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일 오전, 금권선거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던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가 한국교회 원로들을 만나 사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늘 모임은 지난 6월 1일,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가 한기총 사태에 대한 전격합의안을 발표한 이후 십 여일만이다. 두 목사의 전격합의안을 통해서 분명해진 사실은 한기총 회장선거가 금권선거였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10일, 소위 교계의 원로라는 김선도 목사와 이만신 목사, 조용기 목사, 지덕 목사는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의 사죄를 받고는 덕담을 했다는 보도를 보고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그대들을 이 시대의 원로라고 했는가?
소위 ‘원로’라는 분들이 정말 이 시대의 원로인가? 교계에서 원로는 대형교회 목사요, 나이만 들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호칭인가? 사죄란 자신들의 잘못 때문에 상처를 받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하는 것이 사죄다. 그런데 그대들이 사죄한 원로라는 이들이 당신들 때문에 무슨 상처를 받았는가? 오히려 금권선거를 방조하고 한국 교회가 제 길을 가지 못하게 한 장본인들이 아닌가? 오히려 상처를 받은 이들은 건강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요, 한기총 같은 보수단체가 하는 일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던 이들이다. 그들에게 사과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사죄다.
그런데 문제의 당사들끼리 “다 되었네!” 합의하고, 대형교회 목사들 몇몇 앉혀놓고 사죄하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언론의 표현대로 그 원로라는 이들이 도대체 한국 교회에 무슨 역할을 했는가? 대형교회 만들어 한국교회가 맘모니즘(물질주의)에 빠지게 한 것, 혹은 은퇴한 이후에도 배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것, 예수 정신을 훼손한 것, 성경의 진리를 왜곡한 것, 그리하여 그리스도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닌가? 그들은 대접받아야 할 이 시대 개신교의 원로가 아니라, 예수에게 비난을 받았던 바리새인들이 아닌가?
그들은 오히려 대형화를 추구하면서 기독교의 정신을 훼손한 죄에 대해서 조용히 침묵하며 회개해야 할 이들이 아닌가!
한기총은 해체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기총이 추구하며 사회이슈화한 내용을 살펴보자.
최근 등록금반값과 관련하여 사학들의 부정과 부패를 생각해 보면, 한기총이 ‘사학법’과 관련해서 어떤 입장이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사학법뿐 아니라, 줄곧 그들의 입장은 보수와 권력집단과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을 위한 집단이라기보다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합리화시켜주는 집단이었던 것이다.
예수는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 성전을 정화했다. 성전, 종교가 종교지도자들과 권력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에 분노한 것이다. 지금 한기총은 개선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전면 해체되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미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한기총의 최근의 행태는 국민의 관심이 반값등록금에 집중되어 있을 때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자신들의 치부를 덮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은 행동이다.
화 있을진저,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이여!
화 있을진저 너희 바리새인이여,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의 십일조는 드리되 공의와 하나님께 대한 사랑은 버리는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 화 있을진저 너희 바리새인이여, 너희가 회당의 높은 자리와 시장에서 문안받는 것을 기뻐하는도다(신약성경 누가복음 11:42-43).
위의 성경은 예수가 바리새인들과 율법학자들에게 한 말씀이다.
이렇게 당시 종교지도자들을 자극해서 결국에는 십자가형을 당하게 된다. 주석적인 이야기들을 다 떠나서 한기총의 회장자리를 놓고 금권선거를 자행하고, 그 일을 회개하지 아니하고 소위 원로대접 받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모아놓고 야합하는 행위는 ‘공의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버리고, 높은 자리와 시장에서 문안받는 것을 기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원로들이여, 차라리 침묵하시고 묵상하시라.
한번 권력을 잡으면 놓고 싶지 않은 심정은 이해가 가나, 은퇴를 한 이후에도 권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면 측은하게 보인다. 개신교계에는 왜 법정 스님과 같은 분이 없고,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이 없는지 아는가? 남을 세워주는 것을 싫어하고, 오로지 나만 목사인 것처럼 행세하는 당신들 같은 이들이 만든 토양이 그야말로 가시밭 혹은 돌밭 같아서 그런 것이다.
은퇴를 하셨으면 좀 젊은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고 좀 침묵하고, 묵상하면서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들을 삶과 글로 전하라. 그래야, 후배들도 본받을만하지 않겠는가? 1950년대 한국교회의 부흥기에서 지금까지 당신들은 줄곧 개신교의 리더(?)들이지 않았는가? 이미 60년 이상을 교계에서 대형교회를 이뤄가며 한국의 개신교를 좌지우지하고서도 부족한가? 당신들이 좌지우지한 한국교회, 지금 행복한가? 아니, 건강한가? 당신들의 한계가 보이지 않는가? 이제, 반성들 좀 하시라. 침묵하시고, 묵상하는 일만으로도 그동안 당신들의 죄를 다 회개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기총의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의 야합에 놀아나며 손뼉치고, 덕담을 하는 원로 목사들을 보니 들판에서 야합하는 개들을 쳐다보며 희희낙락하는 코흘리개를 보는 듯하여 마음이 씁쓸하다. 호되게 꾸중을 하거나, 한기총 해체를 건의했다거나, 자리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더라면 진정 이 사회의 원로라고 칭할 만했을 터인데, 새파랗게 젊은(?) 목사에게 조롱이나 받는 당신들이 참으로 딱하다.
글: 김민수 목사(제주노회,기장 총회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