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문명을 넘어 역사와 철학을 통전적으로 해석, 우리나라의 정신 문화 속에서 독창적 사상을 개발해 낸 함석헌의 ‘씨알사상’에 대한 연구발표가 재게됐다.
얼마 전 ‘세계 제22차 철학대회’에서 집중 조명된 함석헌의 ‘씨알사상’이 지난 6일 씨알재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보다 심도깊게 다뤄진 것.
강사로 나선 김경재 교수(한신대)는 ‘뜻으로 본 우리역사와 문화읽기’란 제목의 강의에서 신천옹 함석헌의 사상을 집중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날 씨알사상의 본질이 ‘생명과 평화’란 점을 강조하고, “씨알이 오늘날 각종 갈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오늘에야 함석헌의 씨알사상이 집중 조명되고 세계 철학자들의 주목을 받게 됐을까?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세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 동서 문명의 만남을 통해 20세기에 이뤄진 창조적 사상가의 사례로서 한국개화기 이후 동아시아 정신문화 토양 속에서 꽃핀 독창적 사상이라는 점 ▲ 씨알사상이 우리 시대 인류가 직면한 ‘생명과 평화’라는 주제를 재확시켰다는 점 ▲ NGO 시민운동 시대가 시작돼 풀뿌리 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생태교육평화 시민운동 등이 그물망처럼 자기조직화 된 점 등을 들었다.
그는 이어 씨알사상의 형성배경과 그 발전과정 그리고 함석헌의 씨알사상의 본질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씨알이란 말은 다석 유영모 선생(1890-1981)의 서울 YMCA 목요강좌에서 유래한다. 당시 다석은 동양고전 <대학>의 첫 구절 경문을 풀이하면서 순수 우리말을 사용, 씨알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한 배움의 길은 밝은 속알 밝힘에 있으며 씨알 어뵘에 있으며, 된데 머뭄에 있느니라”고 했다.
다석 유영모가 찾아낸 ‘씨알’이란 어휘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철학적으로 사회사상적으로 더욱 심화시킨 이가 다석의 제자 신천옹 함석헌이다.
함석헌은 백성, 국민, 민중, 인민 등 통상적 어휘를 넘어 ‘씨알’이란 순수 우리말을 이용해 나라의 실질적 지탱자요 뿌리인 ‘민’(民)을 모든 정치활동과 경제활동과 교육을 포함한 모든 문화 활동의 주인공으로 세워 놓았다.
이런 함석헌의 씨알은 격변기, 고난의 세월을 거쳐 구체적인 실천운동으로 바뀌어간다. 한국 근현대사의 고난의 역사 한복판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통전돼 하나의 독특한 생명사상, 역사철학, 종교적 사회운동으로 꽃 피어난 것.
그렇다면 씨알사상, 씨알운동의 본질은 무엇일까? 함석헌이 말하는 씨알, 민중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보고 가야하나. 김 교수는 그 본질을 ‘생명과 평화’에서 찾았다.
그는 “씨알사상의 기본 바탕은 생명사상”이라고 전제한 뒤 “생명의 존엄성, 주체성, 책임성, 영성을 되찾고 평화로운 대동 세계를 이뤄 살자는 생명평화 운동이자 사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