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예수는 없다』에서 표면적 신앙에서 벗어나 ‘진짜 예수’를 보라고 역설했던 오강남 교수(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가 신간 『종교, 심층을 보다』(현암사)에서 종교적 심성을 고양시켜 줄 50명의 위인을 소개했다.
▲『종교, 심층을 보다』 표지 ⓒ현암사 |
기독교인인 그가 추천한 50인은 그리스·로마의 철학자들, 유대교의 지도자들, 이슬람의 성인들, 불교의 선지자들, 동아시아의 사상가들을 포함한다. 이들은 모두 방법은 달랐지만 세속에 매몰되지 않고 고상한 깨달음을 좇아 산 사람들로서, 종교를 넘어 누구에게나 맑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들이 서로 다른 종교를 가졌음에도 하나같이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은, 그들이 종교의 ‘표층’에 머물지 않고 ‘심층’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라고 오 교수는 보았다. 그는 모든 종교에 표층과 심층이 공존한다며,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우선 표층종교가 “변화되지 않은 지금의 나, 다석 류영모의 용어를 빌리면 ‘몸나’를 잘되게 하려고 애쓰는 데 반하여, 심층종교는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나를 죽여 새로운 나, 즉 ‘참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강조”한다. 또 표층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살아서 남 보란 듯 살고 죽어서도 영생복락 누릴 것을 염두에 두고 교회나 절에 다니고, 헌금이나 시주를 바치는 데 반하여”, 심층종교에 속한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자기 욕심을 줄여가고, 나아가 남을 생각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또 표층종교가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반면, 심층종교는 “깨달음”을 중시한다. 표층종교에서는 교리나 율법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따르면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심층종교에서는 지금의 내가 죽고 새로운 나로 태어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깨달음’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렇듯 심층종교는 표층종교와 구별이 되고, 그것이 어떤 종교가 됐든 사람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다.
오 교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분석했다. 즉 “표층적인 종교가 종교의 전부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것은 이러한 심층 차원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시원함’”이라며 표층종교에서 벗어나 심층종교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50명 중 21명은 ‘그리스도교의 선각자들’이다. 그는 여기서 예수를 소개하며, 예수가 가르친 복음의 핵심을 ‘자비’라고 설명했다. “예수는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는 자비의 가르침을 그의 중심 가르침으로 삼았다. 그는 그 당시 제도에 구애 받지 않고 병든 사람, 불의한 사람, 기피 대상이었던 나병환자 등 누구든지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예수는 실로 이런 자비의 스승’이었다.” 또 “예수는 ‘하느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너희 안에 있다’고 말했다”며 “예수는 철두철미하게 우리 속에 있는 천국, 참나를 발견하는 깨침을 얻으라고 가르치는 분”이라고 말했다.
책에 등장하는 위인들은 유대교의 모세, 아모스, 에리히 프롬, 그리스도교의 바울, 성 프란체스코, 폴 틸리히, 이슬람의 무함마드, 알 가잘리, 동아시아의 노자, 장자, 인도의 간디, 타고르, 한국의 류영모, 함석헌 등이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 책은 종교다원사회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종교 전통의 그릇은 다르지만, 모든 종교 전통 안에 위대한 진리의 통찰과 가르침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며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