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이병일] 2012생명평화기독교행동 매일묵상

창세기 1-11장은 하느님의 천지창조와 인간의 창조, 인간의 타락과 죄악의 증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가인과 아벨 이야기는 하느님으로부터의 단절을 통해서 나타난 모든 인간관계의 파괴가 어떻게 인간을 파멸, 즉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최초의 살인자라는 오명을 쓴 가인은 자기와 동생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그 다름을 분노로 바꾸어 아벨을 들로 끌어내어 죽였습니다. 가인은 먼저 자기를 돌아보지 않고, 자기를 하느님 앞에 선 존재로 성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죄 없는 아벨이 땅에 피를 흘리며 죽게 만들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아벨의 피가 땅에서 울부짖게 만들었습니다. 가인은 생명을 허무하게 만들었고,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불러왔습니다.

인간의 타락의 역사는 가인의 후손들에게서 계속되고, 그들의 삶은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갑니다. 가인의 후손의 족보는 인간의 문명의 발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족보는 5장에 나오는 아담과 셋의 족보와는 상반되는 모습입니다. 가인은 도시(성)를 세우고 자기의 아들의 이름을 따서 에녹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11장에 나오는 바벨탑의 이야기의 서두와 매우 흡사하며, 인간문명의 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이 자신의 명예를 위함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가인에게서 시작된 인간 살해의 시작은 그의 후손 라멕에게서 더욱 증가됩니다.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본격적인 도전은 ‘劒歌’[칼의 노래]라고 알려진 라멕의 말에서 잔인한 인간의 복수감정으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가인을 죽인 자에게 일곱 배의 벌을 내리겠다는 하느님의 말을 이제는 인간이 라멕이 번복하면서 더 가중시킵니다. 인간은 오만스러운 자신감-자신을 찬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넘어서고 있으며, 그 결과는 끊임없는 악의 증가입니다.

창세기 4:25-26은 가인에게 죽은 아벨 대신에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셋을 통하여 인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떠난 인간의 역사는 결국 타락의 극치에서 멸망할 수밖에 없는가? 아닙니다. 가인의 세대와 라멕의 세대가 가진 그 극악한 살인행위와 포학에 의해서도 역사는 결코 단절될 수 없습니다. 가인과 그의 후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심판을 자초하는 인간 역사에 대한 하느님의 연민이 얼마나 깊은가 하는 것입니다. 비록 가인의 세대는 죽이고 파괴하지만 하느님은 그 역사를 다시 세우시고 이어가십니다. 하느님은 결코 가인의 세대와 라멕의 세대에 대한 징벌로서 역사를 청산해 버리시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은 가인의 후손을 통해서가 아니라 “가인이 죽인 아벨 대신에 다른 씨”를 통하여 새 역사를 준비하십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단념하시지 않고, 역사의 운명을 방관하시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악으로 인한 역사의 파국을 바라보기만 하는 분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셔서 새 역사의 문을 여십니다. 이는 분명히 하느님의 역사를 파괴하고 도전하는 가인의 역사에 대한 하느님의 적극적인 개입이요, 하느님의 도전적 역사 참여입니다. 이와 같이 역사의 위기는 인류의 범죄와 악행, 그리고 그 악의 구조적 발전에 의하여 그 역사 한 가운데서 폭발하지만, 하느님은 그 곳, 그 역사 한 가운데서 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새 역사의 여명을 밝히시기 위한 섭리를 주도하십니다.

우리는 오늘의 세계사 혹은 우리 현대사를 바라볼 때, 인간이란 얼마나 잔인한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한 국가나 민족 간의 전쟁,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집단살상 행위, 인간의 편리를 위한 문명의 자연 훼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일어나는 자기 갈등이나 타인을 이용하여 그 욕망을 채우려는 행위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의 편안함만 추구하려는 모습들. 그러나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한숨 쉬며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타락한 인간의 문명과 역사일지라도 그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 : 가인의 세대와 라멕의 세대가 가진 극악한 살인행위와 포학에 의해서 험악해진 인간의 역사를 깊은 연민으로 함께 하시는 하느님! 인간이 쌓아올린 악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역사 한 가운데서 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새 역사의 여명을 밝히시기 위한 섭리를 보여주소서. 이제는 모든 인간이 선한 마음을 갖고 더불어 함께 살면서 하느님의 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2011년 9월 2일

2012생명평화기독교행동 “인간의 범죄와 하느님의 역사”(창세기 4:25-26) - 이병일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