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소래 마을에 심겨진 씨앗(10)

2. 언더우드(1859-1916)의 역할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라고 하면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에 우뚝 솟은 봉우리이다. 그분이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끼친 종교, 교육 문화의 영향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귀중한 자취로 남아있다. 나 자신도 그분이 설립한 경신고등학교에서 공부하였으며, 그 학교에서 그분의 손자 언더우드(원일한) 선생님께로부터 영어를 배웠다.
 
언더우드는 영국 런던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 때에 미국으로 귀화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언더우드가 다섯 살 나던 해에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아버지의 철저한 신앙교육으로 어려서부터 교회 생활에 충실하였다. 그러나 사업의 실패로 일생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러한 중에도 교육열만은 아주 뜨거웠다. 언더우드는 성장과정에서 그의 신앙심, 인내심, 향학열, 선교의지 등이 드높은 면이 나타났다. 그는 의학, 인도어, 신학을 이수하고 미국 북장로교의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파송되었다. 그의 인격과 능력과 공로는 오늘날까지 그 누구나 잘 알고 있기에 여기서 더 소개할 필요는 없고, 다만 소래교회에 관련된 사항 중심으로 정리하려 한다.
 
언더우드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의료선교사 알렌(Horace Newton Allen)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우정국 사건으로 명성왕후 민비의 조카 민영익이 자객의 습격으로 부상을 당했을 때 응급조치와 성실한 치료로 그를 회복시켜 3 개월 만에 다시 활동하게 하였다. 그러자  명성황후의 감사 표시로 많은 후원금을 하사 받고, 병원을 세우도록 허락을 받아 그 병원 이름을 광혜원(廣惠院)이라고 하였다. 그 명칭은 후에 제중원(濟衆院)으로 개칭되었다. 그러다가 1899년에 미국 클리브랜드의 사업가 세브란쓰(L. H. Severance)가 거액을 후원하여 병원과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 학교를 [세브란스 의학교(醫學校)]로 명명하게 된 것이다. 이 세브란스 의학교에 소래교회 출신들이 많이 들어와서 공부하고 우리나라 의학계에 큰 업적을 남기게 된다. 언더우드는 이들 선배 선교사들과, 또 계속하여 입국한 여러 선교사들과 함께 한양에서 복음전도활동을 하게 되었으며, 세브란스에서 물리, 화학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한 편 서상륜은 소래 마을에 교회를 세우고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신자들이 날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 날 로쓰 목사에게서 성경을 배우고 세례를 받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인편으로 로쓰 목사에게 성경을 더 보내줄 것과, 한번 소래교회로 와서 열심 있는 새 신자들에게 세례를 베풀어 달라고 청원하였다. 그러나 모든 여건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로쓰 목사는 서상륜에게 다음과 같은 서신을 보내왔다.

“복음 전도에 열심을 다 하는 서 권서(勸書)의 노고에 감사와 치하를 드리는 바입니다. 요청하신 성경은 6,000권을 제물포로 발송합니다. 요긴하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내가 지금 당장은 하는 일을 중단하고 조선으로 갈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양에는 이미 의사나 외교관 신분으로 미국의 목사님들이 여러분 들어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언더우드] 선교사가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별도로 보내드리는 [소개장]을 갖고 그분을 찾아가 보시오. 그래서 신앙의 지도를 받고, 그 곳 교인들의 세례도 베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서신을 받은 서상륜은 필요한 준비를 한 후 동생 서경조와 함께 한양으로 떠났다. 한양에서 선교사들을 만나기는 쉬웠다. 누구나가 그들의 있는 곳과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로쓰의 소개장을 읽고 크게 기뻐하며 서상륜을 맞아 드렸다.
“참으로 반갑습니다. 그리고 놀랍습니다. 우리가 들어와서 전도하기 전에 이미 이와 같이 예수의 복음이 전해지고 교회까지 설립되었다니 정말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부유하지 못한 조선 사람으로서 교회당을 건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줄 압니다. 우리 선교부가 얼마의 재정을 도와드리면 어떨까요?”
“아닙니다. 선교사님 말씀은 감사 합니다 만은 이 교회는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한 곳이므로 우리나라 사람만의 힘으로 감당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참 좋으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만 축하하는 뜻으로 자그마한 선물을 드리는 것은 괜찮겠지요? 조선에는 아직 조명시설이 안되어 있던데 그 교회는 밤에 어떻게 방안을 밝힙니까?”

“아, 네. 호롱불이나 소나무의 관솔을 사용합니다.”

“우리에게는 [발전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 전선이라는 줄로 이어서 밝은 빛을 내는 전구를 설치하지요. 우리나라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설치되었고, 얼마 전에 우리가 임금님 계신 궁궐 안에 있는 경회루에도 시설을 해 드렸습니다. 임금님도 참 좋아하시더군요. 우리가 소래교회 입구를 밝혀주도록 외등을 설치해 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야소교의 전도방법에 관하여 체계 있게 배우고 싶습니다.”

“권서님, 지금까지는 한문 식 발음으로 야소교라고 한 듯 한데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은 [예수]입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알고 전하시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함께 참석한 동생 서경조를 소개하며 말하였다.

“선교사님, 이 사람은 제 동생으로써 오랫동안 저와 함께 주의 일을 해 왔습니다. 먼저 이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좋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이 나라의 법에 의하여 예수교의 전파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의 인식이 우리 예수교를 금기시 하고 있어서 나타나게 활동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선교사님, 잘 알겠습니다. 저 자신도 몇 번이나 생명을 위협받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두려워서 천주께서 맡기신 사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 참으로 믿음직한 주의 일군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도 더 용기를 내어 서 권서님을 도와서 일하겠습니다.”

“선교사님, 우리는 주님의 인 치심을 바라며 세례를 받기를 원합니다. 저는 이미 매킨타이어 목사님께로부터 세례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제 동생으로써 주님의 일꾼입니다. 그런데 아직 세례를 받니 못했습니다. 부디 제 동생에게 세례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좋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으려면 먼저 세례 문답을 받을 수 있는 신앙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 며칠 머물면서 우리가 베푸는 교육을 받도록 하시지요. 그 후에 우리 선교부에서 의논하고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세례 의식을 시행하겠습니다.”
 
서씨 형제는 기뻐하며 언더우드 선교사의 지도를 받아 공부를 하고 기도하며 준비를 하였다. 그리하여 서경조는 선교부의 세례문답을 거쳐 언더우드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곧 제물포로 가서 로쓰 목사가 보내 준 성경을 찾으려 하였다. 그런데 제물포 세관의 관리들이 수하물 내용이 국가에서 금지하는 성경임을 알고 긴장하여 서상륜을 구금하였다. 동생 서경조는 급히 한양으로 올라와서 선교부에 이 일을 알렸다. 한양의 선교부는 당시 정부 요직에 있는 독일인 묄렌도르프(Möllendorf)에게 협조를 의뢰하였다. 그는 우리말로 [목참판(睦參判]으로 불리어졌으며, 고종 황제의 신임을 얻고 자문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는 즉시 요로를 통하여 제물포 세관에 서상륜을 석방하고, 그가 원하는 하물을 내어주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래서 서상륜은 또 한 번 위기를 넘기고 그 성경을 접수하여 요긴하게 활용하게 되었다.
 
언더우드는 1887년 서상륜의 요청에 의하여 소래교회를 일차 방문하여 7명의 결신자에게 세례와 성찬식을 베풀었다. 서상륜은 그 후 언더우드와 함께 모든 선교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활동하였다. 한양에도 새로운 신자들이 많이 증가하여 70여명이 예배를 드리기 원하였다. 언더우드는 그들을 위하여 정동에 교회를 설립하였다. 그 교회는 [새문안교회]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백홍준과 서상륜을 [장로]로 임직하게 하였다 한다. 그런데 그 당시의 장로는 오늘날 공교회의 합법적인 절차와 달라서 [교회의 어른]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언더우드는 1886년에 선교부 안에 [정동고아원]을 설립하였다. 그 시대는 정국이 불안정하여 어제 귀족이나 고관이던 집안이 오늘 역적으로 몰락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러는 과정에서 고아와 과부들이 생겨나도 무슨 대책이 없었다. 교회가 없던 그 옛날에 그러한 고아들은 거의 다 거지, 부랑아, 범죄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었다. 언더우드는 그러한 참상을 보고 느끼면서 그 어린이들을 모아 올바로 가르쳐 키우려는 계획으로 [고아원]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그 명칭을 고아원이라고 하지 않고, 예수학교, 후에 구세학교로 개칭하다가 결국 오늘날의 [경신중고등학교]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학교 초기에 [김규식]이라는 고아를 양육하였는데 그분은 소래마을 김씨 가문의 사위가 된다.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에 의하여 합병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하였다. 김규식에 관하여는 뒤에 상세하게 소개 된다.
 
언더우드는 또한 Y.M.C.A.를 조직하여 청년들의 창의적 활동을 지도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들의 학문적 전문성을 위하여 1914년에 [경신학교 대학부]를 설치하려고 노력하여 일제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에 일제는 그 수준을 결국 전문학교로 격하하여 인가하였는데 언더우드는 그 학교의 설립을 보지 못하고 56세를 일기로 선교 30년의 고귀한 자취를 마감하였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2세 원한경, 3세 원일한으로 이어져 오늘날 경신중고등학교, 연세대학교, 한국의 장로교 역사의 혜성으로 빛나고 있다.


글/박종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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