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예수의 인자 문제, ‘신앙’ 키워드로 풀어가야”

제1회 한신신학 신진학자 콜로키움서 권의구 박사 발제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는 25일 ‘제1회 한신신학 신진학자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신진학자 소개 차원에서 마련된 이날 콜로키움에서 권의구 박사(한신대, 신약학)는 예수가 ‘인자’라고 불리게 된 과정을 탐색하며, 예수를 ‘인자’라 불렀던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문명 <기독론의 시작 : 예수, ‘인자’라 불리우다>.

▲제1회 한신신학 신진학자 콜로키움. 25일 한신대 신대원 장공기념관. ⓒ이지수 기자

권 박사는 그 동안 많은 학자들이 “’인자’ 문제를 풀기 위하여 그 용어의 언어적 배경, 사상적 배경 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그 결과 “’인자’ 말씀에 관한 진정성 논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인자 문제를 “하나님 나라 운동의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그 말씀의 진정성 차원을 넘어 예수를 인자로 받아들인 초대 기독교인들의 위대한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세기 초 유대 백성의 ‘인자’ 이해

먼저 그는 1세기 초 유대 백성들의 ‘인자’ 이해가 어떠했는지부터 살폈다. 그 근거가 되는 문헌은 히브리성서 및 유대묵시문헌에서 ‘인자’가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는 <다니엘 7장>, <에녹의 비유>, <제4에스라> 13장 등 세 곳. 이 중 <에녹의 비유>와 <제4에스라> 13장은 1세기 전반 또는 후반에 기록되었으나 <다니엘 7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므로, 기독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의 1세기 초의 인자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문헌들에 의하면, 이 시대 ‘인자’상은 ▲메시아로 불리고(천상의 구원자 성격이 강함) ▲선재하는 존재이며 ▲다니엘서보다 더 능동적으로 사악한 자를 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이다. 이 세상의 종말과 새로운 구원의 시대를 가져올 메시아라는 이해이다.

예수의 ‘인자’ 이해

그렇다면 ‘인자’에 대한 예수의 이해는 어떠했나? 권 박사는 “예수 역시 인자의 도래를 기대하며 하나님 나라 운동을 전개하였을 것”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예수가 활동하던 1세기 초에 유대교 내에 초월적 구원자로서의 인자 개념이 존재하였고, 유대 백성들이 인자의 도래를 고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예수는 자신의 사역을 ‘인자’의 도래와 밀접하게 관련시켰는데, 일례로 누가복음 12장 8~9절(‘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인자도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시인할 것이요…’)에서 예수는 ‘인자’를 자신이 아닌 제3의 존재로 설정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지상 사역을 ‘인자’의 역할과 밀접하게 연관시키고 있다.

예수, ‘인자’로 불리다

이어 권 박사는 이러한 ‘인자’ 개념이 어떻게 예수와 동일화되었는지를 탐색했다. “예수가 자신에게 인자라는 칭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의 추종자들이 예수를 ‘인자’와 동일화하여 선포하였는가” 말이다.

예수는 하나님나라의 도래와 자신의 사역을 연관시키면서, 자신의 사역에 종말론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누가복음 11장에서 귀신축출을 벌이고 나서는 ‘만일 내가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했다’고 한다. 권 박사는 “예수의 공생애 사역 중 대표적인 사역인 귀신축출과 병자치유, 식탁친교 등은 모두 하나님나라의 전망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사역들은 그것을 목격한 유대 백성들로 하여금 예수가 메시아가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이러한 그들의 기대를 꺾기보다, 오히려 기대를 확신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권 박사는 “절망의 상황이었으나 예수의 추종자들은 예수가 부활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다시 일어났고, 예수 부활 사건을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거절당한 예수를 신원해주신 사건이자 ‘종말적 사건’으로 받아들였다”며, “그들은 예수와 ‘인자’를 동일화함으로써, 예수가 종말적 구원자라는 믿음을 표현하였다”고 주장했다.

즉 이들은 “예수께서 공생애 사역 중에 ‘인자가 지상에서 예수를 따르는 자들을 천상 법정에서 옹호해줄 것’(누가복음 12장 8절)이라고 한 말씀이 먼저 예수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받아들였다.” 또 마가복음 등에 등장하는 ‘심판 때에 오시는 인자’가 예수 이외의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처럼 예수는 이들에게 메시아로서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신앙적 결단’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권 박사는 이러한 신앙적 결단이야말로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의 역동성을 유지하게 한 힘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에게 있어서 “인자의 도래에 대한 희망은 한가로운 종교인들의 지적 호기심에 이끌린 사변의 놀이거리가 아니었으며, 현재의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절망할 수밖에 없던 민중들이 하나님의 신실성에 근거하여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희망의 언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자’ 이야기가 ‘예수’ 이야기로 전환된 이야기의 객관적 사실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초대 기독교인들이 이 이야기를 통하여 예수와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라며, 인자에 대한 이해 변화의 의의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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