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양현혜 교수의 신간 『한국 개신교 사상사』
작년 말 출간된 양현혜 교수(이화여대)의 '한국 기독교 사상' 시리즈 서평이 최근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실렸다. 김교신 사상을 다룬 『신앙의 변증법』, 『공적 신앙의 윤리』, 『경계에 선 신앙』 등 총 세 권으로 출간된 이 저서에 대해 이양호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육국장)는 "주제별 기독교 사상사"라며 이 책의 독창적인 점으로 "김교신을 중심에 두고 박형룡이나 김재준 같은 인물은 변두리에 두었다. 혁명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신앙의 변증법』은 신앙, 회심, 은혜와 복종, 신앙과 이성 등 네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목사에 따르면 신앙편에서 저자는 김교신의 기독교 신앙 이해를 '유용성'이 아닌 '영원성'의 종교로 파악한 점에서 출발한다. 김교신은 기독교를 삶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보는 이해에 비판적이었으며 죄와 죽음을 이김으로써 인간의 유한한 운명을 넘어서는 종교로 이해했다.
이와 달리 윤치호와 박인덕의 경우 기독교를 유용성 관점에서 수용했다는 점을 들어 저자는 "윤치호와 박인덕 두 사람이 처한 시대적·사회적 조건에는 차이가 있지만 서구적 섹계를 조선에 이식하려는 걔몽적 지도자가 되고자 했다는 점에서 공통된 구조를 지닌다고 본다"며 "이들에게 기독교는 그러한 욕망을 실현해주는 유용한 종교였으며 그 과정에서 기독교는 서구 산업 문명과 혼동되었다"고 그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신앙 구조 속에서 기독교가 점차 '힘'의 종교로 이해되었고, 그 결과 초월적 신과 이웃 사랑의 자리는 축소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며 "자유 역시 신의 뜻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서구적 지식과 태도를 습득하고 실행하는 능력으로 이해되었으며, 자유와 복종 사이의 긴장 관계는 형성되지 못했다고 결론짓는다"고 이 목사는 전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회심편에서 저자는 최병헌의 회심을 중심으로 기독교 수용이 민족 정체성의 보존과 서구 문명 인식 사이에서 어떤 긴장을 낳았는지를 검토했다. 저자는 유교를 반문명으로 규정하며 해체의 대상을 삼았던 윤치호와 달리 최병헌은 유교 윤리와 기독교의 사이를 연속적 불연속성의 관계로 이해했다. 최병헌이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기독교로 회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저자는 최병헌의 신앙 역시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는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질문을 던진다. 문명사적 필연성이라는 인식 속에서 유교적 일원론의 틀 안에 수용된 기독교는, 서구가 부여한 열등성의 낙인을 전제한 채 서구를 모방하도록 추동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저자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독교를 서구 산업 문명과 구분하고, 이미 도래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종말론적 전망 속에서 서구 문명을 '궁극 이전'의 역사적 단계로 상대화하는 통찰이 요청된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또 은혜와 복종편에서 저자는 자신의 스승인 미야타 미츠오(宮田光雄)의 연구를 번역·수록하며, 본회퍼의 '값싼 은혜'와 '고귀한 은혜' 개념을 루터 신학과의 연속성 속에서 해석한다. 해당 논문은 루터는 값싼 은혜를, 본회퍼는 값비싼 은혜를 가르쳤다는 대비 구도를 문제 삼으며 이러한 대비가 잘못된 통념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 목사에 따르면 저자는 본회퍼의 값비싼 은혜는 루터에 대한 비판이나 수정이 아니라, 오히려 루터의 은혜 이해를 계승하고 급진화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루터와 본회퍼 모두 은혜를 값싼 면죄부가 아니라, 제자도의 복종을 요청하는 고귀한 은혜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신앙과 이성편에서는 신앙과 이성을 대립항으로 보아온 한국 개신교의 습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신앙 회복을 위해 이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저자에게 신앙은 몰이성이나 반지성의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계몽과 이성적 훈련을 통과한 이후에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신비의 차원이다"라며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김교신의 주장을 상기시키며, 기독교 신앙 이전에 이성의 성숙과 교양의 축적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이성이 왜곡된 상태에서는 신앙도, 구원에 대한 이해도 온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두번째 책인 『공적 신앙의 윤리』는 전도, 예언자, 종교개혁과 무교회주의, 기독교와 국가권력 등의 주제를 다뤘다. 저자는 먼저 전도에 대해 "김교신이 설교나 설교나 문서 중심의 전도 방식이 아니라, 삶 전체로 증언하는 전도의 필요성을 강조했음을 소개"하며 "전도는 말이나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방식 자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예언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김교신은 복음과 예언이 분리될 수 없다고 보았으며, 복음이 인간을 해방하는 능력이라면 예언은 그 해방을 위협하는 제도와 의식을 비판하는 실천이라고 이해했다"며 "저자에 따르면 김교신은 예언을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종교적 기능으로 축소하는 태도를 강하게 경계했다. 예언이 욕망 충족의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복음 역시 주술적 힘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이 목사는 전했다.
저자는 이어 김교신의 무교회주의를 종교개혁 전통의 연장선에서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목사에 따르면 저자는 김교신의 무교회주의를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더 분명하게 계승한 신앙 형태"로 보았으며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에게 있으며, 교회는 이를 관리하거나 독점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무교회주의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치무라 간조가 루터의 종교개혁을 미완의 종교개혁으로 보며 루터가 완수하지 못한 개혁의 과제로 교직 제도와 성례 보존 그리고 성서 우상주의 문제 등을 다룬 점에 대해 이 목사는 "우치무라 간조는 루터를 다소 오해한 것 같다"며 "루터는 중세 교회의 제도인 주교 제도를 부정했다. 부제는 사회사업가로 바꾸었고 사제만 남겨두었는데 그것도 제사를 지내는 사제가 아니라 성서를 가르치는 교사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우구스티누스와 종교개혁자들에게 성례는 보이는 말씀이었지 주술적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며 "게다가 루터는 정교분리를 주장하고 국교회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서신이라고 부르고 외경을 제외시킬 만큼 성서 우상주의자는 아니었다."고 이 목사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와 국가 권력편에서 저자는 독교와 국가의 관계를 유형화한 로버트 벨라의 논의를 소개하며, 중세 교회의 권력 일체화 모델과 재세례파의 급진적 분리 모델을 검토한다. 이 목사에 따르면 저자가 지향하는 것은 이 둘 사이에서 국가 권력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창조적 긴장 관계'이며, 이는 기독교가 권력에 예속되지도, 사회로부터 철수하지도 않는 책임 있는 신앙의 태도로 제시된다.
세번 째 책인 『경계에 선 신앙』에서는 전쟁, 토착화, 여성, 공산주의를 둘러싼 신앙적 태도를 다뤘다. 그 중에서도 공산주의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저자는 한경직과 함석헌을 대비시켜 주목을 받았다.
저자에 따르면 한경직은 반공주의적 입장에서 공산주의와 대결한 인물로, 함석헌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모두 넘어서는 '하나의 세계'를 지향한 사상가로 설명된다. 이 '하나의 세계'는 민족과 국가를 부정하는 추상이 아니라, 그것들을 인정하면서도 초월을 지향하고 타인의 고통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비전을 뜻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에 이 목사는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함석헌을 이상적 사상가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함석헌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며 "어두운 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밝은 면만 다룬다면 그 밝은 면이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