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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안 작가 |
여행을 떠났습니다.
내 일상을 벗어나 쉼을 가져보겠다고 떠났는데
나는 또 다른 이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길가 한 모퉁이 낡은 담배가게 아저씨의 웃음 속으로,
찢어진 텐트를 꿰매고 있던 해녀할머님의 거친 손 속으로,
어디론가를 향해 달리는 자전거 탄 이들의 머리카락 속으로,
목이 젖혀지도록 깎아지른 언덕배기 치열한 일상 속으로...
내 일상이 힘들다고.. 쉼을 가져야겠다고 떠난 여행은
삶의 아픔과 가난함이 폐부를 찌르는 그들의 가파른 일상으로 인해
소소한 작은 것에 조롱춤을 추어대던 저의 감정이나 기분 따위가
얼마나 초라하고 부끄러운 것들이었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유난히 빨래가 많던 영선동 절벽꼭대기에서
그 벽에 널렸다 거두어졌을 수많은 이야기들,
그 많은 사연들을 더듬어 보다가
그 분들의 아픔, 슬픔, 답답한 마음을
저 빨랫줄에 다 널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주님은 햇빛에 반짝반짝 말려서
그 어두움을 다 거두어 가실 것 같았습니다.
일상을 떠나보겠다고 가져갔던 저의 눅눅한 마음도
함께 덩달아 빨랫줄에 널어놓고 온 듯 뽀송해졌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이름모를 분들~
여러분은 꽃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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