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장 총회 폐회…WCC 준비·차세대 지도자 양성에 의지 보여줘

WCC 총회 준비 관련 헌의안 모두 통과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6회 총회가 23일 오후 12시를 즈음해 폐회를 했다. 금번 총회에서 기장 총대들은 WCC 총회 준비에 관한 교단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지수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제 96회 총회가 23일 오후 12시를 기해 폐회를 알렸다. 금번 총회는 무엇보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준비에 관한 교단의 의지를 재확인하며 총대들 간 결속을 다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졌다. WCC 총회를 향한 총대들의 의지는 WCC 준비와 관련된 각종 헌의안을 모두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에큐메니칼 정신을 기초로 한 WCC의 전통과 가치를 여느 교단 보다 잘 계승하고, 보존해 온 기장은 2013년 WCC 총회가 환경 보존, 세계 선교, 한국교회 신뢰도의 회복 그리고 교회 여성 및 청년들의 인권 신장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총대들은 먼저 묶어져 올라 온 WCC 부산총회시 ‘한반도 평화협정 서명운동’에 참석자 전원이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헌의의 건, WCC 임원단이 총회를 전후하여 북한에서 남북간의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개최하도록 요청하는 헌의의 건을 모두 통과시켰고, 총회 주제 성찰을 위한 신학정책협의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앞서 22일 저녁엔 WCC 총회 제10차 부산 총회를 위한 세대 간 좌담회도 가졌다. 좌담회에서 특히 오재식 박사(전 월드비전 회장)는 WCC와 한국교회의 관계에 대해 "1970년대 한국교회가 군사정권으로 고생할 때 WCC는 한국교회를 지원하고 민주화 운동에 많은 역할했다"면서 "국제 여론, 국제 관계, 국제 지원 등 WCC가 중심에 서서 한국교회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WCC 한국 총회에 교회와 교단이 연합하여 준비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총대들의 이목을 끌었다.

▲박종화 목사. ⓒ베리타스 DB

WCC 총회준비위원회 한국 대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WCC 총회가 가져다 줄 긍정적 효과를 분석했다. 박 목사는 "WCC는 세계 개신교를 대표하는 기구로 볼 수 있다. 특별히 이번 WCC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한국교회는 최대한 WCC 총회를 활용해 환경문제와 세계 선교 문제 등을 풀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으며 더불어 "땅에 떨어진 한국교회의 신뢰를 다시 한 번 회복하는 기회로 삼는 데 기장이 앞장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WCC 세계 교회들과 연대 속에서 여성과 청년들의 역할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사회 선교 못지 않게 최근 비중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순수 선교에 있어서도 기장 총대들은 의지를 불태웠다. 비전2015 운동 협약식에 앞서 배태진 총무는 비전2015 운동의 그간의 경과를 보고했으며 이어 비전2015본부장(김종성 목사)과 협약 교회·노회의 비전2015 운동 교회 개척 협약식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 총회 때와 마찬가지로 비전2015 운동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이 있었다. 몇몇 총대들은 일부 교단에서 그러하듯 단순히 머리 없이 몸집만 부풀리고, 숫자만 늘리는 선교 아닌 선교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이에 배 총무는 "교회 개척은 예수의 정신을 잇는 것"이라며 "예수의 정의와 사랑 그리고 생명과 평화의 정신을 지닌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다"라고 답하며 총대들의 우려를 가라앉혔다.

이 밖에 금번 총회는 기장 총대들이 차세대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데 깊은 관심을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정치부 헌의안으로 올라온 신학교 지원방안이 통과된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장 21세기 중장기 발전기획위원회가 헌의한 ‘한신대학교 신학교육발전특별기금(생활관 증축과 장학기금 확충) 조성을 위한 의무헌금(1/100헌금) 헌의의 건이 몇몇 총대들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통과된 것이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모든 목사후보생 전원이 생활관(기숙사)에 ‘의무 입사’해 영성과 경건훈련을 할 수 있도록 생활관을 증축하자는 것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목사후보생의 장학금을 등록금과 생활관비(기숙사비)의 절반 정도까지 지원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이 헌의안은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7년 동안 해온 신학교육 발전을 위한 ‘의무헌금’을 재개하자는 취지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 헌의안이 통과되기까지 과정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았다. 일부 총대들은 학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총대가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야지 100만원 내외의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가 많은 현실에서 언제까지 교회가 도와줘야 하느냐"는 반론을 제기한 것. 이에 또 다른 총대는 "한신대는 기장의 심장이자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1시간 여 찬반 토론이 계속된 가운데 채수일 한신대 총장이 직접 등단을 해 호소하기까지 했다. 채 총장은 "내년 한신대가 퇴출대학에 지정될 위기에 놓여있다"며 "71년간 피땀으로 세운 이 대학을 포기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의무헌금으로 이 학교를 세워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으며 결국 총대들은 만장일치로 3년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끝으로 총대들은 23일 폐회 직전 지난 2월 실시된 남신도회 전국연합회 선거가 선거무효사유에 해당한다며 "남신도회 전국연합회 회칙에 근거해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데 1차 투표결과 과반수 미달인 반수 득표자 중 2차 투표없이 연장자를 차기회장 당선자로 발표한 것은 선거무효"라며 법제부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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