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초동교회]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2011년 5월 29일 설교자 강석찬 목사

성경본문

요한복음 16:20-22/에베소서 5:6-14

설교문
   
우리의 애송시 중 하나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있습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나요? 목사는 가을서리 내린 마당에 고고한 향기로 아름다운 국화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까지의 거름되고 자원이 된 희생을 떠올립니다. 때론 국화꽃을 목사 자신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사회가 무채색의 무거움 같이 가라앉을 때 국화꽃과 같은 향기를 풍기는 존재가 되고 있는지 묻습니다. 또 목사 한 사람을 세우기 위하여 기도와 사랑과 존경을 아끼지 않고 내어준 교우들의 마음을 받아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지 묻습니다. 한 송이 속에 담긴 수많은 생명을 나눈 귀한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들에 나가면 한 송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량으로 재배된 수많은 국화꽃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을 들판에 찬 서리 맞으며 피워낸 국화꽃은 쉽게 된 꽃이 아니므로 함부로 꺾어 버릴 것이 아닙니다. 시골 마을 입구의 수백 년의 풍상을 견디며 자란 큰 느티나무의 그늘도 국화꽃을 피워낸 세월의 사랑과 인내가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느티나무는 품고 있을까 생각하면 느티나무의 그늘이야말로 목회자의 품이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마을을 확장하는데, 길을 넓히는데 방해된다고, 개발이 먼저라고 잘라버린다면 긴 세월동안 담긴 시간들이 아쉽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이런 교회에 다니고 싶다”는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현재 한국교회 상황 속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한 세미나입니다. 어떤 교회를 다니고 싶어 하는지 내용을 살펴보니,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입니다. “유명 인사나 부자보다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향하는 교회” “몸으로 봉사하는 기회를 주는 교회” “최소한 함께 예배드리는 사람들이 누구이고 어떻게 사는 분인지 알 수 있는 교회” “끼리끼리만 어울려 틈새가 없는 교회가 아니라, 누구나 반갑게 인사하고 삶을 나눌 수 있는 교회” “차별을 넘어서 차이를 인정하는 교회”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 그대로, 그 뜻을 이루며 살아가는 교회” 등이었습니다. 목사는 우리 교회를 예수님께서 “내가 바라던 교회야!”라고 인정하시는 교회를 이루고 싶어 합니다. 한 젊은이가 “교회는 왜 있습니까?” 질문했습니다. 조목조목 한국교회의 부정적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세상과 똑같은 교회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이런 교회들이 교회가 맞습니까?” 물을 때, 아무런 답을 못했습니다. “세계와 선교”에 실린 글을 인용합니다. “한국교회는 외형적으로 급성장하였지만, 속 빈 강정이요 회칠한 무덤같이 되었습니다. 교인들도 예수를 믿는다는 옷을 입었는데, 속에 예수님은 없습니다. 예수는 없고 예수의 옷을 입은 마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가짜 신자만 넘친다는 것이 불행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나는 솔직히 설교하고 싶지 않습니다. 설교만이 아니라, 이 시대에 성직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성직을 감당하는데 극심한 부끄러움을 가지면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제발, 예수님을 드러내는 교회를 이루도록 합시다.”

교회의 세속화를 주장했던 신학자 H. Cox는 “뱀이 하자는 대로 하지 말라” 책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교회는 세속화해야 하지만, 케리그마, 디다케, 디아코니아, 코이노니아의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상의 가치를 따르는 세속주의를 에덴동산의 평화를 파괴하였던 뱀의 유혹으로 비유하면서 오늘의 교회를 병들게 하여 무너뜨리려는 뱀의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의 말씀은 귀합니다. 바울은 에베소서 본문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가르칩니다. 그리스도의 새 사람으로 더러운 말을 입 밖에 내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 누구든지 헛된 말로 속이지 못하게 하며, 그들과 함께 말라고 합니다. 빛의 열매인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을 맺으라 권합니다.

신앙이 무엇일까요? 신앙을 다른 단어로 표현한다면 “순종”입니다. 예수님은 온 생명을 바쳐 아버지 뜻에 순종했습니다.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높이는데, 그의 신앙은 순종으로 요약됩니다. 쫓겨난 아담에게 없었던 것은 순종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존경, 섬김, 거룩한 믿음이 있었다면 불순종으로 그 속에 담긴 죽음을 몸에 지니게 되고 에덴상실의 불행에 빠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교회는 순종을 배우는 곳입니다.

여기에 예수님의 말씀이 소중합니다. 신앙의 삶에 예수의 말씀은 늘 길이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이후에 반전의 역사가 하나님의 개입으로 기쁨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어쩌면 초동교회를 향한 말씀일 수 있습니다. 교회가 새 역사를 이루기 위해 해산의 고통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기쁨으로 고통의 때는 잊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내 길을 간다.”(눅 13:33)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목사는 걷습니다만, 교회는 주님의 말씀으로 굳건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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