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

사제, 수도자, 평신도 500여명 강정에서 천주교연대 파견미사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 현장

구럼비 바위로부터, 제주,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 실현을 지향하는 천주교 연대가 출범했다.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는 10일 오후 5시 제주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500여명의 각 교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모인 가운데 출범총회와 파견미사를 갖고,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내고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켜낼 것을 선언했다.

우선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 9월 15일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제안한 천주교 연대 경과보고와 명칭 인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선언문’ 채택, 조직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활동 계획을 결의했다.

이날 문정현 신부는 인사말에서 “사제여정에서 소속 교구장의 사목지침을 따르고 그 권위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활동은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은 누구인가’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으로부터 오는 권위에 순종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천주교 연대를 준비하면서 벌여온 선언문 참여 서명운동에 이날까지 사제 964명, 여자수도자 2,664명, 남자수도자 107명이 참여했다고 알리면서, 오는 13일경 완료된 서명운동 결과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은 마을 강정, 너로부터 평화가 시작되리라"
천주교 연대 파견 미사, 사제, 수도자, 평신도 800여 명 참여

출범총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7시 30분부터 구럼비 해안가에서 제주교구 총대리 김창훈 신부의 주례로 파견 미사를 봉헌했다.

김창훈 신부는 “교회는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으며, 지금 참평화를 위해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해 싸우는 것 역시 교회의 할 일”이라고 말하면서, “평화의 상징이며, 자연 유산이 된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 싸움에 함께 하고자 와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날 미사의 강론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가 이어갔다. 박동호 신부는 강론을 통해 성경과 교회 문헌에서 이르는 ‘연대’의 참뜻에 대해 역설했다.  

▲박동호 신부는 이날 강론에서 "강정을 민주주의와 평화의 시대적 징표로 삼아 공동선에 투신하는 것은, 정의를 실천하는 신앙이며 연대의 실현이고 그리스도인의 사명이자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박 신부는 가톨릭교리서 193항을 인용하며 "연대는 진정한 도덕 덕목 가운데 하나"이며, "연대는 가깝든 멀든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보고서 막연한 동정심 내지 피상적인 근심을 느끼는 무엇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도 항구적인 결의다. 우리 모두가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만인의 선익과 각 개인의 선익에 투신함을 뜻한다"고 밝혔다. 

또한 연대는 "정의의 영역안에 자리하므로 근본적인 사회적 덕목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고, 이것은 탁월하게 공동선을 지향하는 덕목이고 "타인을 착취하는 대신에 이웃의 선익에 투신하고 복음의 뜻 그대로 남을 위하여 ‘자기를 잃는’ 각오로 임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을 위하여 남을 억압하는 대신에 ‘그를 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호 신부는 이러한 ‘연대’가 구약과 신약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단언하면서, 구약은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연대를 고백하고 신약은 힘없고 가난한 이들과 예수님의 연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수는 "목마르고, 배고프고, 헐벗고, 감옥에 갇힌, 무력하고 자기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했으며, 누구나 혼인잔치에 부르고 몸소 가난과 박해의 길을 걸었다"고 전하면서, "오늘 강정의 현실이 예수가 함께했던 이들의 처지와 같다. 강정의 이러한 현실은 그리스도인에게 하나의 이정표다" 라고 말했다.

이어서 강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선택적이고 의도적인 무지로 자기탓 없는 무지와 분명히 구별해야 하며, 알고 있더라도 막연한 동정심이나 피상적 근심, 의식적 외면으로 대한다면,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불신앙, 부도덕함이 될 수 있다고 못박으면서, "강정을 민주주의와 평화의 시대적 징표로 삼아 공동선에 투신하는 것은, 정의를 실천하는 신앙이며 연대의 실현이고 그리스도인의 사명이자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이날 미사 참석자들은 철조망이 쳐진 해안가를 돌며 묵주기도를 바쳤다.  

미사가 끝난 후, 사제와 수도자들은 함께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모든 참가자들과 함께 철조망이 쳐진 구럼비 해안을 돌면서 묵주기도 ‘고통의 신비’를 함께 드렸다.

천주교연대는 선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신앙의 이름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다" 고 천명하고, 해군기지 건설이 갖는 불법성, 비민주성, 비역사성을 비판하면서 해군기지 건설 중단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한 불복종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구체적인 요구안으로 "해군기지 선정의 불법성에 대해 제주도민에게 사과할 것, 문화재 발굴조사에 협조할 것,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예산편성과 집행 중단, 제주도민들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대한 사죄, 기지건설 사업으로 심각하게 파괴된 자연환경 복원" 등을 요구했다.

이번 천주교연대 선언에는 서울, 대구, 광주, 인천, 대전, 안동, 제주 등 14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의정부교구 사제연대, 한국천주교여자수도자장상연합회,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인권위원회,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등이 참여했으며, 13일까지 참여 단위를 넓힐 예정이다.

앞으로 천주교연대는 11일 오전 7시 미사를 시작으로 강정에서 진행되는 생명평화미사에 동참하고, 각 교구별로 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불법성과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에 돌입, 교구별 미사를 통한 해군기지 사업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선언문 
 


1. 생명의 하느님, 평화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그리고 신앙의 이름으로 우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 이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강정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결정이고, 나아가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애호하는 대다수 국민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2. 우선 제주의 자연유산을 온전히 지켜야겠다고 하면서 제주 최고의 청정해역을 망쳐가며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이유부터 묻고 싶다. 한편으로 제주를 유네스코에 등록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라고 자랑하고 게다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국제적인 홍보전을 펼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규모 군함 정박지 건설을 위해 천혜의 구럼비를 폭약으로 깨부수고 콘크리트를 부어 제방을 쌓아야겠다니 이는 우리 시대의 탐욕과 무지가 빚어낸 무서운 죄악이 아닐 수 없다.

3. 우리가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해군기지 선정 과정의 불법과 비민주성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공언하였으나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2007년 8월 20일 ‘해군기지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에 마을주민 725명이 참가하여 94%인 680명이 유치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해군과 제주도는 공사를 강행하였고 주민들의 반대를 물리력으로 탄압하였다.

4.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해양영토를 보호하며, 남방 해상교통로와 해저자원 확보를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간의 갈등을 줄이고 평화를 유지하는 실질적인 기반은 군사기지나 화력 따위가 아니라 공존을 도모하는 지혜로운 외교역량과 정치적, 경제적 수준에 달려 있다. 이는 세계사가 무수히 입증하는 바다.

제주해군기지가 기대와는 달리 동북아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군기지로 전락할 것이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남중국해 일원과 센카쿠 열도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제주의 불행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5.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청동기시대 유적지가 발견되어 국회와 문화재청이 공사 중단을 권고하였는데 해군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발파작업을 강행하였다. 시일을 다투는 일도 아닌데 속도전을 감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경찰이 보여준 공권력 행사 방식은 4 ․ 3이라는 제주의 끔찍한 역사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폭력적인 진압과 연행, 구금 사태를 반복할 경우 우리는 더욱 강력한 불복종운동으로 이에 맞설 것을 천명한다.

6. 오늘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수호하라는 복음의 요구에 따라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를 발족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의 선언과 요구

하나.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
둘.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철회하고, 해군기지 선정의 불법성에대하여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셋. 해군은 문화재청의 권고대로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문화재 발굴조사에 적극 협조하라!
넷. 국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일체의 예산 편성과 집행을 중단하라!
다섯. 정부는 제2의 4 ․ 3을 우려하는 제주도민들의 상처를 기억하고 그간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사죄하라!
여섯. 정부는 그간의 공사로 심각하게 파괴된 자연환경의 복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라!

2011년 10월 10일

서울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대구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수원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의정부교구사제연대 / 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춘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안동교구정의평화위원회 / 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전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제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한국천주교여자수도자장상연합회 /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 천주교인권위원회 /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2011년 10월 11일자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기사제휴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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