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체니의 세상 읽기]교회가 페미니즘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

▲김숙경 기독여민회 총무

아직도 많은 이들은 말한다. “페미니즘? 그거, 너무 쪼잔한 일에만 신경 쓰는 거 아냐?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집에서는 마누라가 대장이에요. 남자들이 역차별 당하는 세상이잖아요.” 페미니즘이 너무 협소한 지형에 갇혀 있다거나, 한국은 이미 남녀평등사회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흔한 말들의 행간에서 배어나는 것은,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우월감이다. 이들에게 가사노동참여 같은 행동은 시혜적인 성격을 띤다.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기서다, 바로 여성들도 그 자체로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을 넘어서는, 또는 휴머니즘 속에 포함되어 휴머니즘을 더욱 발전시키는 하나의 가치체계다. 지금까지 서양의 양심적인 엘리트 휴머니스트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구호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그들에게 흑인, 소수인종, 여성들은 자신들이 구원하고 도와야 할 하나의 대상이었지 인간 그 자체는 아니었다. 아마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소위 휴머니즘적이고 진보적이라는 남자들도 여기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여성들이 속물적이고 근시안적이라고들 많이 말한다. 하지만 애정을 갖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자세히 귀 기울이면, 그 목소리는 자아정체감 확실한 생생한 목소리임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여성과 남성은 다른 사고체계를 가지고 다른 세계에서 살며, 현재 서 있는 자리나 환경 역시 다르다. 그렇기에 남성들은 여성들을 차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열등하고 아니고가 아닌, 존재의 다름일 뿐이다.

식자인양 하는 남성들이 여성 일반을 외모 가꾸기나 신경 쓰는 생각 없는 사람인 양 치부하는데 기실은 어떤가. 남성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더욱, 여성들을 성적대상화해 왔고 육체로서의 여성의 가치를 조장, 극대화시켜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나아가 남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이성을 가지고 머리를 무기로 쓰는 인간으로, 반대로 여성은 사적 영역에서 육체를 가지고 성을 무기로 쓰는 사람으로 이분화시켜 왔다. 여성의 최고가치는 육체의 아름다움이며 성적매력이라는 것, 그것이 가부장제사회가 여성 일반에게 지속적으로 주입시켜 온 신화다. 그뿐인가. 모성신화, 양처와 효부의 신화까지 여성들에게 ‘의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지고 있다. 이 속에서 여성들은 막대한 희생을 강요받는다. 미래세대(아이들)의 양육과, 개별남성의 욕구와(임금인상, 휴가, 사회참여 등), 그간 우리 사회의 경제력을 담보하고 발전시켜 온 노동세대(노인세대)의 부양 책임이 여성에게 짐 지워진다. 하지만 모성, 양처, 효부라는 보기 좋은 허울을 벗겨내면 여성은 마치 부역자와도 같은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동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잉여인간, 또 어떤 이들에게 있어서는 성적대상물일 뿐이다. 거기에 사회는 그 껍질을 자발성이라는 것으로 화려하게 포장한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숨 고르기 바빠 하면서도 자신은 행복하다고, 존중 받는다고 생각하는 데 길들여져 있다. 아니, 일부러 속아주는지도.

남성은 자본가 집단을 동원해 다이어트니 화장품 등속을 팔아서 남성 자신들의 자본까지 증식시킨다. 그러면서도 여성의 성적 매력이 자신들의 이성을 마비, 무력화시킬까 두려워하여 여성을 열등하다며 계도하는 한편, 길들이기 위해 모성신화 따위로 성적매력을 이분법화한다.

필자의 말이 다소 과격하다 할지 모르지만 충분히 곱씹어보길 바란다. 자기 욕망의 발로에서 여성 개인과 일반을 꾸짖고 계도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더욱 빛을 발하는 여성의 건강성, 생명성은 하나의 축복이며 메타포라 하겠다. 이후 세계는 여성성이 더욱 존중되고 장려되리라 기대하는 이유다. 기득권 없는 여성은 과거에 대한 부채의식도 없고, 그만큼 자유롭고, 미래세계에 대해 창조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휴머니즘이 더욱 향기를 발하는 세계, 소수자들이 더욱 존중받는 세계, 남성과 여성… 남성과 여성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성까지도 평등하게 아껴주며 지지하고 함께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은 예수정신과 만난다. 페미니즘은 거창한 세상을 말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은, 예수정신처럼 일상에서 기득권 가진 모든 것을 다시 해석해내고 이름 붙이기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일상을 일구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교회든 개인이든 페미니즘을 가까이 할 일이다.


글/김숙경 기독여민회 총무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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