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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칼럼] 가정교육의 실종이 교육의 위기다

▲예수원교회 김성 목사
독립기념관장을 역임한 김삼웅 선생이 지은 ‘우당 이회영 평전’이 얼마 전에 출간되었습니다. 우당선생에 대해선 몇 차례 칼럼을 통해 소개한 바 있습니다. 우당선생은 숱한 독립운동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하면서도 별로 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독립운동가로서 일제의 감시와 검거의 눈초리를 피해야 하는 망명자의 신분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본래 선생의 기질이 글을 쓰는 문필가라기보다는 행동하는 혁명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당 이회영 평전’을 읽다가 우당선생이 1914년 하와이에서 발행되는 교포신문 <국민보>에 두 편의 논설을 쓴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1914년이면 우당선생이 만주에 설립한 신흥무관학교를 통해 한창 독립군 양성에 힘을 쓰고 있던 때입니다. 우당선생이 <국민보>에 기고한 두 편의 논설 제목은 <한국은 어떠한 인물을 요구하는가>와 <아동교육에 관하여>입니다. 이 중에서 <아동교육에 관하여>란 논설은 인성교육이 실종되어버린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모두가 한번쯤 깊이 되새겨 보아야할 소중한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우당선생은 위 논설에서 인생의 교육을 태중교육,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4기로 분할하고 이 중에서 사람의 인격과 덕성을 배양하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가정교육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세 가지 주의할 점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당선생은 첫째, ‘자녀를 정결케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우당선생은 더러운 그릇에 깨끗한 물이 담길 수 없는 노릇이라며 <아이를 정결케 하지 못하면 정신이 신선치 못해지고, 정신이 신선치 못하면 생각하는 것은 혼탁하고 행동하는 일은 부정할 것이니, 어찌 혼탁 부정한 좋은 인물이 있으리오>라고 말씀했습니다. 자신을 정결케 하도록 가르쳐야 좋은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우당선생의 가르침은 곧 성서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성서는 깨끗한 그릇이 주인에게 귀하게 쓰임 받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큰 집에는 금그릇과 은그릇뿐 아니라 나무그릇과 질그릇도 있어 귀하게 쓰는 것도 있고 천하게 쓰는 것도 있나니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 딤후2:20~21> 우당선생은 상동교회 교인이었고 상동청년학원 학감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우당의 논설이 실린 하와이교포신문 <국민보>의 독자였을 초기 하와이 이주민의 대다수 또한 교인이었습니다. 1902년 12월 22일, 하와이로 가는 첫이민선 갤릭호를 탄 102명 중 대다수가 당시 제물포 내리교회 교인들이었습니다. 당시 내리교회 담임목사였던 감리교 선교사 존스목사가 교회 안에 이민국을 설치하고 하와이 이민자를 모집한 통에 다수의 내리교회 교인들이 최초의 하와이 이민자들이 되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자녀를 정결케 해야 좋은 인물이 된다는 우당선생의 가르침은 대다수가 교인이었던 하와이교민들에게 성서의 말씀과 똑같은 의미를 가지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둘째, 우당선생은 자녀들이 ‘언어를 주의토록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우당선생은 불규칙하고 순서 없는 언어가 관습이 되면 고칠 수 없는 악한 습관이 되므로 <국어, 외국어를 막론하고 항상 법칙 있는 말을 하도록 주의하고> <추언, 난설과 횡담 패언을 금하여 아이들로 이 같은 습관을 이루지 않게 할 것>을 말씀했습니다. 우당선생의 이 말씀은 지금 우리의 교육현실을 돌아볼 때 정말 필요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0년 전국 초·중학생 12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생활에서의 욕설사용 실태 및 순화 대책’ 연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80.3%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욕설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에 응한 학생의 22.1%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58.2%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욕설을 배웠다고 대답했고, 욕설을 사용하는 주요 상대는 친구(70.3%)로 조사됐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10년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 유, 초, 중, 고교 교원 4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도 역시 같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교원 10명 중 7명(66.1%)이 ‘학생들 대화의 반 이상이, 또는 조사를 뺀 모든 대화 내용이 욕설과 비속어’라고 응답했습니다. 추언(醜言;지저분하고 나쁜 말), 난설(譋說;남을 헐뜯는 말), 횡담(橫談;함부로 지껄이는 말), 패언(悖言;상스러운 말)을 금하여 아이들로 이 같은 습관을 이루게 하지 말라던 우당선생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으시면 아마 기절초풍하실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열매로 나무를 알 수 있다며 마음을 나무에, 말을 열매에 비유하셨습니다. <…그 열매로 나무를 아느니라.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는 악하니 어떻게 선한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 마12:34>

셋째, 우당선생은 자녀들로 하여금 ‘예모(禮貌)있게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즉 예의범절을 가르치란 말씀입니다. <어떠한 촌에 한 부부가 늦게 아들을 나매 기쁘고 귀함을 이기지 못하여 응석으로 부모의 뺨치기를 시켰더니, 장성한 이후에도 그 같이 하나 금할 도리는 과연 없더라. 어려서 예모없이 양육하면 무례한 하류인물을 이룰지라> 타인, 특히 윗사람에 대해 예의를 갖추라는 것은 성서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레19:32> 가정에서 예의범절을 배우지 못하면 학교교육도 다 소용이 없고 교회를 들락거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당선생은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가정의 교육이 없이 교사에게 배운 바를 복습하고 실습치 않고, 악한 행실을 응석으로 하며 못된 동무와 섞여 유희하면 학교의 교육이 헛된 데로 돌아가나니, 아이의 한 말과 한 행동을 사랑으로써 엄숙히 가르칠 것이라.> 오늘날 학교와 교회안에 무례하기 짝이 없는 언행들이 마구 넘쳐나는 이유는 가정에서 예의범절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안되었으니 학교교육은 입시교육, 직업훈련 외에 다른 의미가 없고 교회의 신앙교육 또한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학교교육 문제의 뿌리는 가정교육에 있습니다. 교회교육 문제의 뿌리 또한 가정교육에 있습니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되지 않은 망나니는 학교를 가건 교회를 가건 어디를 가건 망나니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가정교육이 살아나야 학교교육도, 교회교육도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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