향해 아예 교회를 떠난다. 교회는 신자들의 욕구에 태만한 대가를 지불하는 중이다.”

존캅은 “평신도들은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믿음을 실제로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신학자”라면서 “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자신의 믿음에 대해 매우 자신감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묵묵히 따랐던 교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그 교리를 실제로 믿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놓치지 말고 ‘당신의 신학을 하라’고 권하는 존캅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함께 토론하고, 토론 후 다시 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기존의 내 사고방식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의 놓인 분열을 통합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평신도론 정립을 위한 공부모임'에는 평신도 신학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이미영 실장은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교회쇄신과 신학에 관심을 지닌 더 많은 평신도들이 공부모임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공부모임은 오는 7월 7일 목요일 오후 7시 합정동 '초원장학회' 건물(구 신앙인아카데미) 지하강의실에서 열린다. (문의: 우리신학연구소 02-2672-8344)


2011년 6월 22일자 한상봉 기자 isu@catholicnews.co.kr

(기사제휴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