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여성비하 성서본문, 한국민중여성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성공회대 최영실 교수, 여성의 눈으로 성서 읽기

▲최영실 성공회대 교수(신약학). ⓒ베리타스 DB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충남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린 한국기독교학회 제40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성공회대학교 최영실 교수(신약학)가 한국민중여성의 관점에서 근본주의적인 성서해석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억압하는 성서 본문들과 제국의 지배 질서와 군사문화를 추종하게 만들고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데 이용되어 온 성서 본문들을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민중여성의 눈으로 본 성서’란 제목의 논문에서 최 교수는 한국교회와 신학이 성서를 빌미로 여성비하와 여성성직 거부, 국가폭력과 성폭력, 제국의 침탈과 불의한 국가권력에 침묵하고 복종하도록 만든 문제들을 고찰했다.

▲여성비하, 여성성적 거부와 성서= 최 교수는 한국교회에서 1907년 ‘평양 대부흥 운동’을 거점으로 조직교회가 생기고, 가부장적인 교회 헌법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특히 맥락(컨텍스트)을 고려하지 않은 여성차별적인 성서본문들을 빌미로 여성을 성직에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여성신학은 당시의 가부장적 사유를 가지고 있는 구약성서의 정결법이나 바울의 편지나 목회서신 안에 들어있는 몇몇 구절이 아니라 예수가 어떻게 여성들을 대했는지를 주목했다고 밝히며 "예수는 가부장적인 유대 사회에서 비천한 취급을 당하던 갈릴리 여성들을 불러 복음의 길에 동행하고, 그 여인들로 하여금 예수 처형과 부활의 목격자와 부활 소식의 첫 선포자가 되게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울서신과 사도행전 보도에서 살펴지듯 여성들이 예수의 ‘여제자’로, ‘사도’와 ‘교사’, ‘예언자’, 교회의 지도자, 목사로 활동했고, 심지어 교회 안에 여성 장로들도 있었다고 최 교수는 주장했다.

▲성폭력과 성서= 한국여성신학은 1990년대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구성을 전후해 교회 내의 성폭력, 가정 내 성폭력, 그리고 정신대 여성의 문제와 같은 국가폭력에 의한 성 침탈의 문제롤 신학적으로 규명하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한국여성신학은 한국교회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들을 성서의 이야기와 합류시켜 해석한다"며 "이러한 성서 읽기를 통해 성폭력 당한 여성들이 피해자로서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고통을 이기고 자기 주도적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예를들어 주한미군에 의해 잔혹하게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기지촌 여성 윤금이의 이야기를 레위인의 첩의 이야기와 합류시켜 해석하는 것이다. 

▲가부장적 ‘아버지 하나님’과 성서= 최 교수는 한국여성신학이 가부장적 하나님 표상에 반기를 들며 양성평등적 하나님 표상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아버지 하나님’ 표상이 한국사회에서도 남성을 신적인 존재와 동일시하면서 여성을 남성 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고, 아버지를 가정으로 하는 가부장 체제와 제국의 질서를 굳게 세워주는 기재로 사용되어왔다"면서 "때문에 한국여성신학은 이 ‘아버지 표상’을 넘어서기 위해 성서 안에서 어머니처럼 자녀를 낳고, 양육하고 돌보며 자비로운 하나님 상을 찾아내었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여성신학이 ‘용서’를 통해 ‘하나님의 의’를 실현하라는 마태 본문의 뜻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하나님 상으로 탈가부장화시켜, 양성 평등적으로 만들어 내야 할 것을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제국의 성서= 한국여성신학은 또 강대국들이 무력으로 약소국가를 침략하고 억압하는 것에 있어 성서를 근거로 자신들의 불의를 정당화해 온 것을 문제 삼았다. 최 교수는 "제국의 눈이 아니라 억압받는 제 3세계 약소국가의 입장에서 성서를 읽으면서 제국의 불의를 폭로하려고 한다"며 특히 제국의 질서를 뒷받침 하는 데 자주 이용되는 바울의 서신(특히 로마서 13장)의 재해석 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국여성신학이 제국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21세기 글로벌시대에 강대국들이 다시 군사문화와 자본으로 제국을 꿈꾸면서 약소국가의 민중, 여성을 침탈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과거 ‘정신대 여성’의 문제가 한국 땅에서 분단을 빌미로 주둔하는 주한미군에 의해 일어나고 있으며, 오늘날 미국의 무력과 자본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하려고 벌리는 전쟁터에서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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