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83, 튀빙겐대 명예교수)이 현대 그리스도교 여성들이 반길 만한 책을 냈다. 신간 『그리스도교 여성사』(분도출판사)는 남성중심적 역사 기술에 의해 가려져 온 그리스도교 여성사를 조명하고, 이들이 어떻게 남성중심적 교권에 의해 배제되어 왔는지를 파헤친다. 또 그리스도교 탄생 2천 년이 지난 아직까지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제도개혁을 주장한다.
『그리스도교 여성사』표지 ⓒ분도출판사 |
예수 당시 여성들은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멸시받았지만, 예수는 그러한 관습에서 벗어나 여성들을 인격적으로 대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의 지도자이자 설교자, 선교후원자로서 영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점점 바깥으로 밀려났다. 한스 큉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공동체는 ‘여성 사도’들과 ‘여성 예언자’들의 교회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미 고린도 교회에서 여성들의 공적 복음선포를 둘러싼 최초의 갈등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성의 지위를 둘러싼 논란은 여러 기독교 문서에서 발견된다. 바울이 고린도전서 11장에서 여성들의 예언설교권을 인정했으나 14장에서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자코 있으라’며 상반되는 말을 한 것은, 이 구절이 사도의 권위를 차용하여 후대에 쓰인 연유라고 주장했다.
또 “(기독교 초기에) 남녀의 동등한 대우를 저지하려는 세력이 활동했고, 마침내 이런 풍조가 득세하여 신약성경에 언급된 여성들조차 갈수록 잊혀지고 평가절하되었다”며, 이러한 경향을 따라 서방에서는 로마서에 사도로 지칭된 ‘유니아’를 수백 년 동안 남성인 ‘유니아스’로 둔갑시켜 버렸고, 사도들의 여제자 이코니움의 테클라도 세상을 등진 금욕 고행자로 바꿔버렸다고 밝혔다.
종교개혁도 여성들을 해방시키지는 못했다. 한스 큉은 “종교개혁 교회들에서 여성들은 성례전에서 결코 남성들과 동등하지 못했고, 설교권도 전반적으로 금지되었고, 교회 내 결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17세기에 개신교 정통주의가 군림하게 되자 전쟁, 경제침체, 구직난 등을 이유로 다시금 답답한 집안일에 갇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스 큉은 가톨릭교회에 대한 당부로 긴 글을 맺는다. 이는 아직도 여성목사안수를 거부하거나, 남성중심적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개신교회들도 경청할 만하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모든 사람의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본당·교구·국가·세계 차원의 모든 의결기구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보편 공의회도 현행 교회법에 따라 남자들만 대표로 파견되고, 교황도 남성들에 의해서만 선출되는데,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법이 아니라 인간의 법일 따름”이라고 말한다.
또 ‘형제들’, ‘하느님의 아들들’과 같은 남성중심적 전례언어에 변화를 주어서 ‘자매들’, ‘하느님의 딸들’과 같은 언어를 차용하고, 여성들의 신학 공부가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