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상력을 동원하여 바울의 선교여행 함께 떠나기

신간 『바울의 제3차 선교여행』

 

바울의 제3차 선교여행 ㅣ 유상현 지음 ㅣ 대한기독교서회 ㅣ 397쪽 ㅣ 1만 6천원

사도행전에서 바울의 제3차 선교여행에 해당하는 부분은 18장부터 21장까지 총 네 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짧은 기록을 400페이지의 방대한 양으로 풀어낸 신간 『바울의 제3차 선교여행』이 나왔다.

저자 유상현 교수(연세대, 신약학)는 이전에도 바울의 제1~2차 선교여행을 두 권의 책으로 펴낸 적이 있으니, 이번 책은 세 권의 시리즈를 완결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바울의 여행을 담아낸 그의 열정 역시 바울, 아니 바울 행적의 기록자 누가(Luke) 못지 않은 듯하다.

그가 사도행전의 낱말 한 개의 의미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나아가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까지 살피려 한 것은, 그만큼 바울의 족적 하나하나가 “의미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선교여행에 나선 바울의 상태를 ‘수인’(囚人)의 반대로서의 ‘자유인’으로 규정한다. 자신의 행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수인에 반해, 자유인 바울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갈 곳, 머물 기간, 만날 사람, 행동 등, 모든 ‘앉고 섬’”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여행계획을 뜻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행선지가 갖는 인문지리적 역사와 가치, 정치·문화적 긴장과 갈등에 대한 평가”가 개입되며, 이러한 평가 행위에는 “여행자의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도 작용한다. 더욱이 바울처럼 ‘복음 선포’라는 분명한 목적과 사명의식에 의해 여행하는 경우라면, 우연을 따라 행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에 유 교수는,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선교여행에 상상력의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이다.

물론 이 ‘상상력’은 막연한 공상보다 근거 있는 가설에 가깝다. 바울이 2차 선교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곳이자 3차 선교여행을 시작한 안디옥. 그런데 2차 선교여행 후 안디옥에서의 활동 기록은 ‘안디옥에서 얼마 동안 지낸 다음에’(사도행전 18장 23절)라고만 돼 있을 정도로 매우 짧다. 저자는 묻는다. “왜 짧을까?” 그리고 나름의 대답을 시도한다. “바울의 안디옥 체류에 관한 저자의 침묵의 이유를 확실히 알 길은 없다. 이러저러한 추측이 가능할 뿐인데, 그 중 하나가 바울과 안디옥 교회와의 결별이 후면에 배경으로 자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 ‘결별’은 여러 상황으로서 가정해볼 수 있다. 우선 바울이 두 차례의 선교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그의 선교전략 등이 안디옥 교회 지도자들과 이견을 보인 상황이다. 이것이 의견 충돌과 갈등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바울이 자신만의 선교이론으로 무장한 단독 활동을 다짐하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것. 유 교수는 “이것은 즉흥적 충돌에 기인했다기보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축적된 견해차와 신학적 차이 등의 이질성이 심화된 결과”라는 짐작을 제시하며, 갈라디아서 2장에 언급되는, 바울이 안디옥에서 베드로를 책망했던 사건에서도 바울과 안디옥 교회 사이의 갈등을 유추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 즉 “안디옥 교회가 바울 대신 베드로 등을 지원하는, 보다 친(親) 예루살렘적 성격을 가졌다거나, 이방인에 관한 개방적 태도에 대해 비우호적 입장을 견지했을 경우, 바울과의 서먹한 관계는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 안디옥 교회가 바울과의 관계를 파견자와 피파견자라는 우월적 관계로 파악하고, 거기에 바울이 반발하는 상황 전개도 가정해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저자 유상현 교수는 바울의 선교여행의 디테일을 읽어내려고 애쓴다.

그는 바울의 삶을 뒤쫓고 그 삶을 기록했던 누가의 근본적 관심이 바울의 여행이나 사상 자체에 있었다기보다는, 바울이 행했던 선교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의 재생에 있었음을 강조한다. 나아가 이러한 기억의 재생을 접하는 독자들이 이야기에 ‘참여’하고, 바울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바울의 인격에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세 권에 걸친 바울 선교여행기를 쓰면서의 저자의 경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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