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소래 마을에 심겨진 씨앗(7)

4. 서상륜(1848-1921)

▲서상륜.
민들레의 씨앗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라 가서 전혀 연고 없는 새로운 땅에 뿌리를 뻗는다. 서상륜(徐相崙, 서경조(景祚) 형제는 로쓰 목사의 우리말 성서 번역과 소래마을 복음화의 결정적 인물들이다. 서경조의 본래 이름은 상우(相佑)이거 [경조]는 그의 자(字)인데 그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으므로 앞으로 그 이름으로. 서술하려 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에 의주에서 성장하였으나 훗날 머나먼 남쪽 땅 소래 마을에 이르러 뿌리를 뻗고 교회를 세운다.

서상륜은 당시에는 별로 중요 인물로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일된 기록이 없다가 그가 우리 교회사에 중요한 인물임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에 비로소 그의 생애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으므로 그의 지나온 길을 정리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에 관하여 모순된 기록이 몇 가지 나타나고 있다. 있다. 먼저 그 점부터 밝히고 나서 나름대로의 전기를 정리해 보려 한다.

㈀ 그의 어머니에 관하여, 그가 14세 때 별세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훗날 그가 29세 때     중국으로 떠나면서 어머니와 동생에게 이별을 고하는 기록이 있다.

㈁ 그의 장로(長老)직에 관하여 새문안 교회에서 장로로 임직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또     그 자신이 이중 결혼을 했다는 죄의식 때문에 극구 사양했다는 기록이 있다.

㈂ 그의 결혼에 관한 기록이 빈약한데, 다만 첫날밤에 아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소박해     버리고 자유분방하게 지내던 중 다른 여인을 만나서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훗날 신앙     생활을 한 이후 과거를 뉘우치고 전처를 책임 있게 돌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기록이 있음을 감안하여야 하겠다. 서상륜의 집안은 부유한 양반 가문으로 어려서부터 서당에 다니며 체계 있는 한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상륜이 14세 되었을 때에 아버지가 34세의 젊은 나이로 콜레라에 감염되어 급작히 사망하고 닷새 후에 어머니마저 별세하게 되어 할머니가 그들을 돌보게 되었다. 그래서 형만 계속하여 서당에 다니고, 동생은 자습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훗날 로쓰 목사가 서상륜을 [한문 성경 번역의 공로자]라고 칭찬한 것을 보면 서당 수업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던 것 같다. 또한 다음 대에 동생 서경조의 손자 서재현은 말하였다.

“큰할아버지는 한학이 뛰어나셨고, 글씨도 명필이어서 우리도 그 분에게 배웠습니다.”
 
서상륜은 인물도 잘 생기고, 언변이 뛰어났으며, 사람을 설득하는데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경조는 사색 형이고 과묵하고 내성적인 편이었다. 상륜은 일찍이 부모를 잃게 되자 할머니를 모시고 동생 경조를 돌보며 살아야 했는데 가세가 기울어 얼마 있던 재산도 다 탕진해 버렸다. 그래서 장삿길로 나서게 되었다. 그런데 의주라는 곳은 중국과의 크고 작은 상거래가 번창한 곳으로써 인심이 각박하고 험하기가 비할 데 없었다. 또한 속임수와 텃세와 경쟁이 심하였다. 어린 상륜이 광목이나 유기를 팔고 있는데 다른 장사꾼들이 남의 텃밭을 침해하였다고 하며 물건을 빼앗고, 깨뜨리고, 두들겨 패서 쫓겨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고 맞서 싸우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사를 계속했다. 그는 20여세에 다른 장삿꾼들처럼 중국을 드나들며 인삼 장사를 하였다. 그리하여 30대에 이르러서는 상당한 재산을 모으게 되었다. 장사를 하다 보면 돈을 빌리는 일도 허다하다. 상윤은 돈을 꾸어준 사람이 기한 내에 갚지 않으면 담보로 삼았던 그의 땅이나 집까지 빼앗아 버리고 인정사정을 보아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빼앗긴 사람들은 상륜을 좋게 볼 수가 없었다.

“저 녀석, 외모는 잘 생겼으나 속은 야챠(夜叉)같은 놈이야. 돈만 알고 인간도 아니야.”
 
상윤 자신도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으나, 의주 같은 험한 곳에서는 그렇게 악착같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이 그를 사업상으로는 상대하지만 마음으로는 모두 욕하며 사람으로 쳐주지를 않았다. 상륜은 참으로 외로운 처지가 되었다.
 
그가 29세가 되던 해에 동생 경조와 함께 장사 차 우장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상거래를 하던 어느 날 갑자기 장치부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이게 되었다. 그가 여관에 누워 괴로워 하니 경조가 당황하여 이웃에 있는 동포 상인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아저씨, 우리 형님이 갑자기 저렇게 배가 아파 고통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지요?”
“아, 저 시내로 가면 서양 의사가 경영하는 병원이 있네. 그리로 가보지 그러나.”
“아 예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형을 이끌고 그 병원을 찾아갔다. 그 병원은 로쓰 목사와 뜻을 같이하는 의료 선교사 헌터(J. M. Hunter)가 경영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상윤을 입원시키고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들이 상륜을 형제처럼, 아들처럼 친절하게 대하며, 정성을 다 하여 돌보는 것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러 주간을 그 병원에서 보내며 상륜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감동이 솟구쳤다.

“내 동포는 나를 야차라고 하면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데, 저 이방 사람들은 어찌하여 나를이와 같이 친형제처럼 돌보아 주는 것일까?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구나!”
 
그래서 헌터 의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러자 헌터는 말했다. “형제여, 이제는 병이 낫고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집으로 가셔도 되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치료비와 입원비가 얼마나 됩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야소교(耶蘇敎)라고 부르는 기독교 선교사들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사랑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드리는 일이 사명입니다. 돈은 받지 않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헌터 의사는 그에게 매킨타이어와 로쓰 선교사를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또 먼저 와 있던 의주의 네 친구, 성서번역 팀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같은 의주 출신으로 이미 안면이 있는 터였다. 그중에서 이응찬이 상륜에게 한문 성경을 주면서 읽어보라고 하였다. 상륜은 그 성경을 가지고 일단 고향 마을로 돌아와서 요양을 하며 성경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헌터 병원의 치료 과정에서 체험한 그들의 조건 없는 사랑과, 또한 그들이 준 성경 말씀의 놀라운 가르침에 감동을 받고 생각하였다. [나는 여지껏 모든 사람들이 욕하는 이기주의자였다. 그런데 저 영국인들은 동포도 아닌 한 환자를 위하여 그렇게까지 정성을 다 하여 사랑을 베풀고, 존경스러운 삶을 살고 있구나. 지금까지의 나의 삶은 참으로 부끄럽고 헛된 것이었다. 안되겠다. 저들을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아야 하겠다.]
 
그리고는 다시 로쓰 목사를 찾아서 우장으로 건너갔다. 로쓰 목사는 그를 반가이 대하며, 성서 번역에 대하여 협조를 요청하게 되었다. 상륜은 기쁜 마음과 큰 사명감으로 그 일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서상륜의 한문 실력은 먼저 왔던 네 사람보다 월등하였으므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들 팀은 본격적으로 성서 번역에 착수하였다.


글: 박종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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