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드리는 기도 ㅣ 존 베일리 지음, 선한용 옮김 ㅣ 대한기독교서회 ㅣ 281쪽 ㅣ 1만 2천원
가을은 기도를 부르는 계절이다. 여름내 푸르던 나뭇잎들이 어느새 생명을 잃고 떨어지는 모습에 우리 마음은 겸허해지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절대자에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럴 때 아름다운 기도문 한 편은, 그것을 낭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신앙의 향기를 가득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존 베일리(1886~1960)의 『날마다 드리는 기도』(A Diary of Private Prayer)는 낭독하며 읽기 좋은 기도문 선집이다. 신앙의 정수를 정제된 언어에 담아 운율감 있게 표현했다.
지금은 작고한 존 베일리는 20세기 중반 바르트, 브루너, 니버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신학자.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신학과정을 마친 뒤 뉴욕 유니온신학교 등에서 교수하다 1934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다. 스코틀랜드 교회 총회장과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으로도 활약했다.
베일리의 기도문에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강렬한 소망이 녹아 있다. 그의 기도의 시작은 늘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고백과 간구이다. “전능하신 하나님, 당신은 한이 없으신 지혜로써 나로 하여금 이 좁은 시간과 환경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살도록 정해주셨습니다. 이제 나로 하여금 용기와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게 하소서….”
또 하루를 어떻게 인도해주실 것을 구체적으로 간구한다. 여기에 개인사업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기도는 없다. 다만 겸비의 마음을 가지고 조용히 사랑과 믿음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죄의 청산을 위한 기도는 준엄하고 구체적이다. “나는 내 양심이 말하는 대로 살고 있습니까? 나는 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더 높은 행동의 표준을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 육체의 욕구가 영적 관심보다 더 우위를 차지한 적은 없습니까?”
감사의 기도에는 생을 향한 긍정이 가득 녹아 있어, 읽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함께 할 수 있는 가정과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중한 친구들을 주심에 대하여, 봉사할 직장과 봉사할 일을 주심에 대하여, 녹색의 세계 속에서 살게 하심에 대하여, 읽을 수 있는 좋은 서적들과 즐길 수 있는 많은 예술품을 주심에 대하여, 죽음과 더 큰 생명에 대한 소망을 통하여 무덤 저쪽을 바라보게 하는 믿음을 주심에 대하여, 영광과 찬송을 드립니다.”
책에는 한 달 31일 동안 아침과 저녁에 드리는 62개의 기도문과 주일 아침과 저녁에 드리는 2개의 기도문을 합해서 모두 64개의 기도문이 한/영으로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